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세는 점점 개별화되어가고 있지만 누가뭐래도 패키지 여행의 가성비를 따라올 상품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 바로 국내여행 패키지(이후 국내팩으로 칭함) 상품이었으니까.
국내팩 상품은 해외여행 패키지(이후 해외팩) 상품과 마찬가지로 꽤 오래 전부터 만들어져 있던 상품이다. 언어 소통에도 문제가 없고 대부분자가용이 있는데 누가 국내여행을 패키지로 가냐 하겠지만 예상 외로 국내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 얼마전 놀면뭐하니에도 멤버들이 국내팩으로 철원과 구봉도에 다녀오지 않았던가.
대형 여행사들에서는 해외팩 상품의 위세에 밀려 여행사 홈피 카테고리에 국내 여행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나(대부분은 제주 여행이었고 그나마도 제주 항공권, 렌터카, 호텔 같은것들을 팔던 코너였으며 홈페이지 구석 어딘가에 처박아둔 경우가 대다수) 코시국에 아무도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자 돌아다니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은 국내 여행 패키지 상품을 기웃대기 시작한다. 귀퉁이에서나 찾을 수 있었던 국내 카테고리가 홈피 메인에 전시되는 기염을 토한 시기가 코시국이었다.
특히나 잘 팔리는 것은 '뭔가 멀리 떠난 느낌을 받고싶어!' 라는 니즈를 충족한 울릉도, 제주도 같은 섬 여행이다. 원래부터도 대형 패키지 여행사들도 국내 섬 여행 몇가지는 갖다 놓았었다. 게다가 코시국에는 개점 휴업 상태였던 소규모 여행사들까지 달려들어 너도나도 울릉도 상품을 가져와서 팔았다. 코시국 전에 울릉도에 공항이 열렸었다면 아마 울릉도는 3~4년간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 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올스탑 되었던 시기에 국내여행 손님이라도 돌려서 여행사들이 매출을 근근이 만들었으니 돈 못번다고 천대받던 국내팀이 코시국엔 얼마나 귀한 존재가 되었을지 안봐도 비디오다. (국내팀 화이팅!!)
국내팩은 대부분 당일 여행이고 길어야 제주도 또는 울릉도 3박이 최장이다.
국내팩은 대표적으로 H투어의 내 나라 여행(아마 하나강산으로 불렀던듯. 웹투어가 국내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이 있고, 그 외 해외팩 회사들에서 조금씩 운영하는 국내상품들이 있다. 이 여행사들 외에 국내전문인 코레일투어, 하늘투어, 아름여행사, 스타투어, 동백여행사, 파랑새투어 등이 있다.
국내팩의 장점은 가격, 가성비, 여행지 정보 제공을 꼽을 수 있다. 일단 가격이 꽤 저렴하다. 당일 상품의 경우 3~4만원정도다. 기름값, 톨비, 관광지입장료, 주차비 등등에 내가 운전하는 노동력+피곤함까지 생각해보면 싸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장거리운전을 안한다는 것 만으로도 운전자들은 환호할테니.
그리고 일정이 알차다. 아침 6시~7시 사이에 만나서(보통 영등포-서울역-잠실 순서로 손님을 픽업한다)빠르게 관광지로 이동한 뒤 2~4군데를 투어한 뒤 저녁 7시에 서울에 내려준다. 버스전용차선을 타니 빠르고, 여행사들 노하우로 덜 붐비는 시간에 관광을 샥샥 하고 돌아오는 것. 또한 각 지역 지자체들과 연계하여 지역사랑상품권을 손님들에게 주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마지막 장점은 가이드다. 국내팩에도 동행가이드가 있다. 여행은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라 가이드의 설명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무리 우리나라라고 한들 우리가 얼마나 그 장소에 대해서 알겠는가. 역사학자나 지리학자나 그 지역 전문가들과 같이 여행다니는게 아닌 이상 그냥 아, 여기가 그 관광지인가보다 하고 그냥 돌아다니는 일이 흔한데 국내팩 팀을 따라다니면 가이드님이 해당 지역에 대해 버스에서 설명을 해주셔서 뭔가 그 관광지를 더욱 의미있게 볼 수 있다.
단점은 패키지이다 보니 무한 체력을 요하는 것이다. 국내팩도 해외팩과 마찬가지로 7시 출발, 19시 해산 또는숙소입실의 패턴이었으니.
내 경우에는 항상 자차로 국내여행을 다녔는데 국내팩을 자주 이용하시는 시어머니가 같이 가자 하신것이 시작이었다. 올해 여름휴가는 시댁식구 전체가 남도 2박 3일 상품을 이용했다. 사실 국내든 해외든 가족여행은 패키지가 짱이다. 자고로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개별로 준비하면 준비하는 사람만 죽어나고 욕만 먹고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기 쉬운 것 아닌가ㅋㅋ 그러니 가족불화가 생기기 전에 패키지로 차려진 밥상에 얹혀있는게 모두가 평화로운 방법이다. 요즘은 리무진버스도 많아져서 좌석도 매우 편하니 부모님 모시고 다녀오기도 좋다. (물론 부모님들이 국내팩의 주고객이라 우리들보다 훨씬 많이 다녀오셨을 수도 있다.)
자유롭게 다니는 여행도 재밌지만 이렇게 가성비투어를 다녀보는 것도 좋았다. 특히 이렇게 지방에 투어팀이 들어가는 것이 그 지역 상권 활성화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남도투어를 가보니 그동안 내가 찾아다닌 유명관광지 같이 북적대는 곳들도 있지만 유령도시처럼 썰렁한 곳들도 많았다. 숨어있는 관광지들이 완전 많았는데 이렇게 멋진곳이 너무 한적해서 놀란 곳들도 있었다. 많은 지자체들이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편의시설들을 잘 갖춰놓은 곳들이 많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이 많은 것을 보니 내가 너무 내나라관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광고로 도배된 포털 정보에 의지해야되는 경우도 많고 입소문 탄곳들은 이미 인파로 바글거리니까. 그래서 이렇게 국내팩으로 한번 와보고 맘에 드는 곳은 개별여행으로 여유있게 다시 와보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가성비투어해서 좋고 지역사회들은 상권이활성화되어 좋고 여행사는 돈벌어서 좋고. 이러니 점점 국내팩 인기가 좋아질 수 밖에. 잘 사용하면 유용한 상품이니 한번 이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