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기준으로 결말만 조금 아쉬운
보통의 가족을 보고 왔습니다.
원작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상류층의 도덕적인 부모가 자식의 일에 대해서는 마음이 달라진다는 정도만 알고 있던 정도였습니다.
사실 자식이 교통사고를 내는건가 하는 정도로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고 있었죠.
그래서 좀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너무 만족했습니다.
스토리는 사실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스포츠 영화나 로맨스 영화가 스토리는 다소 뻔하지만 그 과정을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듯이, 이 영화도 인간이 돌변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어딘가 큰 새로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다소 단순한 이야기를 굉장히 몰입감있게 만들며 끌고가는 연출이 너무 좋았습니다.
플롯이라고 하나요. 사건들을 보여주는 순서와 방식이 끊임없이 관객의 기대를 뒤집으며 한시도 눈을 떌 수 없게 만듭니다.
또한, 아주 디테일한 인물묘사가 캐릭터의 입체감과 극의 두께를 더해줍니다.
단순한 예로, 김희애와 장동건이 아들 교육 문제로 통화를 하는데, 내용은 아들이 장동건 병원에서 인턴을 할 수 있게 손을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장동건은 평소 원칙주의자고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좀 곤란해 하는데 김희애는 자식문제인데 이럴때는 좀 유연하게 하라고 하죠. 그러자 장동건이 마지 못해 '알았어' 라고 하는데 그 대답을 듣자마자 화가난다는듯이 그냥 끊어버립니다. 분명 '알았다' 고 했는데, 부부생활을 통해 장동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김희애는 그 대답이 말만 '알았다' 이지 결국은 안할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 둘의 캐릭터와 관계를 그 장면 하나로 너무나 잘 보여주었습니다.
역시나 장동건은 말만 알았다고 했을 뿐이지, 마지못해 아들에게 이야기하며 결국은 하지 않는 쪽으로 대화를 유도해 갑니다. 딱 장동건스럽죠. '알았다' 고 했으니 자신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 그 말은 지켜야겠어서 말은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죠. 화가 났을때 인턴에게 필요이상으로 한소리를 하고 그러면서 또 환자에게는 인사하는 무언가 겉과 속이 다른 인물임을 계속 보여줍니다.
체면을 위해 겉은 계속 임시방편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가지만 속은 보통 사람과 다를바 없는 인물인 것이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마저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노모를 모시는 문제도 비슷합니다. 체면과 도리 때문에 모시기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는 일은 많지 않고, 형이 요양원을 제안하자 입으로는 바른 소리를 하지만 아들이 고3이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아내의 입장 그리고 사실은 조금 지쳐왔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결국은 그 제안을 수용하게 됩니다.
장동건은 그런 캐릭터 입니다. 이렇게 쓰다보니 이 영화는 장동건이 주인공인 영화 같습니다.
많은 장면과 대사들로 그의 내면을 서서히 드러내며 보이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그 안에 있는 진짜 그를 조금씩 꺼내어 보여주다가 마지막에는 폭발하듯이 그는 이런 사람이다! 를 규정하며 보여주죠.
어찌보면 그것은 인간 보편의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동건이라는 사람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리고 자식이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폭발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같습니다.
중간에 노모의 대사로 의미심장하죠. '저것이 순해보여도 그렇지 않은 놈이라고..' 독한 놈이라고 했는지 무서운 놈이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중요한 대사였습니다.
그에 반해 설경구는 다른 의미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입니다.
겉으로보면 냉혈한 변호사이며, 예쁘고 어린 여자와 재혼한 전형적인 속물 엘리트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장동건의 속을 한꺼풀씩 벗겨가는 양파같은 모습으로 설경구의 속도 한꺼풀씩 벗겨갑니다.
그는 수현을 진정으로 삶의 반려자로 생각했기에 결혼을 한 것이었고 시종일관 진심으로 대합니다.
