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있는 줄도 모르고
제주에서 괜찮은 삼겹살 집을 찾기는, 입도한 지 2년 반이 훨씬 지난 아직도 어렵다. 가끔 관광객들이 가는 '비싸고 줄이 긴' 삼겹살 집을 가보고 싶단 생각도 들지만, 언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정착하고 싶기에 괜찮은 삼겹살집을 찾는 여정은 계속된다.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삼겹살은 비싸다. 넋놓고 먹다보면 둘이 먹어도 7만원이 훌쩍 넘어가기 마련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삼겹살이든 목살이든 앞다리든 맛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도록 싼 곳에 가고 싶다. 싸고, 맛있고, 밑반찬도 괜찮고, 직원분들도 친절한 곳이면 더 좋겠다.
한동안은 돈삼겹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자주 갔다. 냉동 대패삼겹살이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고, 금방 익기 때문에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 먹으니 질리기도 하고 집과는 멀어 한동안은 뜸했다. 그러다 최근 집 근처에서 괜찮은 삼겹살집을 찾았다.
사실, 제주산 돼지는 흑돼지나 백돼지나 맛에 차이가 거의 없다(개인적으로는 도저히 구분을 해낼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딱히 흑돼지를 선호한다던가 찾아서 먹진 않는듯 하다. 하지만 이 곳은 흑돼지임에도 앞다리 부위라 그런지 엄청 저렴했다. 600그램 한근에 3만 5천원. 나오는 밑반찬도 그럭저럭 깔끔하고 맘에 든다.
그리고 이곳이 더 마음에 든 이유는, 사람이 적을때 가면 아주 높은 확률로 직원이 친절하게 고기를 구워준다는 것이다.(사람이 많을때도 구워주긴 하지만 아무래도 신경을 조금 덜 쓸 수 밖에 없다.) 4시에 문을 열자마자 갔더니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 직원분이 매우 친절하게 구워주셨다(심지어 아주 잘 구우신다) 둘이서 흑돼지 앞다리 한근과 삼겹살 1인분을 먹으니 아주 알맞다. 상추나 파절이 같은 채소도 아주 싱싱하고, 서비스로 나오는 된장찌개도 무난한 맛이다.
식사류는 비빔냉면만 먹어봤는데, 보통보다 나은 맛이었다. 비빔냉면을 주문하면 따로 살얼음이 낀 육수를 주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 집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음식도 괜찮은데 고기도 가격에 비해 좋았다. 고루 '무난함' 이상을 줄 수 있는 집이랄까?
집 근처라 자주 보면서도 번화가에 있다는 이유로 잘 가지 않았는데, 제주에 놀러온 손님과 함께 갈 곳을 찾던 중 뜻밖에 괜찮은 곳을 찾았다. 엄청나게 맛있는 그런 곳을 찾기보다 무난하게 가성비가 좋고 깔끔한 곳을 찾는다면 여기서 제주의 돼지를 맛보는것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이 매거진에 쓰는 모든 글은 '당연히' 내돈내산이라는 점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