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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여의도 짜장면 13000원시대

2023.5.28(일)

파리에 왔다.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에서 출발하려고 파리로 들어왔기에, 파리에서 귀국한다.


이왕 왔으니 파리 구경하고 가려고 일정을 짰다.


두 아이는 각각 다른 이유로 침울하다.


인솔하는 어른들도 걱정이 한가득이다.


과연 인생 후반기에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가 까미노 걷기 여행을 추진할 때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이국적 풍경에 경탄을 자아내며, 느린 속도로 길을 걸어 <진정한 자기를 찾기>하는 과정을 기대했다?


전혀 아니다.


중요한 건 그런 것이 아니다.


걸으면 생각이 없어지지,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없다. 걷다가 잠시 쉬면서 커피 한 잔 할 때 빠르게 생각은 솟아오르고, 정리도 된다.(깨달음을 흔히 생각이 ‘정리됐다’고 말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정리할리 만무하다. 아이들은 걸으면서 아주 솔직해진다.


솔직해지기. 


이게 내가 바란 걷기의 효과이자 결과다.


아이들은 아주 솔직해져서 자기 속을 모두 드러냈다. 자기 욕망, 치부, 현재 상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등….


두 아이는 정반대의 성향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뿌리에서 자라난 다른 가지일 뿐이다. 


두 아이의 근원은 지독한 <열등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등감을 감추고자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열등감이 깊으면 화를 낸다. 화를 내는 것은 열등감을 가리려는 무의식이 작용한다.


더더욱 열등감으로 괴롭다면 <퇴행>한다.


자기 판단력이 부족하며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는 사인(표시)을 내보낸다.


가장 흔한 것은 정리정돈이 전혀 되지 않는 것, 그 다음은 위생과 청결은 안중에 없는 것, 그 다음은 극도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며 언어도단의 논리전개를 하는 것, 그 다음은 단기기억력 저하, 그 다음은 가감승제 및 기초학력의 상실, 그 다음은 대소변 조절 실패로 이어진다.(물론 내 경험에 의한 기술이다)


과연 무엇이 풍족한 환경의 아이에게 열등감을 심어주었는가.


열등감은 고정적 개념이 아니다. 


나는 지방대 재학생이 연세대 캠퍼스를 걸으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본인이 고백했다. 너무 부럽고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그런 연대 학생도 과거엔 서울대에 열등감 느꼈다. 지금은 반대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하지만 서울대 학생의 자살율이 높다. 열등감이 배경이다.


디자인된 사회에서 처음부터 디자인에 큰 오류가 있다. 삶에 서열이 있다고 세팅한 것이 결정적 오류다.


1등을 지향하는 사회는 한 명 빼고 모두 열등감에 빠진다. 이게 말이 되나. 당연히 크게 잘못된 것인데…. 


갑자기 떠오른 지인의 질타, “모두 병 들었는데 아무도 아프려하지 않는다”


모두 병 들었는데, 아이들만 아픈 아이로 취급하려고 든다. 대단히 부적절하다.


스페인 물가도 가파르게 올랐는데, 파리 물가는 한술 더 뜬다. 음식값에서 느끼는 체감물가가 그렇다.

한국인 청년이 운영하는 컵밥집의 불고기컵밥

일요일 오후라서 밥 먹을 곳이 거의 없다. 검색을 하니 <컵밥> 타이틀을 단 곳이 저녁 6시 반부터 영업한다고 하길래 찾아갔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면 지하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1회용 용기에 담아 픽업 구멍으로 내준다. 그러니까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고 주문하고 음식을 받는다. 내 체질에 전혀….


문제는 비빔밥 3개와 한국식 치킨 3조각을 주문하고 46유로를 냈다는 것. 한국 돈 6만5천원 넘게 나온 것이다.


현재 여의도 물가는 짜장면이 13000원이라는데…. 이건 재앙이다.


그래도 한국식 쌀로 만든 <밥>을 먹어 행복하다. 아이들은 정말 게 눈 감추듯.


작은아이의 먹성폭발로 여자 선생님은 절반도 못 먹었다.


여주집에서는 똑같이 해줘도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세상은 언제나 상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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