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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10명인데, 왜 나 혼자 일하는 기분일까?

실무에 갇힌 '슈퍼 대표'를 위한 위임의 기술

by 우디코치

#스타트업상담사례 1


# 분명 직원을 더 뽑았습니다. 이제 좀 더 전략적인 일(방향성 수립, 인재 영입, 문화 정립)에 집중해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오늘도 터지는 실무 이슈를 직접 처리하고 있을까요?


최근 급성장 중인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고민입니다. 성장을 위해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실은 '가장 유능하고 바쁜 최고 실무자'에 머물러 있는 것이죠.

오늘은 많은 리더가 겪는 이 '대표 병목 현상(CEO Bottleneck)'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아주 구체적인 두 가지 처방전을 공유합니다.


"결국 또 제가 합니다" : 리소스 한계에 부딪힌 대표의 고민

최근 만난 한 대표님의 실제 고민입니다. 독자분들의 상황과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최근 인사 채용으로 인원을 확충했습니다. 이제 대표로서 매니지먼트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으나, 실무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결국 제가 다시 투입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리더로서 경영 전반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은데, 실무까지 챙기다 보니 물리적인 리소스의 한계를 느낍니다."


당신은 '리더'입니까, '최고 실무자'입니까?

이건 단순히 '시간이 부족한' 문제가 아닙니다. 대표가 '최고 실무자'의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팀은 리더의 방향성과 전략을 원하는데, 정작 리더는 가장 급한 불을 끄는 '최고 소방수'로 포지셔닝된 상황이죠. 이 상태가 지속되면 3가지 더 큰 문제가 터집니다.


1. 팀원에 대한 불신: (무의식적으로) '내가 하는 게 제일 빠르다'는 생각이 위임을 막습니다.


2. 시스템의 부재: '어떻게' 맡겨야 할지 명확한 위임 시스템이 없습니다.


3. 중간 관리자의 실종: 실무 이슈를 방어하고 팀을 이끌 '팀장'급이 성장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합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2가지 처방전을 제시합니다.


처방 1. '하지 않을 일'부터 정하기 : 아이젠하워 매트릭스

가장 먼저 할 일은 '채우기'가 아니라 **'덜어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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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중요' 2가지 축으로 유명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를 꺼내 대표님의 모든 업무를 4분면에 적어보세요.

1 사분면 (긴급하고 중요한 일): 위기 대응, 마감 임박 (e.g., 당장 터진 서버 장애)
2 사분면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대표가 집중할 유일한 영역. (e.g., 방향성 수립, 인재 영입, 문화 정립, 핵심 파트너십)
3 사분면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적극적 위임 대상. (e.g., 단순 반복 보고, 자잘한 실무 이슈 대응)
4 사분면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즉시 삭제 대상. (e.g., 불필요한 미팅, 습관적 데이터 확인)

대부분의 리더가 1 사분면(급한 불 끄기)과 3 사분면(급해 보이는 실무)에 갇혀있습니다. 3, 4 사분면의 일을 과감히 **'위임(Delegate)'**하고 **'삭제(Delete)'**해야만 2 사분면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처방 2. '맡긴다'는 착각 버리기 : 위임의 7단계

"좋아요. 위임해야죠. 그런데 어떻게?"

많은 리더가 위임을 '전부 맡긴다(7단계)' 아니면 '그냥 내가 한다(1단계)'는 흑백논리로 접근합니다. 하지만 위임은 7단계의 스펙트럼입니다.


Management 3.0의 창시자 유르겐 아펠로(Jurgen Appelo)가 만든 이 프레임워크의 핵심은, 위임이 '권한의 수준'을 팀과 명확히 합의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점입니다.


위임의 7단계 (Management 3.0)

Tell (지시하기): "그냥 하세요." 매니저가 결정하고 팀에 지시합니다. (e.g., 긴급한 위기 상황,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한 신입)


Sell (설득하기): "이렇게 합시다. 왜냐하면..." 매니저가 결정하지만,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팀을 설득하고 동의(Buy-in)를 얻습니다.


Consult (협의하기): "의견 주세요. 결정은 내가 합니다." 매니저가 결정하기 전, 팀의 의견과 전문 지식을 구합니다. 최종 결정은 매니저가 합니다.


Agree (합의하기): "다 같이 정합시다." 매니저와 팀이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토론하고 합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Advise (조언하기): "팀이 정하세요. 제 의견은 참고만..." 결정은 팀이 합니다. 매니저는 자신의 의견을 '조언'으로만 전달하며, 팀은 이 조언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Inquire (문의하기): "팀이 정하고, 결과만 알려주세요." 팀이 알아서 결정하고 실행합니다. 매니저는 나중에 '어떻게 결정했는지' 결과와 이유만 공유받습니다.


Delegate (위임하기): "알아서 하세요. 보고도 필요 없습니다." 팀이 모든 전권을 가집니다. 매니저는 그저 믿고 맡깁니다.


실전 활용법 : '위임 포커'로 모호함을 없애는 대화

이 7단계를 실무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위임 포커(Delegation Poker)'**라는 대화 방식입니다.


진행 방식 (1~7 숫자 카드를 준비하세요):

위임할 업무 정의: 모호하게 "개발 업무"가 아니라, "이번 스프린트 우선순위 결정", "신규 입사자 온보딩 방식 결정"처럼 구체적인 '결정 영역(Key Decision Area)'을 정합니다.


각자 카드 내기 (동시에!): 리더와 팀원(혹은 담당자)이 해당 업무에 대해 각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위임 레벨(1~7) 카드를 동시에 냅니다.


'차이(Gap)'에 대해 대화하기 (⭐️ 가장 중요!) 만약 리더는 3번(협의)을, 팀원은 5번(조언)을 냈다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이 대화 자체가 위임의 핵심입니다. 리더(3): "저는 아직 이 결정이 다른 팀에 미칠 영향을 다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3번을 냈어요. 팀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제가 챙겨주고 싶어요." 팀원(5): "저희는 이 업무에 대해 충분한 경험이 쌓였고, 직접 결정해야 더 책임감 있게 일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5번을 냈어요."


최종 레벨 합의 및 명문화: 대화를 통해 이번 분기(혹은 이번 프로젝트) 동안 적용할 최종 레벨에 '합의'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팀의 성장을 위해 5번(조언)으로 하되, 결정하기 전에 저에게 '이런 결정을 하려는데 혹시 조언 줄 게 있으신지' 딱 한 번만 물어봐 주세요. 제가 특별한 의견이 없으면 바로 진행하세요."


위임 보드(Delegation Board)에 공개: 합의된 내용은 (업무 / 합의 레벨 / 담당자)를 적어 모두가 볼 수 있게 합니다.

위임을 두려워하는 리더가 놓치는 것

'위임 포커' 같은 도구를 통해 얻는 것은 단순히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1. 모호함 제거: "이거 내가 정해도 되나?", "왜 대표님이 또 실무에 개입하시지?" 같은 불만과 혼란이 사라집니다.


2. 신뢰 구축: 위임 수준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하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가 쌓입니다.


3. 팀 성장 촉진: 업무의 중요도와 팀원의 역량에 맞춰 레벨 3 → 4 → 5로 점진적으로 권한을 높여가며, 팀의 주도성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4. 대표의 리소스 확보: 리더는 드디어 '긴급한 실무'에서 벗어나 '중요한 전략'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게 됩니다.

대표가 '슈퍼 실무자'의 역할을 내려놓는 것은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고 리더 본연의 '더 큰 역할'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위임 레벨은 몇 단계에 머물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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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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