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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냐작가냐 Oct 22. 2019

일을 때려치워, 말아?!

작가와 엄마 사이 (feat. 공포의 배뭉침)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몸을 뉘인다.

손도 씻지 못하고 외투만 벗어던진 채, 돌덩이처럼 똘똘 뭉쳐버린 배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꿀아 괜찮아. 괜찮아..’

배가 풀리는 듯하더니 이내 또 뱃속이(자궁) 꽉 조여들며 배가 단단하게 솟아오른다.

자궁이 조여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니, 아마 그 안에 있는 꿀이까지 꽉 조이지 않을까 싶다. 배가 뭉치고 풀리기를 반복한 뒤, 꿀인 힘없이 툭, 치거나 꿀렁,거렸다. 마치 힘들었다고 투정이라도 부리는 느낌이랄까?!


배뭉침이 너무 자주 오니 미안한 맘에, 괜찮다고 괜찮다고 되뇌며 손으로 쓸어주는데... 이번엔 한참을 쓸어도 반응이 없다. 괜찮은 걸까? 덜컥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갑자기 울컥,, 서러움이 밀려온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면 피곤하고, 배가 뭉치는 횟수나 강도가 쉴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입덧은 괴로워도 꿀이가 건재하다는 신호라고 위안을 삼을 수 있으니, 내 몸은 힘들어도 맘은 편했다. 하지만 배뭉침은 조산의 위험을 동반할 수도 있다는 경고일 수 있는 만큼, 두려움이 앞선다. 임신 16주, 남들보다 더 빨리 배뭉침이 온 만큼 더더욱 무서웠다.


사실 일주일에 두어 번씩은 병원에 갔어야 했다. 한 시간에 5번 이상 배뭉침이 오면 병원에 오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한 시간이 5번이 넘어도, 좀 눕거나 쉬어주면 나아져 그다음엔 좀 더 줄기도 하는 만큼, 무시하기 일쑤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매 순간 불안과 싸우고 있는 요즘,, 내 일에 책임을 다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해야한다는 마음과 혹시 모를 문제 상황에 대비해 쉬어야한다는 마음이 자꾸 부딪친다.


작가와 엄마 사이,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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