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이영상 선생님과의 인연은 코로나19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교감선생님과 학교도서관 사서로 만났던 그 때,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온 저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 궁금한 것이 한가득이었지만 당시에는 질문을 마음에만 담아두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4년 2월, 선생님의 정년퇴임식이 하나고등학교(이하 하나고)에서 열렸고 덕분에 이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교육자의 역할을 이어가시겠지만 정년퇴임이라는 핑계를 들어 대한민국 최고 교육기관들에 몸담아 오셨던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자사고를 설명하시고, 어떤 교육관을 갖고 계신지 여쭤봤습니다. 먼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해봅니다.
인터뷰는 크게 선생님의 교육관, 자사고와 관련된 의견,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의견들로 진행됩니다.
Q. 정년퇴임을 축하드립니다. 하나고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남과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고 항상 만남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학 졸업 후 지난 40년 동안 유학,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교육사업, 하나고를 거치며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었고 새로운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제 인생의 다섯 번 째 변곡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어떤 새로운 꿈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Q.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학교들에 몸담아 오셨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하나고등학교까지. 선생님의 교육관은 무엇이었나요?
A. 제 교육경력은 좀 특이합니다. 대학 졸업 후 영어에서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미국에서 9년 간 유학 후, 학원과 일반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민사고에서 9년 간 우수한 학생을 가르쳤고, 40대 후반에 교육컨설팅 사업을 하다가 50대 중반에 하나고와 인연이 닿아 8년간 교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런 교육적 경험을 통해서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그쳐서는 안 되며, 학생들이 훌륭한 인성, 도덕성, 사회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며, 학생들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관심분야를 스스로 찾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해 나가도록 지도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교사는 학생에 대한 관심과 학문적 겸손함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민사고 이래로 제가 꿈꿔왔던 교육은 학생들이 행복한 배움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관심분야와 꿈을 찾고, 어느 학생도 소외되거나 포기하지 않으며, 과정과 이해를 중시하고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서 자기주도적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교육입니다. 이것은 학생 중심의 개별교육과정과 자기주도적 교육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자사고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A. 자사고는 수월성 교육을 통해서 표준교육모델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일반 학교의 하향평준화를 막고자 일반고의 대안으로 출발했습니다. 선택교육과정의 확대로 우수한 학생들을 양성하며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교육의 양극화로 사회적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자사고 제도의 존립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고들도 대안을 찾는 과정에 있습니다. 자사고가 교육의 질적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도 많지만 문제점도 일부 있습니다. 많은 자사고들이 세상의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며 표준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고, 인성, 사회성, 창의성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교육과정과 평가에 미반영하고 있으며, 과정보다는 내신과 입시 실적 같은 결과를 여전히 중시하며 교육에 대한 질적 접근보다는 양적 접근(수업일, 수업시간, 진도, 점수, 등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학과 중심의 단절된 교육과 공급자(학교, 교사) 중심의 교육으로 학문과 배움의 연결성과 자기주도성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습니다. 호기심, 창의성을 키우고 비판적 사고와 실패를 용인하는 교육적 여유와 환경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러한 상황과 현실은 일반고에서 더 심각해 보입니다.
