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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Feb 15. 2024

아이의 수학성적 엄마에게 달렸다

페이스메이커로 함께 달리는 엄마들을 위한 대중강의

들어가는 말

 

최근에 호주에서 경험한 귀여운 초식동물 웜뱃(Wombat)에 대한 리포트를 쓰다가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혔습니다. 호주에 사는 포유류는 모두 예외 없이 유대류(有袋類)입니다. "袋"는 주머니 <대>, 또는 자루 <대> 자입니다. 유대류가 아닌 포유류는 태반류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태반류 포유류이지요. 그러니까 호주에 사는 양, 소, 낙타, 딩고(야생 들개) 등 태반류 동물은 서양 사람들이 들여온 것입니다.

 

유대목은 모두 호주 대륙과 인근 섬에 살고 있습니다.(예외가 있지만 매우 드물다) 유대목은 암컷 배에 새끼주머니가 있어서 붙은 분류이름입니다.(캥거루가 가지고 있는 새끼주머니를 유대류는 다 가지고 있음) 새끼주머니가 아니라면 서로 공통점을 찾을 수 없고, 육식성도 있고 초식성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이니 교배될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캥거루의 육아낭에 새끼 캥거루가 자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코알라, 웜뱃, 넘뱃, 왈라비, 쿼카, 쿠스쿠스, 주머니쥐, 주머니여우, 주머니고양이, 주머니늑대, 태즈매니아데블 등 모든 호주의 새끼 낳는 포유류는 초식이든 육식이든 매우 짧은 임신 기간과 두 개의 자궁, 그리고 육아낭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아니겠습니까. 하나, 유대류는 포유류의 원시적 형태로서 모든 포유류는 새끼주머니를 가지고 있었지만 주머니가 없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고립된 호주 대륙에서는 진화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 다른 하나, 고립된 호주에서 독특한 진화가 이루어지면서 포유류들이 새끼주머니를 갖게 되었다는 견해입니다.

 

두 시각의 차이는 극단적입니다. 저는 후자로 이해합니다. 고립된 땅에서 포유류 동물들이 종의 장벽을 넘어 서로 닮아가는 진화가 이루어졌다고 말입니다.(이에 대한 과학계의 정확한 결론이 없다) 종을 넘어 신체구조가 닮아가는 변화가 일어난다면 매우 좁은 공간과 사회적 구조 속에서 인간의 상호작용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호주의 유대류는 강한 메타포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은유는 ‘두개의 상이한 사물 사이에서 불현듯 유사성을 깨닫는 능력’입니다. 저는 호주의 모든 포유류는 유대류라는 사실에서 한국의 수학교육과 유사성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수학교육은 홍성대의 <수학의 정석>과 함께 한 60년 세월이 고립된 한반도 남쪽에서 독특한 진화(라고 쓰고 퇴행이라 읽는다)를 만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관찰과 사고는 배제된 철저한 연역적 전개, 서열짓기를 위한 비틀린 문제들, 짧은 시간에 나열된 보기에서 오답을 피해 정답을 고르는 것이 인생의 서열을 결정한다는 도그마의 주입은 한국 수학교육의 독특한 양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고립된 지역의 폐쇄성은 대부분 어린이청소년에게 수포자(수학공부를 포기한 자) 딱지를 붙인 것이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세뇌합니다. 나아가 수포자 신분은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유/어떤 지점에서 자신이 수포자가 됐는지 알 수 없는 교묘한 포획 기법입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수포자에서 수사자(수학을 사랑하는 사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시간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1강 : 우리 아이 수학 성적은 엄마에게 달렸어요


인간만이 사회적 출산을 합니다. 인간의 뇌용량은 1400cc 정도입니다. 최초의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용량보다 서너 배 큽니다. 결국 현생 인류는 지구상 생명체 중 몸집에 비해 가장 큰 머리통을 가졌습니다. 인간이 지구의 왕 노릇을 하며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지만 대가도 따랐습니다. 큰 머리통 때문에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겪습니다. 더구나 아기는 두 번 회전하면서 태어나는 순간 엄마와 마주볼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산파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출산은 문화가 아닌 인간의 기본 조건입니다.

수십 억 년 전에 박테리아가 생명체 세포에 스며들어 기생하면서 미토콘드리아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간의 세포당 200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체온을 유지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학습도 미트콘드리아가 만드는 에너지 덕분에 가능합니다. 미트콘드리아에도 DNA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엄마의 미트콘드리아 유전자만 물려받습니다. 아빠의 미트콘드리아 유전자는 자식에게 건너가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신이 세팅한 것이라 인간은 자연의 원칙에 묶일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사회로 전환되고 잉여생산물과 함께 다음 세대에게 정보의 전달이 필요해졌습니다. 언어가 발달하고 가족 단위를 넘어 마을이 만들어집니다. 노동력이 없는 노인은 경험에 의한 지혜와 정보가 있기에 돌봄의 대상이 됩니다. 사회적 돌봄의 탄생입니다. 아울러 어린 목숨들에게 사회적 지식의 전달이 시작됩니다. 교육의 탄생입니다. 이때 수학도 태어납니다.

