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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Oct 12. 2021

남궁인 <제법 안온한 날들>

저자: 남궁인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20.03.05.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이야기”


 무슨 생각으로 60편을 사랑 이야기라고 묶었을까. 같은 논리라면 파브르 곤충기 설명에도 이렇게 적었어야 한다.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 나는 이 책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연애도 좀 하고 감성적인 에세이와 소설의 그 어디메쯤인 줄 알고 들었는데, 혼자서 방에서 훌쩍 하는 꼴이었다. 어머니의 사랑도 사랑이지.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쓴 글도 사랑 이야기지. 그렇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목도하고 그 죽음과 사랑 앞에서 어머니에게 연락하는 걸 사랑 이야기라고 묶어버리면, 그걸 읽다가 터져버린 독자에게 “거 봐요 이건 사랑이야기라니까. 사랑은 눈물과 뗄 수 없는 걸요”라고 말할 건지. 책장을 덮고 잠시 쉬어갈 때마다 이 책의 표지를 노려보았다.


간간히 연애 에세이가 있다. 사실인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를 따져서 뭐하겠는가 싶은 글들이었다. 현실체의 텍스트로 건네는 연애 에세이가 기대되었던 내게는 작가의 현실 가득한 삶의 텍스트가 그런 ‘연애’스러움은 아니었기에 아쉬웠다. 달달한 거 읽고 싶으면 그런 사랑 이야기를 찾아 읽으면 된다며 나를 남 탓하는 사람처럼 여길 수 있겠지만 책 앞에 분명히 60편의 ‘사랑이야기’라고 적혀있었으니 내가 오해하기에 충분했다는 걸, 나의 억울함을 내보이고 싶었다.


간간히 그가 전하는 연애 에세이가 있었지만 그런 연애 에세이보다는 어머니에게 통화하는 그 몇 마디 말들과 상황에 더 이입이 되었다. 누군가 살아내면서 전하는 메시지와 그걸 치료의 목적과 인간의 눈빛으로 항시 목도를 하고 있는 작가. 그리고 TV에 나오는 의사처럼 냉정하고 싸가지도 좀 없는 것 같고 현실만 생각하는 그런 의사가 아닌 따스하고 인간적인, 피 묻은 환자를 온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의사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통화 내용. 그런 것들이 더 와닿고 마음을 저리게 한 글들이었다.


작가의 글들을  읽어봐야겠지만 나중에 남궁인 작가는 소설도 엄청    같다. 사실 그의 글을 읽으면 이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린다. 평소에도 a인지 b인지를 먼저 찾는  같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혼란스러울  있는 글들. 하지만 소설보다  소설 같은 현실 앞에서 그가 남기는 글들은 삶에 대한 애착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이런 사람이 쓰는 소설은 현실보다  현실 같지만 소설 속에서 한계 없는 애착과 사랑을 건네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을수록 재미있는 남궁인 작가의 . 그러나  책의 표지에 있는 ‘사랑이야기라는 설명은 적어도 내게 만큼은 무효로 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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