Q. 자사고를 준비하는 중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입학 조언이 있을까요?
A. 자사고를 준비하고 선택하는 중학생들은 명문대 입학만을 목표로 준비하고, 명문대 진학 실적을 기준으로 자사고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 이보다는 미래 사회에 요구하는 인재상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하고 그런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과 사회도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학교와 학생들을 선호하기 보다는 창의성, 소통 능력, 협업 능력,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문제해결 능력와 같은 미래 인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합니다. 이런 교육적 가치와 역량은 여러 교과 활동과 교과 외 활동을 통해서 스스로 길러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미래형 인재교육을 목표로 하고 이것을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오랜 시간 자사고에서 교육활동을 하면서 생각해왔던 대학 입시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자사고를 포함한 특목고 폐지, 정시 확대, 수시 축소는 세상과 시대 정신에 역행하는 선택입니다.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교육의 질적 개선, 학생 중심의 개별 교육과정을 원하는데 정부는 문제의 인과관계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해결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교육 문제는 매우 복합적인데 한두가지의 단선적 관점(공정성, 입시 제도)로만 문제를 문제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런 단선적 관점과 해결책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면 교육의 본질과 효율성에서 멀어져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보완의 문제를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해결하려고 하며, 기회의 평등, 공정성, 제도적 변화에만 매몰되어 입시나 입시제도적 관점으로만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대학 입시 선발 기준에 미래사회의 인재상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미래의 대학과 사회는 융합적 창의성, 비판적 사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훌륭한 인성, 소통 능력, 협업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인재를 원합니다. 이 같은 요소들이 입학 전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학생과 부모들도 이에 맞추어 준비할 것이고, 그로 인한 교육적 효과와 파장은 상당할 것입니다. 자사고들도 이런 부분들을 교육과정과 입학전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자사고의 수월성 교육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긍정적 인식을 이끌어낼 수 있고, 자사고의 교육적 위상과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Q. 지금의 우리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A. 앞으로의 세상은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데 지금의 교육은 수동적이고 획일적인 사고를 가진 학생을 양산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질적인 교육을 원하는데 교육제도는 양적인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수요와 공급이 질적으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는 융합적 창의성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은 획일적인 입시교육이 아니라 아이의 개성과 관심을 살려줄 다양한 교육적 선택입니다. 이것은 과정을 중시하는 질적인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교육은 표준 교육, 양적인 접근, 결과 위주의 교육으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고, 엄청난 비용, 시간, 노력을 사교육에 쏟아넣고 있음에도 자녀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학교 교육에 자율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교장의 열정, 창의적 아이디어, 학생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담아내려면 단위 학교에게 교육과정과 운영에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의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교육과정 속에서 허용해야 하며, 평가가 이 과정을 기록해 상위 학교에 전달해야합니다. 단위학교에서 교육과정과 운영을 정부의 통제 하에 두려는 것은 표준 교육모델을 가지고 획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더 이상 표준화된 교육을 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런 통제적 교육모델로는 더 이상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창의성은 지적 호기심, 자기주도학습, 도전과 실패, 끈질긴 탐구과정,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닙니다.
세 번째 문제는 평가에서 발생하는 객관성의 오류입니다. 객관식 평가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 선진국들은 평가에서 객관식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객관식 평가는 양적인 접근이며, 공급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책임회피를 위한 선택입니다. 토론, 발표, 논술과 같은 질적 평가는 객관성이 떨어지고 평가권의 남용이나 비리의 잠재적 가능성이 있지만, 미래교육의 핵심 요소인 창의성, 인성, 사회성, 자기주도성을 교육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객관식 위주로 출제하거나 평가의 책임 때문에 객관식이나 단답형 위주의 지식평가를 한다면 우리는 교육의 질적 요소들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질적 평가를 반드시 교육과정에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가의 객관성과 정당성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평가위원회에서 다면평가를 통해서 해결하면 됩니다. 완벽한 해결을 위해서 객관식과 단답형 중심의 평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것입니다. 평가권을 교사에게 넘기고, 이를 폭넓게 인정해야 합니다. 평가권을 남용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교사는 영구퇴출 시키고, 학교 평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학교는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면 됩니다. 평가의 객관성을 추구하려다가 우리는 이미 교육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너무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왔습니다.
네 번째 문제는 경쟁에 대한 부정적 시각입니다. 물론 경쟁은 부정적인 면도 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본질적 가치가 없는 목적을 위해서 소모적 경쟁을 한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경쟁으로 인성이 피폐해지고, 모든 사람을 경쟁 대상으로 보고, 과도한 경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이 기본적인 삶을 보호받지 못하고 재기하거나 재도전할 수 없다면 그것은 건전한 사회가 아닙니다. 하지만 경쟁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절한 경쟁은 자본주의의 성장 원리이며, 꿈, 노력, 열정의 원천입니다. 사회적 기여나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는 경쟁시스템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스템입니다. 적절한 경쟁이 없으면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없고, 성장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습니다. 경쟁의 긍정적, 부정적 양면을 모두 보면서 사회적 선택(social choice)을 해야 합니다. 경쟁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경쟁의 목표를 입시 위주에서 사회적 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건전하고 공평한 경쟁 시스템을 고민해야합니다. 특목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을 없애려고만 하지 말고, 그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올바른 교육적 가치와 다양성을 가지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합니다. 동시에 공교육의 투자와 자율성을 확대해서 미국의 명문 공립학교처럼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반고와 입시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창의성, 인성, 소통, 협업,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같은 미래인재의 핵심능력 위주의 교육에 대해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특목고와 자사고와 별개로 정부의 교육예산으로 일반고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혁신해서 훌륭한 공립학교의 모델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해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영역에서 절대평가제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등수와 등급을 매겨서 비교하는 평가는 학생들에게 도전과 실패, 비판적 사고, 창의성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며 비생산적입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자신의 삶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질적 교육의 과정을 평가하고 기록하고, 대학에서 그러한 기록들을 근거로 학생을 뽑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 문제는 교육정책에 대한 단기적인 관점입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교육역사는 해방 이후 셀 수 없을 정도로 정권에 따라 바뀌어왔습니다. 모든 정권은 변화의 논리와 정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마다 바뀌는 단기적 처방으로는 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한 번 밖에 없는 자녀의 교육에 방향을 못 잡고 항상 혼란스러워하며 방황했습니다.
