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시리즈 여덟번째
1.
일본계 영국인 브래디 미카코(1965년 생 여자)가 쓴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사계절)의 첫 장(들어가는 말)은 아래 글로 시작한다.
“당신이 세상의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면 보통은 나이 든 사람들, 나이 든 남자들이 길을 막고 서 있을 겁니다.”
2019년 12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연설 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계가 격동하는 이 혼란의 시대, ‘아저씨’들은 언제나 악역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도 아저씨들 탓이고, EU(유럽연합) 탈퇴도 아저씨들 탓이다. 그들은 어째서 과거의 ‘좋았던 시절’만 되뇔 뿐 새로운 시대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일까? 성희롱과 약자에 대한 괴롭힘도 아저씨들 탓이며, 정치가 부패하고 기득권 세력만 잘사는 것도 아저씨들 탓이다. 자유주의가 후퇴하는 것도, 살기 힘든 세상이 된 것도 모두 아저씨들 탓이며, 배외주의도 사회가 악화되는 것도 전부 아저씨들이 나빠서다. 그들은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이며, 불안한 정세와 사회 쇠퇴의 원흉이다.
물론 뒤이어 아저씨에 대한 강한 비난이 일부의 시각이라고 해명하지만, '듣는(읽는) 아저씨' 속 쓰리다.
2.
5년 전인가.... 광주(광역시) 배이상헌 선생님의 수업 내용(중학생 수업에서 성교육 내용이 학생들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했다는 투서)을 꼬투리 삼아 직위해제했다는 전언을 들었다. 전후사정을 알아보니 배이상헌 선생에게 너무(아니 완전히) 억울한 일이라 판단했다.
페북에 내가 생각한 내용을 올렸더니, 해당 지역의 유명한 페미니스트 운동가가 댓글을 달았다.
"어디 한국 50대 남자가 성교육을 입에 올리는가. 머리 풀고 석고대죄해도 부족한 인간들이 감히 성교육과 남녀평등을 말한다고? 닥쳐라 한남충 죄인들아"
뭐 이런 내용이다.(기억에 의존한 서술)
3.
20대 딸은 에일리언 시리즈를 섭렵한 리들리 스콧 감독 팬이었나 보더라. 딸은 나에게 에일리언 여덟 번째 영화 <에일리언 로물루스>를 보러가지 않겠냐고 어젯밤에 제안했다.
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선뜻 당기지 않는 장르이지만, 티켓팅을 하고 조조영화로 봤다.
90을 바라보는 영국의 늙다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은 <델라와 루이스>를 비롯해 드문드문 봤던 기억이 있지만, 잘 모른다.
이번에 스콧 감독은 제작자 역할이고 감독은 꽤 젊은 친구를 썼다고 한다.
4.
최선을 다하면 A4 서너 장 감상평을 쓰겠지만, 날씨가 의욕을 다 깎아놓는다. 이미 딸이 영화 관람 후 점심을 먹을 때 중요한 얘기는 다 한다.(딸은 대학에서 영화평론을 전공) 내가 딸의 썰을 알아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먹물의 자격증을 증명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트렌드가 여성 주인공인데, 에일리언도 그러네"(나)
"에일리언은 이미 여성 주인공을 새웠고, 이번엔 흑인 남성을 안드로이드로 캐스팅한 것이 특징.... 아직 여성 안드로이드는 쓴 적이 없어요"(딸)
"알파 메일? 아하. 순간 못 알아들었는데, 그렇담 알파 피메일도 있겠네..."(나)
"여자가 알파가 될 수 없는 세상이잖아요. 알파 피메일은 있을 수 없지요"(딸)
"알파걸이란 말은 있는데.... <우리 아들을 알파걸로부터 지켜라> 그런 책도 있었고...."(나)
"그건 말장난이지"(딸)
5.
마지막 장면은 소피 마르소 닮은 주인공이 마지막 에일리언을 죽이고 새로운 행성으로 떠난다. 살기 좋다는 새로운 행성 이가바(?)는 9년이 걸리기 때문에 주인공은 동면 캡슐에 들어간다. 9년 후에 눈뜨고 새로운 행성에서 인생을 이어가겠지. 그리고 이 대사를 읊조리고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눈을 떴을 때 어떤 상황일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끝까지 맞설 거야!
와~ 엄청 멋있어 멋있어.
그런데 주인공을 죽이려고 덤비는 마지막 에일리언이 붙인 사진의 모습이다. 누가 봐도 <백인 남성> 이미지다. 당연히 리들리 스콧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