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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제베 Feb 15. 2024

가난한 이름에게

인생 독고다이

가수 이효리가 졸업식장에서 축사를 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인생독고다이'를 생각하는데, 최인호 원작의 영화 <별들의 고향>이 생각났다. 그러고는 다시 겨울밤이면 자주 읊었던 詩가 떠올랐다. 작년에 작고하신 김남조 시인의 <가난한 이름에게> 이다.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로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 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


나머지 관련 코믹썰은 

아제베의 [딜레탕트 오디세이]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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