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작가가 되리라, 책을 내겠다 생각은 했지만 북토크는 계획에 없었다. 출판계에 몸담았던 터라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나는, 북토크는 아무래도 인지도 있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행사라 여겼다. 하지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당선되며 얼떨결에 생애 첫 북토크를 하게 되었다. 첫 출간, 첫 북토크... 많은 '처음'을 하게 된 올해.
북토크를 준비하며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어떤 분들이 주로 오실지, 그래서 어떤 곳에 관심이 많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모두 PPT에 넣었다. 그리고는 혹여 실수할까 대본까지 써서 수 없이 연습했다. 그러다가 목이 가서 당일에 목 상태가 좋지 않은(!) 그런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막상 북토크가 시작되자 격한 긴장감은 사르르 녹고 찬찬히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많이 와주셔서 조금 당황했지만 나이대도, 성별도 다양한 독자분들은 초보 작가의 어설픈 이야기를 경청해주셨고,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더 열심히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내 이야기가 과연 도움이 될까?'같은 초조한 마음 역시 연신 끄덕이는 독자분들의 반응에 사르르 녹았다.
질문은 많아야 두개일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독자님들은 나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 중 절반은 작은 도시로의 이동에 대한 질문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글쓰기에 관한 질문이었다. 아직 글쓰기에 대해 답을 주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나의 경험과 그간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나름의 답변을 드렸다. 글쓰기든, 운동이든 그게 뭐든 지름길은 없다. 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정성도 쏟아부어야 한다.
질문을 받고 내가 어땠는지 생각해보니, 나는 초등학생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성인이 되기 전부터 작법서를 읽으며 글을 잘 쓰고 싶어했다. 글과 전혀 관계가 없는 과에 진학해서도 문창과 학생들과 겨루는 백일장에 나가 당당히 장원을 받고, 어디든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투고를 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유명해지기 위해서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치 태어날때부터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처럼, 인정을 받든 말든 돈이 되든 안되든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공무원을 하는 5년의 시간도 하루종일 글을 쓰는 업무를 했으니 어찌보면 투입한 노력에 비해 아직까지도 큰 아웃풋이 안나오는 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건, 내가 글을 쓰는데 대해 이유를 찾거나 고민을 해 본적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작은도시로의 이주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질문해주신 분들을 모시고 정말 긴시간 1:1 컨설팅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 작은 도시의 현실을 더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나의 말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적은게 안타까웠다. (귀촌하신다고 하셨던 독자님... 부디 시행착오 없이 성공적으로 귀촌하시길...)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또 함께 소통하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경험이겠지. 내가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와주신 독자분들이 반응을 잘해주셔서 나름 성공적인 행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예전엔 북토크나 콘서트 장에서 무대에 오른 출연진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할때 의례적인 인사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그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것 같다. 귀한 시간과 노력을 쪼개어 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분들이 진짜로 감사한 분들이다. 독자가 없으면 작가가 존재할 수 없고, 관객이 없으면 무대도 존재할 수 없다.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는 낡은 말이 적어도 내 마음 안에서는 생생한 컬러로 흘러넘치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