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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Mar 01. 2020

코로나 시대의 세계 건축 여행

넷플릭스를 켜고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을 찾아보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북아시아를 강타한 지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 코로나가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퍼지면서 몇몇 국가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입국조차 불허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국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구를 비롯한 경북 지역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방문하기조차 어렵다. 다른 지역으로 떠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그 누구도 모른다. 여가 시간에 집에 있는 걸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나였기에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는 게 익숙하지는 않았다. 집에 있더라도 이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 현황 (출처: 연합뉴스)

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역시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올린 상상과 실제 눈에 비친 풍경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잠시 책은 덮어두고 넷플릭스에 흥미로운 시리즈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처음엔 쉽사리 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의 삶 또는 지구가 맞닥뜨린 위기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우리의 지구>, <지구의 밤>, <72종의 위험한 동물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지만 문제는 장르가 다큐멘터리였다는 사실에 있었다. 다큐멘터리가 대사보다 영상을 위주로 편집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영상이 없이는 무슨 상황인지 깨닫기 힘들었다. 넷플릭스를 보는 데 영상은 필수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탄천을 따라 6km씩 달리기를 하며 대사만 듣는 것도 내 일상생활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대화의 다양성과 빈도 또한 중요한 요소였다.

<다크 투어리스트>의 인트로. 이 시리즈도 정말 재밌다.

그럼에도 나에게 딱 알맞은 시리즈는 찾기 힘들었다. <다크 투어리스트: 어둠을 찾아가는 사람들 (The Grief Tourist)>이 제 격이었으나 이미 다 본지 오래였다. 여행을 주제로 한 다른 영상은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들으며 조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추천 시리즈 중 눈길을 끄는 제목을 발견했다. 이름하여,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Homes)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The World's Most Extraordinary Homes)

다음 날 조깅을 하기 전 에어팟을 귀에 끼고 넷플릭스를 켠 뒤 달리기를 시작했다. 건축 분야에서 상을 수상한 피에르 테일러 (Piers Taylor)와 배우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인 캐롤린 쿠엔틴 (Caroline Quentin)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이로운 집을 찾아다니는 내용이라고 한다. 시리즈는 시즌1, 시즌2A, 시즌2B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리자 최신 시즌의 첫 번째 나라인 스페인이 등장했다. 스페인은 세계문화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 하면 오래되고 화려한 성당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스페인은 현대 건축에서도 그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건축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도 완공이 안 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가우디가 설계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모여든다.


스페인의 경이로운 건축 양식은 기념비적인 건물뿐 아니라 집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가우디를 낳은 나라답게 집을 지을 때도 독창성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걸 느낄 수 있다. 소개된 네 개의 집은 다음과 같다.

Rural House

Rural House by RCR Architects

Hemeroscopium House

Hemeroscopium House by Ensamble Studio

Solo House 2

Solo House 2 by Office KGDVS

House of Three Sisters

House of Three Sisters by Blancafort-Reus Architecture

피에르와 캐롤린은 위 네 개의 경이로운 집에 방문해 외관뿐 아니라 내부의 설계도 찬찬히 살펴본다. 피에르가 건축학적인 특징을 설명하면 캐롤린은 거기에 추임새를 넣고 미적인 아름다움에 좀 더 치중한다. 달리기를 하며 들을 때는 몰랐지만 넷플릭스로 그 모습을 확인하니 나 또한 스페인 건축의 경이로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농장의 풍경과 하나가 되려고 한 Rural House, 마치 철제 빔을 서로 연결시켜 놓은 듯한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Hemeroscopium House, 자연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 Solo House 2, 세 자매가 같은 장소에 살면서도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든 House of Three Sisters.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으며 그 상상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만 있다면 세계 어디서나 그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스페인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를 깨달았기 때문에 엄청난 수의 성당을 건축해 자신들의 신앙심을 표현하고 신대륙을 찾아 탐험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신대륙에서 그들이 한 행동이 결코 정의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노르웨이의 경이로운 집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이후에는 인도∙노르웨이∙이스라엘이 등장한다. 달리기 하면서 한 번씩 듣기는 했지만 대화로 묘사된 건물이 실제 어떤 모습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당분간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들 것 같은 지금,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 같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이다. 세계 곳곳에 내가 알지 못하는 경이로운 집은 얼마나 많을까. 각 나라의 건축가들이 발휘할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글을 쓰고 당장 넷플릭스를 켜서 내 궁금증을 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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