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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채용의 어려움

팀원 구합니다 흑흑

by 우디코치

1. 최근 PM 추가 채용을 진행 중이다. 정확히는 Product Manager 다. 그리팅 서비스를 통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형태로 후보자분들을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디자이너나 개발자 채용과 달리 PM은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만으로 적합한 후보자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 일반적으로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진행한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보면, UIUX에서의 추구미를 짐작할 수 있다. 개발자라면 알고리즘 테스트나 요즘은 간단한 feature 개발, 운영에 대한 코드를 요청하고

이를 평가하는 식으로 현재 조직에 필요한 일을 맡길 수 있는지 - 실무 레벨에서 평가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PM은 어떻게 적합한 실무 능력을 갖췄는지 알 수 있을까?


3. 애초에 PM은 무엇을 해야 하는 포지션인가? 조직마다 정의하는 바는 다르겠지만.. 프로덕트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가치를 점진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팀의 협업능력을 극대화하는 포지션 -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팀을 이끈다는 점에서 리드의 역할과 서비스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일 수도 있으며, 프로세스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니저의 역할일 수도 있다.


4. 즉 문제를 해결하고 '일이 되게 한다' - 관점에서 PM은 꼭 필요한 포지션임과 동시에 정량적으로 실무 능력을 문서 몇 장으로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포지션이다.

5. 이런 글을 적는 필자 역시 PM으로 인터뷰를 볼 때, '나랑 같이 일해보면 내 진가를 알 텐데.. 어떻게 면접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반대로 면접관 입장이 되어보니, 평가하는 입장에서도 참 어렵구나- 새삼 느낀다.


6. 특히나 요즘은 PM 포트폴리오가 꽤나 정형화된 느낌이 든다. 서류 10개 중 8개는 비슷한 형태의 템플릿을 돌려쓴 느낌이다.

Page 1에서는 나는 어떤 PM인가 멋진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고, Page 2부터는 자신의 능력치를 게임 캐릭터 마냥 레벨로 표시해 둔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 Scrum 경험 Lv 3

- Userstory Lv 2

- Figma 경험 Lv 5

-Agile 경험 Lv 5

- Mixpanel Lv 1

- Amplitude Lv 3

...

Page 3에서는 프로덕트 기획이나 매니징 방식에 대해 모자이크가 잔뜩 들어간 피그마나 PPT 일부 이미지를 게시하고

유저스토리 방식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정기 스프린트를 통해 점진적으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SQL과 구글 애널리스틱을 통해 시장 반응을 체크했다 - 식의 스토리가 쓰인다


7. #6번 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정형화된 스타일을 자주 접하다 보니 매력을 못 느끼는 상태가 되었달까... 어쩌면 내 문제일 수도 있겠다.

(내가 이상한가..)


8. 그래서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사전 질문지를 만들었다. 5가지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답변 내용에 따라 실문 인터뷰로 모실지 결정할 이유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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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며 PM직군의 핵심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본인은 어떤 PM이라 정의하고 있나요?


2. 지원자님께서 담당했던 제품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제품 한 가지를 소개해주세요.


3. 해당 제품을 개발하실 때 문제 정의는 어떤 방식으로 하셨나요?


4. 제품 개선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지표는 무엇이고, 유의미한 판단을 위해 어떻게 분석을 하셨나요?


5. 유효한 가설을 만들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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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답변의 공통점은 '가능하면 정량적인 데이터에 근거' 하지만 대단한 성공경험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이 '남다른 스토리'가 있을 때이다.

예를 들어 Chunk rate 나 Conversion rate, Duration Time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만의 Kick (요리에서는 남다른 한 꼬집 맛의 비결을 킥이라 한다)

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것이다. (가끔은 정량데이터는 거의 미미하지만 멋진 스토리에 반해서 함께 일하고 싶을 때도 있다)


10. 무엇을 봐야 좋은 PM인지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이력서 포트폴리오 말고, 별도의 사전 질문지까지 던진다. 그런데도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 어렵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맞다. 특히 작은 스타트업에서 한 사람의 PM이 미칠 영향력은 막대하기 때문에 더 신중해진다.

동시에 함께 일해봐야만 알 수 있는 (설명하기 어려운 '합'이랄까?)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각 개인들의 Mood 가 서로 섞일 수 있는가? 팀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 는

또 다른 문제다. 지금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만약 팀으로 일하고 계시다면, 이 어려운 과정을 뚫고 함께하고 있는 것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내일 출근하면 팀원들에게 덕담이라도 건네보자.


사막 한 군데 꼽힌 바늘 하나를 향하여 던진 나풀나풀 실타래 하나가

기가 막히게 바늘귀를 뚫어 낸 인연의 확률로 여러분은 팀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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