교육제도는 느리게 진화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처음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완되며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최근에 도입한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백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도 처음에는 경제적 강자만을 위한 제도라는 등의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보완되면서 공립학교에서도 보편화된 훌륭한 입시전형으로 거듭났습니다. 단기적으로 바뀌는 정책은 그것이 어떠한 정치적, 경제적, 교육적 이유에서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설사 훌륭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보완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육제도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 정착할 수 있는데 5년 단임제 대통령 체제 하에서 결과를 보려고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해방 이후 70년간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이를 알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에 접근해야할 시점입니다.
교육은 공공재입니다. 공공의 이익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정부 기관들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못하도록 기관장을 대통령이 임의로 해고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이들은 임기가 보장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라는 뜻으로 대통령보다 임기가 훨씬 깁니다. 우리나라도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을 설계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합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에서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교육 혁명을 시작할 시점입니다. 표준교육모델을 버리고 개별교육과정을 통해서 학생이 관심분야를 쫒아 자기주도적으로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사회의 핵심 능력인 융합적 창의성, 비판적 사고, 훌륭한 인성,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이 교육과정의 중심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객관적 평가의 오류에서 벗어나 탐구과정 속에서 연구, 발표, 토론, 논술 중심의 질적 평가를 해야 합니다. 교사를 신뢰하고, 문제점을 제도적으로 최소화하면서 학생의 평가권을 교사에게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공교육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개별 학교들이 학생의 질적 교육을 위해서 창의성과 열정을 가지고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최소한 십년지대계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자사고를 포함한 많은 우리 학교들이 경쟁 속에서 놀라운 발전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급변하는 세상과 교육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까? 자문해 봅니다. 서울대 수시 전형에서 전국 1~2위의 진학 실적이 성공한 교육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분야를 찾아서 행복한 삶과 배움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걸까? 우리의 교육은 누구를 위한 그리고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우리 학교에는 포기해버린 학생은 없는가? 우리 교육이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은 아닌가? 하위권 학생은 교육에 만족하는가? 중요한 인성, 사회적 지능, 시민성, 공동체의식, 리더십 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아이들이 창의성의 원천인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껏 꿈과 열정을 가지고 창의적 도전을 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우리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질문들에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 보았을 때 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보면 가끔 학교라는 배가 어디에 있는 지,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Q.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A. 이제 저는 위의 질문들에 답하고 싶습니다. 민사고 재직 시절 이래로 가져왔던 교육의 꿈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들이 행복한 배움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관심분야와 꿈을 찾고, 어느 학생도 소외되거나 포기하지 않으며, 과정과 이해를 중시하고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서 자기주도적으로 배우는 교육입니다. 학생 중심의 개별교육과정과 자기주도적 교육과정이 가장 높은 학습효율성을 가진 배움의 과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믿음은 다음과 같은 뇌과학적 사실에 기초합니다 : 우리의 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그 행위의 중심이 되었을 때 동기유발이 가장 잘 되며, 학습과 배움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자신이 배움의 중심이 되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때 뇌의 전두엽에서 효율적 학습에 필요한 신경물질들(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어 뇌의 학습기능을 활성화합니다.
