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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nEnded Mar 06. 2024

나 자신의 모순성에 대한 인정과 리더십

'오펜하이머 리더십' 책을 끝마치면서

“형님, 왜 우산이 되어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십여 년 전, 같이 프로젝트 중이던 후배가 내게 울먹이며 말했다. 당시 다소 고압적인 프로젝트 매니저와 그 후배 사이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후배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게는 리더십 콤플렉스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 그렇게 좋은 후배도 아니었지만, 팀원들이나 후배들이 좋아하는 리더나 존경받는 선배는 확실히 아니었다. 앞선 후배의 경우도 그렇고, 팀장으로 일할 당시에는 왜 그렇게 감정이 널을 뛰냐며, 팀원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기 어린 피드백도 들어봤다. 따르는 사람이 많던 동료 팀장에게는 열등감 내지 시기심도 느껴봤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더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관심은 있었으니, 학교에서 리더십을 전공하게 되었다. 리더십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고, 학교에서 리더십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으며, 리더십을 주제로 종종 칼럼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나에게 있어 아직 개척되지 않은 리더십의 영역은 콤플렉스의 대상인 동시에 탐구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좋은 리더가 되어야만 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이러지 마셔야 합니다’라는 내 말과 글들은, 결국 좋은 리더가 아니었던 그리고 아직 좋은 리더가 되지 못한, 하지만 여전히 좋은 리더가 되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집착과 스스로에 대한 반성 내지는 원망, 때로는 내가 이렇게 리더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해도 되는가 까지도 뒤섞인 내 복잡한 마음의 표현이다. 이토록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 겨우 끝마쳐서 4월 초에 출간될 ‘오펜하이머의 모순과 인정, 그리고 리더십’ 이란 내 책이 곧 내가 가진 모순성의 증거이다.


지금 리더로 일하거나 곧 리더가 될 여러분들은 어떨까? 꼰대가 되기 싫어하고 또 되면 안 되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아간다. 더 좋은 리더가 되면 더 높은 성과도 기대할 수 있고 또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배웠지만, 직장에서는 리더십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내 리더십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부하직원들 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타인으로부터 평가받고 정의 내려지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안다. 그리고 내 글과 책에 나온 것들에 일부 동의하기도 하지만, 동의할 수 없거나 아니면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는 실천하기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이런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이건 여러분들이 가진 모순성과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증거이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모순적이다. 그런데 이 모두가 공평하게 처해 있는 모순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좀 다른 것 같다. 크게는 모순을 인정하는 사람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모순을 인정하는 이들은, 그 모순과 균열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균열을 조금이라도 더 메꾸거나 아니면 모순된 것들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숨기는 이들은, 다시 말해 자신의 결함을 직시하지 않는 이들은 남들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치부를 포함한 현실과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진실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겪어내야만 한다. 스스로의 내면과 자신의 삶 속에서의 실수나 오판에 대해 후회와 그 이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내야만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더 나은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모순과 인정이라는 촉매제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지속시켜야 한다.


이것으로 리더십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이 리더십에 대한 글을 쓴다는 모순이 설명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여전히 부족한 나 자신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쉽지만은 않았던 오펜하이머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쓰는 과정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한 가지 더 욕심을 부리면, 다른 분들 역시 자신만의 노력을 통해 더 나은 한 사람이, 더 나은 리더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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