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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의 옆면 Jun 01. 2024

하이브-민희진 사건에 대한 생각

이 글은 제가 회계사로서, 회사의 경영/재무 라는 관점에서 저의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이 하이브-민희진 사건은 경영적으로 상당히 의미있고 재미있는 케이스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대주주와 소수주주간의 이해관계 충돌시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하는 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고,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엔터산업이라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일반적인 산업과는 조금 다르게 바라보아야 하는 부분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것은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보통은 어떤 회사의 이익과 그 회사의 대주주의 이익은 대부분의 경우 일치합니다. 즉, 어떤 회사의 대주주로서 자신의 자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그것은 곧 그 회사의 대주주인 나의 이익이 됩니다.


그런데 하이브의 경우에는 그 멀티레이블 체제에서 조금 다른 이해관계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그리고 대주주와 소수주주

하이브 입장에서 어도어의 뉴진스는 너무나 좋은 성공 모델입니다. 


자본은 그 특성상 투하자본과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길을 찾아가게 되어 있고,  그래서 하이브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잘나가는 자회사의 성공방식을 아직 그렇지 못한 자회사에 적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도어의 입장에서는, (실제 모방을 했는지와는 별개로) 대주주의 다른 자회사가 자신들의 핵심자산을 모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어도어라는 독립법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가치와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대주주에게 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였고 대주주인 하이브 입장에서는 아니 대주주인 내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사안에 대해 왜 자회사가 반기를 드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설렁 그로인해 어도어의 가치가 조금 훼손되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주인인 내가 괜찮다는데 왜 불만을 제기하냐는 것이죠. 


이렇게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본 베이스 위에 문화산업이라는 엔터업의 독특한 특성이 더해지며 일은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됩니다. 



엔터산업

일반적인 회사이고, 산업이었으면 어떤 상품의 성공은 거기에 자본을 투자한 사람이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실제 보상도 그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룰 입니다. 


헌데 문화 산업이라는 것에서는 투자와 수익회수라는 외양은 일반 산업과 동일하지만 그 성공에 있어 기여도라는 측면에서는 그 문화상품을 만든 주체가 투자자 못지 않게 나름의 지분과 때로는 그에 따른 저작권을 갖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기생충은 바른손이엔에이의 자금으로 제작된 것이고, CJ가 배급을 맡았죠. 그로 인해 기생충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단순화하면 모두 바른손과 CJ 가 가져가게 됩니다. 하지만 기생충을 실제 촬영하고 만든 것은 봉중호와 배우들이기에 기생충의 성공에 있어 감독과 배우들의 공은 아주 중요하게 인정됩니다. 만약 바른손이 기생충을 모방한 다른 영화를 만들었고, 바른손의 입장에서 기생충은 내 영화인데 내가 내것을 복제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 라고 한다면 선뜻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 것은, 이 지점에서 우리 각자가 느끼는 소위 '자원' 에 대한 희소성 판단이 각자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생충의 성공에 있어 거기에 투자한 자본이 더 희소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 것이냐 아니면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낸 봉준호와 배우들이라는 자원이 더 희소하고 중요한 작업을 한 것이냐에 대한 판단이 각자 다르다는 것이죠. 


전자인 자본이 더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보는 쪽에서는 기생충은 바른손이엔에이의 것이라고 볼 것이고, 후자인 감독과 배우들이 더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보는 쪽에서는 기생충은 봉준호와 배우들의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법적인 소유권이나 사용수익권과는 다른 개념에서 입니다.



너무 복잡한 방정식

그럼, 이제 하이브와 어도어 그리고 민희진의 관계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이들은 모회사와 자회사, 그리고 대주주와 소수주주, 투자자와 경영자라는 아주 복잡하고 복합적인 방정식으로 엮인 관계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엔터산업이라는. 일반 산업보다는(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투자자본의 기여도에 비해 그 실행자의 기여도도 상대적으로 높게 쳐줄 여지가 있는 산업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이브는 내가 뉴진스를 복제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이며 그로인한 경제적 효과도 내가 가장 크게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민희진 입장에서는 어도어의 경영자로서, 그리고 어도어의 소수주주로서 어도어의 이익을 극대화할 유인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어도어의 이익은 뉴진스라는 주요 자산의 가치와 직결되고 엔터업에서 그 가치는 그 IP 의 고유성과 희소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기에 뉴진스를 소위 모방으로부터 보호할 아주 큰 유인이 있는 것 입니다.

게다가 민희진 입장에서는 어도어의 성공에 대하여 자신의 기여도를 판단함에 있어 하이브와 괴리가 있을 가능성 또한 높은 상황이었죠. 즉 대주주가 누가되든 나는 상관없다. 어디서든 이만큼 할 수 있다의 스탠스일수도 있죠.