인간만이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더 나아가 사후(死後)에도 기억의 형식으로 사회적 삶을 삽니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호모 사피엔스의 사회성 때문에 인류는 수학을 낳고, 수학은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달걀과 닭의 논쟁과 같아서 어느 것이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맞물려 돌아갑니다. 따라서 명확한 사실은 고립된 사람은 수학적 사고가 불가능합니다. 가족, 이웃, 친구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대화하는 어린이청소년만 수학학습이 가능합니다.

출산의 주체이자 가정의 중심이며 자녀에게 독점적으로 미토콘드리아 DNA를 물려주는 <엄마>의 영향은 수학 공부에 있어 절대적입니다. 이러한 사정이 “우리 아이 수학성적이 엄마에게 달렸다”는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출산 후 양육자로서 엄마가 무엇을 해야할까. 1강에서는 이 질문에 답을 함께 찾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아빠는 무엇에 쓰는(?) 존재인가’에 대한 대답도 내놓는 시간이 됩니다.


2강 : 수학공부는 해녀의 물질과 같아요


해녀의 물질은 바닷속에 들어가서 각종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말합니다. 해녀들은 산소통을 메고 바다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저 숨을 참고 수중 작업을 이어갑니다. 해녀들은 1분 이상 바닷속에 머무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30초도 버티기 어렵습니다. 해녀들은 오랜 세월 훈련을 통해 폐활량이 커진 탓입니다.

수학공부가 해녀의 물질과 같은 이유는 수학공부가 숨을 참는 능력과 관계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수학은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오감은 직관에 의존합니다. 인간은 당연히 감성과 기분에 따라 판단하고 움직입니다. 수학은 인간의 직관으로는 알 수 없는 추상적 논리이고 인간의 기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지 않습니다. 오로지 명령에 따르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녀들이 잠시 사람이 아닌 물고기 정체성으로 변경해야 물질을 할 수 있듯이 인간은 잠시 비인간 기계로 변신했을 때 수학을 이해하고, 수학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으로 전 세계에 유명해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사람답지 않아야 이깁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존재가 인간입니다. 사람답다면 ‘무궁화꽃’ 게임에서 탈락합니다.

수포자 또는 수학포비아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잠시 기계로 변신해야 하는 과제 앞에서 두려워하는 존재입니다. 물이 가득 찬 방에서 숨을 참고 출입구를 찾아 잠수 상태에서 헤엄을 쳐서 탈출해야 하는 미션이 무섭습니다. 자신이 숨을 참지 못해서 결국 익사할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한다면 도전이 불가능합니다. 어려서부터 해녀 엄마를 따라 물에 자주 들어갔다면 폐활량도 커지고 용기도 생겨서 얕은 물에 사는 멍게를 쉽게 따는 아이가 됩니다.

잠시만 숨을 참으면 획득물도 생기고, 달콤한 휴식도 뒤따른다는 걸 알려주는 존재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엄마 뱃속의 양수에서 폐호흡 없이 살았던 기억을 일깨울 수 있는 사람은 엄마 뿐입니다.

수학은 본래 사람과 친할 수 없습니다. 수학은 생명이 없는 기계의 삶이지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계입니다. 2강은 숨을 쉬지 않는 로봇이지만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수학이란 존재에게 우리는 어떻게 에너지를 주입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시간입니다.


3강 : 우리 아이 수학공부 로드맵을 마련하면 탄탄대로


자, 이제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3강에서는 내 아이가 지금부터 대학입시를 치르기까지 수학 과목에서 미션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겠습니다.

수학은 “왜”를 묻는 작업이지만, 참으로 어렵습니다. 한국의 고등학교 수학은 숨이 막히게 어렵습니다. 실용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문제 앞에서 어린 친구들은 자신도 모르게 좌절의 내면화 작업을 수행할 뿐입니다. 우리는 억울하고 화가 나서라도 수학을 극복하고 싶습니다.

수학 점수를 잘 받으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수학만 6개월 이상 공부하면 수학 점수 잘 나옵니다. 오로지 수학 공부만 한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비현실적인 상상입니다.

초등 취학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초1(저학년)에서 꼭 거쳐야 할 훈련이 무엇인지, 초3(중학년)에서 마스터해야 할 수학은 무엇인지, 초6(고학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수학 개념은 무엇인지, 중1 때 이해해야 하는 대수식은 무엇인지, 중3에서 다루는 인수분해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1을 지배하는 함수의 핵심과 입시 공부 요령에 대해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내용을 전달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추상적 사고가 가능한 머리통 큰 인간의 탄생은 엄마의 고통스러운 출산을 대가로 치른 것처럼 말입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마라톤 대회에 나간 내 아이의 페이스메이커는 엄마가 맡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중간까지만 달리는 페이스메이커 또한 달리는 매력에 푹 빠지게 마련입니다. 장거리 달리기의 황홀경을 흔히 러너스하이라고 합니다. 숨이 턱에 차오를 때 엔돌핀의 분비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맞보는 걸 말합니다. 엄마의 러너스하이는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최소한 초6까지, 욕심을 부리면 중1까지 아이의 페이스메이커로 달려보시라 권합니다. 3강은 엄마의 용기와 분투를 응원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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