그리고 처음 그 교통사고 사건을 수임할 때도 그다지 내켜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정말 돈만 아는 사람이었다면 나서서 그 건을 맡으려고 했을 것이고, 위선적인 사람이었다면 맡을때 맡더라도 한마디 더 얹거나 토를 달았을 것인데 그러지 않았죠. 그냥 '내가 꼭 해야하나?. 오성 셋째라고?" 그렇게 그냥 담백하게 끝냅니다.
그리고 그 이후 보이는 모습들도 상식선에서 할만한 일들을 하죠. 노모의 요양원 건이나 그 오성 셋째를 대하는 태도도 굳이 말을 보태지 않지만 그가 적어도 '쓰레기'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 합의에 있어 그 오성 셋째의 사과가 필수는 아니었겠지만 인간의 도리로 가서 사과하라고 권유하는 것으로 보였거든요.
그리고 점차 딸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며 그는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성숙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결말로 치달으며 파국으로 끝나게 되죠.
저는 장동건의 마지막 행동은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도덕적이지 않아서라기 보다 그 방법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죠. 수현도 있고 레스토랑에서 싸운 모습도 다 보았는데 단순 실수로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이고, 아마도 담당검사는 진범이 누구인지도 아는 상황 같은데 그럼 결국 어떤식으로든 자신의 아들 문제는 붉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죽인 것이며 자신 또한 살인자가 되기 때문이죠.(죽었다는 전제하에)
그래서 아마도 감독은, 장동건이 원래 좀 다혈질에 폭력적인 사람인데 그것을 억누르고 역으로 선한척 살아온 것이다 라는 장치들을 심어두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결국 장동건이라는 특이한 사람이 특수한 사건을 만나 폭주하는 이야기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제목은 보통의 가족이지만 그 가족은 절대 보통의 가족이 아니죠. 싸패급 딸이 있는 부모와 분노조절장애인 아빠가 있는 가족이죠. 장동건 아들은 장동건 말처럼 그렇게 문제아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정상범주에서는 벗어나 있고 마음 깊은 곳에 분노도 있지만 설경구 딸보다는 조금 더 개선의 가능성이 큰 아이이죠. 역으로 더 나쁘고 영악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그 정도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장동건, 설경구 두 부모의 입장 차이는 자신들이 보아온 자녀의 모습의 차이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장동건도 아마 자기 딸이 설경구 딸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됬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이 영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연기는 말할 것 없이 다 너무 좋습니다. 특히 두 아이의 연기는 일품이죠. 연출 또한 너무 좋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로 각 씬마다 긴장감을 불어 넣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보았을 때, 저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충격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그저 그 충격 이외에 그다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원작인 더 디너 영화도 찾아보았는데, 거기에서는 장동건 역의 배우가 애초에 너무나 순한 인상입니다. 그래서 그가 그런 변해가는 모습, 마지막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반전으로 다가오고 충격적이죠.
(그리고 엔딩에서 사고가 나는 소리만 들려주지, 그렇게 사고 후 장면과 사고낸 사람의 표정까지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게 또 좋더군요)
헌데 이 '보통의 가족' 은 장동건이 변해가는 모습이라기 보단 장동건이 원래 모습을 드러내가는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애초부터 장동건의 인상이 선한 인상으로 보이기 보다는 감정을 억누르고 가면을 쓰고 있는 인상으로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모든 것을 망치는 파국적인 행동이라니.. 원작에서는 살인을 하면서까지 아들을 지키고자 했던 모습이 있었다면 보통의 가족은 그저 화를 참지 못해 분풀이를 하는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아야 겠지만 지금까지의 저의 감상은 그렇습니다.
보면서 너무 좋았고, 너무 만듦새가 좋은 영화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라인(결말까지)은 조금 아쉬웠다 입니다.
덧으로, 수현님 연기도 너무 잘 맞았고, 설경구님 연기가 너무 좋아 그 표정 보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