많은 학교에서 시도하는 선택형 교육과정이나 교육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는 개별교육과정으로 가는 과도기적 교육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선택형 교육과정이나 고교학점제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메뉴에서 선택하는 것이고, 그 선택지에 자신의 꿈, 목표, 관심을 담아내는 부분이 없다면 개인에게는 궁극적으로 적합한 교육과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꿈꾸는 교육과정은 어떤 학생도 소외되거나 포기되어지지 않고 자신의 관심과 목표에 기초한 자신만의 개별교육과정 입니다. 헌법의 진정한 교육평등권은 학생을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동등하게 또는 평등하게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환경과 교육기회가 다르게 주어진 다양한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동등하게 받을 권리입니다. 따라서 표준교육모델에 기초한 초중등교육법, 교육부와 교육청의 획일적인 규정과 지침, 모든 학생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나이스 시스템 등은 개별화된 교육평등권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개별화된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동등하게 부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표준교육과정을 넘어 각각의 학생들에게 맞는 맞춤식 개별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법과 규정, 학교, 교육과정, 교사의 역할, 학교문화, 교육방식, 가치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헌법의 교육평등권을 구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창의성, 인성, 사회적 지능, 훌륭한 시민의 자질,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모두 강조하고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런 역량을 교육과정과 평가에 담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배운 것을 수동적으로 잘 흡수하는 학생이 성적을 잘 받지만, 창의성은 기존의 배운 것에 대해서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고 뒤집고 대안을 찾고 실패를 무릎 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안타깝게도 현 표준교육시스템 하에서 이런 노력을 하는 학생은 성적을 잘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점수, 등수, 결과 위주의 경쟁적인 양적 교육과 그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교육과정과 그런 평가 결과로 학생을 뽑는 입시제도 때문에 이런 창의적 교육과 배움은 사실상 포기되거나 실종되어 왔습니다. 인성과 시민성 교육도 사실상 가정에만 맡겨져 왔고, 심지어는 가정에서도 언제부턴가 교육의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중요하다고 모두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감 있게 인성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도 인성을 교육하는 과목이나 교육과정이 없습니다. 올바른 인성교육은 교육의 본질이자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명문학교이며 인재 배출의 산실인 미국의 Phillips Exeter Academy는 학교 설립 이래로 현재까지 학교의 교육목표를 훌륭한 인성과 지혜, 그리고 사회적 기여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설립자인 John Phillips는 훌륭한 인성교육을 통해서 배움과 지식을 인류를 위해서 선하게 사용할 줄 아는 인재를 교육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에게 훌륭한 인성과 도덕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며, 지식이 없는 선함은 나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질문과 토론이 있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도덕성, 배려, 신뢰, 공동체정신, 자연과 자신의 소중함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교육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교육이 없으면 미래사회를 이끌 리더가 지식, 권력, 기술을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으로 사용하고, 인간성과 사회적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잘못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ICT혁명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 속에서 교육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합니다. 우리의 교육이 누구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교육시스템과 교육과정이 각각의 모든 학생들을 위해서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 중심의 개별교육과정과 자기주도적 교육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평균적인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서 교육해야 하며, 학생들이 배움을 즐기며 자신의 꿈을 향해서 나가는 방식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Q. 향후 선생님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A. 이제 다음 10년의 도전과 목표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저의 민사고와 하나고의 경험을 살려서 자기주도적 개별 교육과정, 창의성 교육과정, 사회적 지능 교육과정에 기초한 새로운 역량 중심의 미래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두 번째는 지방의 인구감소 지역에서 폐교되는 학교를 살려 해당 지역의 교육인프라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영상 선생님의 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력 >
1985년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 학사 (사회학 부전공)
1987년 미국 North Carolina 주립대 (Greensboro) 사회학 석사
1987~1994년 미국 Chicago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 경력 >
Alpha Kappa Delta (International Sociology Honor Society) 멤버 : 1986~1987년
파고다외국어학원 영어회화/스크린영어 강사 : 1994~1998년
서울 휘경여자고등학교 영어교사 : 1998~2000년
민족사관고등학교(KMLA) : 2000~2008년
교무부장, 국제계열 Head Advisor, 대외협력실장, 영어리더십캠프(GLPS) Director
(주) Edusoft & Associate 대표이사, 교육원장 : 2009~2010년
(주) FunStation 총괄 교육원장 : 2009~2010년
에듀소프트 아카데미 & 컨설팅 대표 & 원장 : 2010~2016년
한국학생외교위원회(KSCFR) 위원장 : 2014~2016년
영국 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University Counselor 연수 : 2016년 6월
하나고등학교 교감 : 2016.8~2024.2
< 저서 >
College Application Essays I & II (Princeton Review, 월드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