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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의 옆면 Jun 18. 2024

회계는 사실인가 의견인가

회계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오늘은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막상 생각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것은 "회계상 숫자는 모두 특정 기준에 의해 산정된 숫자이다." 라는 것 입니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재무제표를 만든다' 라고 합니다. 만든다는 것은 재료들을 가지고 조합하고 다듬어서 어떤 결과물을 내어놓는다는 의미이죠. 


회계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회계상 결과물인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해, 실제 거래들을 파악하고 그 거래를 회계기준에 맞게 기록하고, 다시 그 기록들을 회계기준에 맞게 취합하고 평가하여 재무제표를 만들게 됩니다. 


과거의 사건들을 문자를 통해 기록하면 역사이고, 숫자를 통해 기록하면 장부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역사가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라고 했다고 하죠.


저는 '회계도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 서술에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모든 방법에 불구하고 그 서술에는 필연적으로 필자의 주관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필자의 주관에는 필자 개인의 경험과 시대상 등이 반영되게 되겠죠.


회계도 역사 만큼은 아니지만, 그것의 작성자가 존재하고 필연적으로 그 작성자의 주관이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회계는 그 정보의 이용자가 그 작성자를 견제하고자 하는 유인이 비교적 명확한 분야이기에, 작성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 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고안해 내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회계기준과 회계감사 제도 입니다.


회계기준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유형의 경제활동들에 대해서 그것을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방법을 정해둔 것 입니다.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아서 이렇게 기준들을 정해두지 않으면 모두가 나름의 타당한 사정으로 똑같은 거래도 각자 다르게 기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단순한 예로, 어떤 회사가 100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해보면.  기말이 되어서 장부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이 100달러를 재무제표에 기록하려면 원화로 환산을 해야합니다. 그럼 이때 어떤 환율을 써야하는지 모두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는 본인이 우수고객이라 우대환율을 적용하고자 할 것이고, 누구는 보수적이라 현금으로 팔때 기준의 환율을 쓰고자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런것에 관심이 없어서 그냥 연평균 환율을 쓰고싶을 수도 있죠. 그래서 회계기준에서는 일반적인 외화자산의 경우 마감일의 고시환율을 쓰라고 정해두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외국환중개 매매기준율 사용)


이렇게 비교적 명확하게 떨어지는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분식 사례에 가장 자주 활용되는 항목인 감가상각비를 보면. 회계기준상으로는 유형자산을 매입한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맞는 방법과 내용연수로 상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준에서도 이 이상의 규정을 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유형자산이라는 것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그 사용방법도 각자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자동차를 매입한 경우만 보아도 그 자동차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용연수는 천차만별이 될 것 입니다. 똑같은 기계장치를 매입한 경우에도 누구는 잘 관리해서 10년을 쓸수도 있고, 누구는 사용량이 많아 5년밖에 사용하지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헌데 기계장치가 한 100억 정도 한다면, 이것을 5년간 상각하는 것과 10년간 상각하는 것은 향후 실적에 아주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되죠.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우를 포괄할 수 있는 타당한 기준을 세워두고 이것에 맞게 회계처리 하였는지 회계감사를 통해 점검을 해보는 것 입니다. 하지만 감사를 받았다고 해서 이런 추정들이 모두 실질에 맞게 되었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감가상각의 경우만 보아도 현재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국 회계상 숫자들도..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보다 더 실질에 근접해 가도록 노력하는 과정들이 아닌가 합니다. 회계기준이라는 것들도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맞춰 계속 변화해가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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