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번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매일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시간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일에 치이고 직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보니 저녁시간에 자기계발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IT에 관해 글을 쓰자니, 여가시간을 사용하면서 또 일에 대해 써야 하나 자괴감도 들뿐더러 내가 해당분야에 대해 글을 쓸만한 수준이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여행에 대한 글은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진입장벽이 낮으며 공학처럼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니 상대적으로 쓰긴 쉽지만, 내가 감수성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기보다 DSLR로 찍은 이쁜 사진이 있어야지만 내 글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자면 사진이 없는 내 글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대한 글을 계속해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여행기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갈 때 사진을 남기지 않는다면 방문했던 곳의 풍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질 것이고, 글을 남기지 않는다면 당시에 느꼈던 생각과 감동은 뇌 구석에 처박혀 폐기 처분될 것이다. 처음엔 단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면서 글의 주제가 된 여행지를 다시 한번 방문한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기 전에 여행에서 느꼈던 감동이 글을 쓰고 나니 두 배가 되어 나에게 다가오자, 글에 대한 갈망도 더욱 커지고 부족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점점 짙어진다.
장마철이 되어 비가 오기 시작하니 여행이 불가능해지고, 카페에 앉아 내가 가졌던 생각을 정리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글을 쓸 시간도 벌 수 있다. 폴 오스터가 <겨울 일기>에서 무용수들의 춤을 보고 감동을 느꼈다가 무용수의 해설을 들을 때 아무 감흥이 없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글과 글이 묘사하는 대상과의 괴리는 결코 채울 수 없는 구멍이다. 하지만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되살아났다고 생각하며, 글의 한계를 인지하고 나아갈 방향을 재설정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으며, 목표를 100% 이루지도 못 하는 불가능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해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존재가 인간이며, 나 또한 업무를 병행하며 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한계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깨달으니 다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정성 들여 계속해서 글을 쓰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모아둔 사진과 내 어렴풋한 기억을 조합하여 부족한 글이나마 끊임없이 남기는 존재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