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루 무난한 닭육수 라멘집
나홀로 여행을 하다보면 늘 식당앞에서 망설이게 된다. 다들 최소 둘이상씩 식당에 들어가는데, 혼자 왔다고 눈치주진 않을까? 한 사람은 안 받는다고 하는게 아닐까?
모든 여행이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삼삼오오 모인 여행이 될 수는 없다. 때로는 훌쩍 떠나고 싶어 혼자 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출장으로 와 어쩔 수 없이 혼자 먹어야 할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맛있는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과 혼자서도 눈치안보고 먹고 싶다는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이 고심한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절충해 본다면 그런 음식점이 없진 않다.
'혼자라도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검색해 찾은 라멘집. 알고보니 또 집근처에 있던 음식점이었다. 10분도 안되는 거리였는데 평소에 잘 안가는 곳이라 찾지 못한 모양이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식당 앞에 있는 캐치테이블에 내 번호를 누른다. 앞에 5팀이나 있었지만, 라멘이라는 음식의 특성상 회전율이 빨라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라멘도 금세 나왔다. 닭고기 육수에 약간 매운 라멘을 주문했는데, 토핑으로 나온 닭고기가 매우 부드러웠다. 닭가슴살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부드럽게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시 나는 돼지고기가 더 취향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돼지고기 차슈를 추가할 수 있었는지, 옆에 앉아 있는 분 라멘에는 돼지고기 차슈가 올라가 있었다. 다음에 오게 되면 차슈...... 차슈를 추가해야지.
그래서 맛이 어땠는가? 라고 물으면 나는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가 조금 어렵다. 애초에 라멘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라멘맛은 대개 비슷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라멘을 택한건 이상하게 라멘을 먹으면 혈당이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에, 당뇨고혈압 교육을 받고 온 나로서는 외식메뉴중 그나마 혈당이 덜 오르는 것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솔직한 맛의 평가는? 괜찮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우와, 너무 맛있어!"라고 하기에는 애초에 내가 라멘에 대해 그다지 큰 흥미가 없다보니 주춤하게 된다. 그렇다고 "별로야"라고 할 건 분명 아닌 맛. 닭육수가 무척 진하고 맛도 깊었다. 후기를 찾아보니 이 부분에서 갈리는 듯 했다. 기본적으로 닭의 진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느끼하다고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다고 하는것 같다. 나는 이러나저러나 닭육수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니 특별한 취향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라멘집을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혼밥하기에 최적의 식당이기 때문이다. 일단 혼밥을 위한 테이블이 잘 마련돼 있고, 직원들이 매우 친절해 눈치를 볼 이유가 전혀 없다. 밥이나 라멘 추가가 무료인데 눈치보지 말고 당당히 요청하라고 쓰여 있다. 오픈 주방이라 깔끔한것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고, 손님들에게 라면이나 밥, 그리고 육수를 추가할지 먼저 볼어보는 직원의 친절도 좋았다.
내가 간 곳은 노형점인데, 공항과 차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귀포에서 평화로를 타고 제주로 넘어왔다면 접근하기 편할 것이다. 본점은 이도이동에 있는데, 이곳이 워낙에 평점이 좋았다. 분점도 맛이 같다고 하니 라알못인 나의 평가보다는 일반적인 평가에 기대어 이 집을 추천하고자 한다. 보통은 리필을 달라고 하면 면만 주는데, 고기도 두점 더 얹어주는 센스도 마음에 든다. 다만, 면 사리가 꽤나 많이 나오니 먹고 나서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한다면 리필하지 않고 적당히 마무리하는걸 추천한다. 아니면 밥을 조금만 더 추가해 달라고 하던지. 많이 먹는 편인 나도 리필한 양을 다 먹고 나니 너무 배가 부를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제주에서 혼밥해야 한다면, 공항에 가기전 이 곳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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