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일이 있어 카톡 프로필 사진에 티를 냈더니, 친한 어르신이 축하한다며 밥 한끼 사주시겠다고 했다. 마침 서귀포에 있던터라 어르신 댁 근처 한정식집에서 보기로 했다. "잘 아는 집이 있어" 이 한마디에 조금 기대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기대를 더 했어도 될뻔했다. 동네 주민이 신경써서 잡은 식당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평타 이상인건 알았지만, 이렇게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올줄은 몰랐다.
메뉴는 단일메뉴. 귀빈상 한정식밖에 없다. 가격은 15,000원인데 제주에서는 비싼가격은 아니다. 아니, 보통 평범한 점심 한끼로 11,000원에서 15,000원을 쓰곤하니까 이정도 상차림이면 꽤 싼편이랄까. 도민으로 살다보니 이 물가에 익숙해져 간다.
문을 연지 얼마 안된, 그리고 번화가가 아닌 동네길로 조금 들어가야 하는 이 한정식집은 우리가 갔을땐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세팀 정도?(11시라 그랬을지도). 덕분에 시끄럽지 않게,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반찬으로 나온 빙떡과 생선, 그리고 고기 산적은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식인것 같은데 나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밥은 채소를 넣은 솥밥으로 나오고, 몇가지 반찬과 국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듯하다. 솥밥은 뜨거운 물을 따로 주기 때문에 나중에 누룽지로도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차려진 반찬도 다 못먹어서 더 먹진 않았지만, 대부분의 반찬은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을 수 있도록 리필하는 곳이 있다.(일반적인 식당처럼 리필 바에서 상차림을 세팅해주는건 아니다. 따로 관리하는것 같다) 어르신을 뵙는 진지한 자리가 아니었다면 리필을 더 많이 해 먹었을텐데... 약간 아쉽다.
다 먹고 나오는 길에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했더니, 어르신이 누구누구네 집에서 하는 식당이라고 말씀하셨다. 제주토박이에 워낙 아는 사람이 많은 어르신은 이런 정보도 훤히 꿰고 있다. 나도 외지인이라 지역사람 외지사람을 차별하고 싶진 않지만, 언론에 나오는 문제 많은 음식점, 비싼 음식점들이 대부분 외지인이 운영하는 곳이란걸 아는 이상 지역민이 운영하는 식당에 조금 더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서귀포 여행하다가 집밥같은 한정식 먹고 싶을때 들르면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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