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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Ended Apr 05. 2022

집단의 문제 vs. 개인의 문제

문제가 생겼을 때 집단말고 먼저 개인 탓부터 해봅시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특정 국가 혹은 문화권에서 온 한 두 사람을 기준으로, 그 국가나 문화권에 대해 쉽게 단정 짓고 평가를 내려버리는 자신을 종종 발견한다.


특히 그 대상이 내게 잘못을 했다거나 어떤 방식으로 간에 언짢음을 줬을 때 그런 단정과 편견은 더 심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국가의 학생이 선생인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무례하게 요청했을 때, 처음에는 그 무례함에 기분 나빠하다가 그 불쾌함이 과거의 유사한 경험을 상기시키고, 결국 그 두 개의 케이스를 가지고 '그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래?' 하고 그 무례함의 원인을 그들의 출신으로 귀결시키는 경우다.


이게 편견과 차별의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안다. 외국인으로서 내가 그 차별을 당하는 경우 역시 종종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내 마음이 평온할 때는' 늘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에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혹시 내가 먼저 무언가를 잘못한 것은 아닐까?'는 도덕적 생각은 당연히 들지 않고, '이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런 걸까'라는 판단도 건너뛴 채, '너네들은 원래 다 그런 거냐!'라는 비이성적이지만 스스로에게는 편리하면서도 합리적인 척하는 결론으로 다이렉트하게 이르는 것 같다.




어제 아내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굉장히 무례하게 구는 특정 국가에서 온 학생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 들어 아내가 여러 번 그 학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걸 목격했다. 내가 들어봐도 사람 대 사람 간의 기본 예의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같은 반 학생 중 같은 국가 출신 동일한 성별의 다른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건 절대적으로 개인의 문제지 그 사람이 그 나라에서 받은 영향 때문에 생긴 집단적 혹은 문화적 문제가 아니라는 (그렇게 생각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하다. 우리가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든 일이 생겼을 때 , 나처럼 화가  많은 사람들은 먼저 그 출신성분을 주원인으로 지목하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할 경우 당사자들 간의 성격 차이 (사실, 상대방 개인의 성격적인 문제)나 상황적인 이유를 먼저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고 책임을 지우는 것보다 인격이 존재하지 않는 문화, 국가, 혹은 조직을 비난하는 게 더 쉬워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개인은 왠지 내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집단과 조직을 비난하면 결국 특정되는 개인은 없으니 인정사정없이 비판해도 좀 더 죄책감이 덜해서 그런 게 아니었나? 라는 자기방어적 변명이 떠오른다.


이렇게 반성문을 써 보지만, 솔직히 금방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똑같은 일을 겪게 되면 내 딴으로는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의 순서((1) 혹시 내 잘못? -> (2) 혹시 그럴 만한 상황이? -> (3) 이 사람 왜 이래? -> (4) 그들은 도대체 왜 그래?)에서 첫 세 질문을 건너뛴 채 마지막 (4)로 또다시 점프해 버릴까 걱정이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 '그들은 도대체 왜 그래?'가 결국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하려 한다. '그들은 도대체 왜 이래?'까지는 편견과 차별일 수 있지만, 한 발짝 더 나아가 그 대답이 '그들은 원래 그런 집단이기 때문에 나한테 피해를 줘’, ‘내가 저 사람들이랑 가까이하면 무언가 해가 될 거야', '저 사람들은 저래서 우리랑 분리시켜야 해' 등의 결론에 도달한다면 그게 바로 ‘혐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집단부터 탓하는 습관이 나를 우리를 혐오로 내 몰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집단 말고 먼저 개인의 문제가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물론 (1), (2)가 먼저이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인격수양의 갈 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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