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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도르 Jan 31. 2021

나답게 사는 것이 정답이다

충분한 인간대접을 받고 사는 것

요즘은 주에 한번 출근을 하는데 내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간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다들 그렇게 산다길래 최대한 나를 참고 내 기분을 죽이고 오직 회사의 부품으로만 버텨온 시간이 몇 년인가. 나에게 기꺼이 회사의 부품이 되길 바랐던 수많은 사람들, 엄마 같은 팀장이 되어주길 요구했던 대표, 임원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오랫동안 노력했고 애쓰고 시도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다. 대부분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지 않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말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내가 살아가는 방식만이 정답이라는 착각부터 걷어내야 한다. 관습에 빠져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한 시도 함께 가기 힘들다는 것을 여러 회사 속 많은 사람들을 통해 배웠다. 회사에 대한 경험이 늘고 나의 주관이 생기면서 나는 자주 회사와 부딪혔고, 싸웠고, 퇴사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인가, 사람들이 말하는 사회성이 모자란 부적응자인가.


어떤 쪽이 정말 잘못된 건지 답을 내고 싶었던 나는 끊임없이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된 사실은 그 누구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냥 서로 인정하면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나는 사회 부적응자였을지 몰라도 나의 관점에서 그들은 분명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서슴지 않았고 그것을 집단의 섭리나 진리쯤으로 여겼다. 직급에 취해 오직 권력에 의한 정치를 그 작은 공간 안에서 펼치는 것을 진정한 회사생활이라 착각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가능하지 않았다. 어느 쪽도 잘못된 쪽은 없었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이 양쪽 끝에서 매우 달랐을 뿐.


‘회사란 이런 것이다. 직급이 깡패다’라는 확고한 틀을 가지고 치졸한 방식으로 직원들을 괴롭히던 회사를 마지막으로 나도 ‘내가 이상한가?’라는 의심을 더 이상 하지 않고 나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가끔 흔들릴지라도 나답게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나다운 것을 포기하길 강요하는 사람과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으니 그동안 내가 어정쩡하게 행동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주관대로 살길 바라면서도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지막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날 나는 이력서를 이렇게 고쳐 썼다. [작가로서의 이야기꾼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센스로] 나다운 것을 인정하지 않는 회사라면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디자이너지만 글을 쓴다는 나를 회사에서는 대부분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나는 회사원인 나를 더 잘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이며 이게 바로 나다운 것임을 끊임없이 고수한 끝에 지금의 나를 받아들인 한 회사와 인연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회사 속에서 나는 당신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제는 “나는 이렇게 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질문한다. 다행히 지금의 회사는 디자이너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글 쓰는 나의 존재와 나의 저녁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었고 글 쓰는 내가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연차휴가를 내는 것 또한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은 진짜 답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각자 인생의 정답이 다르니 무엇이 정답이라고 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정답이 당신에겐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증거이다. 개인의 특성과 업무의 다름을 존중받는 것, 그거야말로 회사에서의 훌륭한 복지의 첫걸음이다. 내가 바랬던 회사원으로서의 최고의 복지는 그런 것이었다. 내가 아픈 것이 미안하지 않고, 내가 하는 일에 근거 없는 비난을 받지 않고, 무난한 사람이 되기를 거부해도 내가 이상한지 자신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지금 퇴근을 하고 하늘을 보면 어김없이 낮달이 떠있다. 나다운 삶을 온전히 인정받는 지금의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이후 매일의 낮달과 노을을 볼 수 있는 나의 퇴근시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모두의 개성이 사라지는 낮시간의 모습이 아니라 저녁시간에 있다. 각자의 저녁을 어떻게 보내는지, 퇴근 후엔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런 걸로 사람의 진가를 판단한다는 글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많은 인생의 고민에 대한 답이 생길 것이다. 당신의 낮도 밤도 모두 당신 자신이다. 내일 아침 또다시 쓰게 될 타인을 위한 가면을 위해 오늘 당신의 사랑하는 저녁을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쓰는 아도르

사진, 글, 캘리그라피 adore
블로그 : http://jwhj0048.blog.me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gram.com/adore_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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