이렇게 복잡다단한 역학관계속에서 갈등이 점증되고 결국은 터져버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

하이브가 옳다는 분들의 입장은, 아마도 투자자본의 역할에 더 큰 중요도와 가치를 두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당히 옳은 시각인게, 실제 돈이라는 것은 모든 일을 시작하게 하는 근본이고 일이 굴러가게 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자원입니다. 그리고 하이브는 160억이 넘는 자본금 외에 소스뮤직에 지급한 연습생 이전비, 그리고 민희진에게 20% 지분을 부여하며 그 지분을 매수할 자금까지 대여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민희진이 하이브를 배신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죠.


민희진이 옳다는 분들의 입장은, 아마도 그 투자자본보다 민희진이라는 사람의 가치와 중요도를 더 희소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도 나름 타당한 생각인 것이, 하이브에서 비슷한 금액을 투자한 많은 레이블 중에 어도어가 상대적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가장 가치있는 자원인 민희진을 잘못 다룬 것은 하이브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죠.



가처분 결과

가처분 결정문은 요지는 단순한 것으로 보입니다. 


>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자회사 경영진은 모회사의 이익에 반하더라도 자회사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을 할 수 있고, 그것은 모회사에 대한 배신은 될 지언정 자회사에 대한 배임은 아니다.


법인은 각각이 개별 실체로서, 각자가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법인(경영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는 주주를 선택할 권리까지 있다는 것이죠. 



결정문 상에서 민희진의 행동을 어도어의 이익을 위해 하이브를 배신한 것으로는 보고 있어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모한 것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적어도 민희진이 어도어의 지분 20%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 이상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계획한 일은 아닌 것으로 일단은 보려고 합니다. 

이 부분이 제가 이 사건을 누군가의 개인적 이득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경영구조때문에 벌어진 사건으로 보게된 이유입니다.



추가적인 생각

주주간계약에서 임기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배신이나 배임여부에 관계없이 이런 가처분은 인용되지 않았을 것 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작단계에 있어서는 민희진이 하이브를 믿은 것 이상으로 하이브도 민희진을 믿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 부분에서 조금 분명하게 짚고 가고 싶은 것은, 민희진에 대한 하이브의 호의 부분입니다. 하이브(방시혁)가 민희진에게 상당한 호의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법인까지 차려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호의는 민희진을 선택했다는 부분까지이지 그 이후의 계약에서도 실제 가치보다 더 호의를 배풀었는지는 조금 냉정히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희진이 갖게된 20%의 지분을 저는 하이브의 시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당시 민희진은 하이브의 입장에서 꼭 잡아야하는 인재였고, 뉴진스로 그것을 증명했기에 20%의 지분을 주며 계속 어도어에 남겨두고자 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13배의 풋옵션도 서로 동의할 만한 수준의 협상이지 한쪽이 다른쪽에 크게 잘해준 것으로는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비상장사의 지분을 부여할 경우, 풋옵션을 주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조치는 우선매수권 정도일 것인데, 우선매수권은 하이브와 민희진 모두에게 너무 리스크가 큰 옵션이었을 것 입니다.

누군가 어도어의 지분 20%를 20배수를 주고 사겠다고 하면 하이브는 엄한 곳에 자회사의 지분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위해 20배수의 돈을 주고 사야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고 혹 누가 30배를 부르기라도 한다면 상당히 곤란해 질 수 있겠죠. 반면에 시장상황이 좋지 않고 어도어의 실적도 좋지 않아 또는 민희진이 나간 어도어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아무도 민희진의 20% 지분을 사고싶어 하지 않거나 5배 정도로만 사고 싶어 한다면 민희진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기에 상호 13배 정도로 합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업이익이라는 숫자의 회계적 불확실성은 차지하고서라도..)


이렇게 계약은 계약대로 상호 적정선에서 이루어졌지만, 그것과 별개로 방시혁은 대주주이며 절대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민희진에게 최소한의 호의 표시 또는 대화의 제스처는 취해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즐거우세요 라는 카톡도 보기에 따라 비꼬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말주변 없는 상사가 그래도 오랜만에 말이라도 터보려고 보낸 카톡으로도 볼 수 있어 보이거든요. 그렇게 말안듣는 자회사 사장이 나갈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하면 누구라도 폭발하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론적으로, 민희진은 너무 강경해서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놓쳤고, 방시혁은 민희진을 내보내는 방법을 잘못 선택한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째뜬 민은 방을 배신하려 했고, 방은 민을 거의 생매장하려고 했으니 그렇게 한번씩 주고 받은 것으로 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안으로 보입니다. 

민도 생각보다 약한 자회사 직원이 아니었고, 방도 생각보다 만만한 모회사 오너가 아닌 것을 서로 확인한 것이죠.  이 상태에서 민을 해임하면 과연 하이브의 기강이 바로 설까요. 그리고 그렇게 바로선 기강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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