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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19. 2024

돈먹는 하마, 골프

우리 부부는 직장인이고 그간 딱히 돈드는 취미가 없었던 터라(한동안 방탈출카페를 쫓아다녔던 정도?) 월급을 받으면 생활비 외에는 저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소비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기에 큰 지출을 하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골프를 시작하면서 지출의 규모가 어마무시해졌다. 워낙 골프시장에서 쓰이는 돈 단위가 크다보니 지금은 비싼 용품을 봐도 무감각해질 정도. 게다가 부부가 같이 하니 모든 돈은 두배로 지출이 되니 더 크게 느껴진 것도 있을것 같다.


금부터는 대략 내가 쓴 가격을 기록한 것이니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발생한 지출은 연습장 + 레슨비다.

골프를 처음 배울 때 당연히 들어가는 비용이지만 이 비용은 지역별, 연습장별로 천차만별이다. 연습장이용료, 레슨비, 라커사용료가 별도다. GDR 기준으로 3개월에 종일권 4~60만원, 레슨은 쿠폰제로 하기도 하고 개월로 끊으면 3개월에 3~50만원, 라커는 한달에 1~2만원정도 한다. (인당 넉넉히 3개월에 80~100만원 정도 잡으면 될 것 같다.) 물론 패키지로 한달에 다 묶어서 3개월에 얼마 이렇게 하는 곳들도 많으니 본인이 사는 지역의 연습장을 찾아가서 상담받아보면 같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레슨은 어느 정도 받으면 원포인트 레슨으로 넘어가면 되지만 연습장 이용료와 라커비는 계속 발생한다. 그래서 집근처에 아예 1년 단위로 끊어두는 경우도 많다. 무거운 골프백을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니.


두번째로 발생한 지출은 골프 클럽이었다.

처음에야 연습장에 비치되어 있는 아무 채나 들고 연습하면 되나 어느정도 실력이 생기면 필드도 나가야 하니 이제 자신에게 맞는 채를 준비해야 한다.


이 골프클럽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는 점.

처음에는 중고채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보통 당근마켓에서 3~50만원 정도면 초보용 풀세트를 구할 수 있다. 골프채는 돌려쓰는 물건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고거래가 많기 때문에 내 스윙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 싶으면 잠시 중고채를 쓰는 것도 괜찮다. 연습하다 보면 스윙도 바뀌고 힘쓰는 부분도 달라지고 하다 보면 나에게 맞았던 채가 가벼워지거나 휘는 등 여러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중고채를 가족들에게 얻어서 쓰다가 3개월차에 둘 다 새 골프채를 질렀다. 기왕 하는거 돈 써서 장비 제대로 쓰고 잘 쳐보자 하는 마음으로. 골프는 장비빨이니까!!!!!


중고물품을 알아볼때는 골프백까지 풀세트로 되어있길래 원래 골프채는 풀팩으로 파는줄 알았더니 그건 보급용 채인 경우만 그렇고 대부분 아이언, 유틸리티, 우드, 드라이버, 퍼터를 다 따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이렇다보니 골프백도 따로 사야한다.

일단 피팅샵에 가서 내 아이언세트와 드라이버를 먼저 샀다. 나의 두꺼운 팔뚝은 힘이 하나도 없는 무쓸모라 가벼운 채를 사야만 했고(직원이 매우 의아해했다) 그렇게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만 샀는데도 2백만원 가까이 나왔다. 이후 4번 유틸리티와 5번 우드를 추가로 샀는데 얘들만도 개당 40만원씩이었다. 퍼터는 남편 회사 동료가 오딧세이가 좋다해서 산지 얼마 안되었는데 자신에게 안맞는다고 염가 처분한다기에 15만원에 구했다. 캐디백은 당근마켓에서 귀여운 라이언 가방으로 10만원에 득템했다. (보통 바퀴 없는 카카오 캐디백은 30만원정도 한다) 내 클럽을 구성하는데만 대충 한 3백만원 정도 든 것 같다.


남편은 테일러메이드가 마음에 든다며 골프백까지 모조리 다 테일러메이드로 도배를 했다. 남편은 350만원정도 든 것 같다. 남자들은 아이언세트에 웨지가 따로 없어서 이것들을 따로 사야해서 추가비용이 더 나왔다. 그런데도 또 무슨 몇번 유틸리티를 하나 새로 해야겠다는 둥 골프채 욕심을 부리고 있다.


세번째로 발생하는 지출은 골프웨어다.

골프웨어는 기능성 의류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골프도 등산과 같아서 옷 브랜드가 정말 중요하고 용품들 브랜드 역시 정말 중요하다. 브랜드 제품들은 당연히 비싸다. 엄마 왈 등산복도 좋은 메이커 입고 산에가야 사람들이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는데 골프는 오죽하겠냐고.


골프를 1도 모를 땐 골프 브랜드가 뭔지도 몰랐는데(하물며 나는 약 8년간 유명 아웃도어 회사를 다녔고 그 회사에는 골프웨어 브랜드도 있었다!) 이제 몇번 채를 휘둘러봤다고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핑, 볼빅 등등 브랜드를 많이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필드에 나가보면 다들 알만한 골프 브랜드들로 휘감고 온다.


나는 처음 필드 나갈땐 뭘 입고 가야될지 몰라서 그냥 집에 있는 옷을 주워 입고 나갔는데 남편이 한숨을 쉬더니 매장에 데려가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세트로 뽑아줬다. 첫 필드 착장샷은 지금 봐도 좀 귀엽다.


골프웨어는 여자옷이 참 비싸다. 남자옷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할인행사도 많이 한다. 둘이서 매장에서 풀세트로 뽑았을 때 내 옷 가격이 남편 옷의 두배는 든 것 같다. 그리고 여자들은 스타킹이나 니삭스를 신어야 하니 추가비용 발생. (골프 스타킹은 가격도 비쌌다. 웨딩 시장마냥 일단 골프가 붙으면 비싸지는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골프화. 잔디에서 미끄러지면 안되기 때문에 골프화는 좋은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필드에 몇 번 나가보니 계속 똑같은 옷 사진이 찍히는 것 같아보인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다보면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옷도 사야하고, 비오면 우비도 있어야 하고. 지금은 여름이라 반팔을 사고 있는데 가을이 오면 긴팔도 사야될 듯.


여기에 골프장에 옷이랑 신발을 넣고 다녀야되는 보스턴백도 있어야 하고 공과 티 등담아야 하는 파우치백도 필요하다. 대충 쇼핑백에 때려넣고 다니는건 필드에서 모양 빠져서 절대 안된다.  


네번째로 발생하는 지출은 필드 비용이다. 이건 이제부터 나갈 때 마다 주구장창 발생할 지출이다.

필드 비용은 그린피+카트피+캐디피로 구성되어있는데 퍼블릭 골프장 18홀 기준 그린피는(월마다 다르지만) 인당 평일 10~20만원, 주말 15~30만원 정도, 카트피는 팀당 10만원+a, 캐디피는 팀당 15~20만원 정도다. 이렇다 보니 부부가 한 번 라운딩 나가면 5~60만원은 순삭이다. 덤으로 뒷풀이하고 그늘집(두부김치가 45,000원이나 한다!)에서 먹고 하면 추가비용 up up.


다섯번째로 발생하는 지출은 골프용품이다.

필드에서 해저드를 만나면 공이 빠져죽기 일쑤다. 남편은 처음 필드에 나갔을 때 공을 7개나 잃어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로스트볼을 사용한다. 하지만 실력이 좀 더 생기면 새 공을 치고싶다. 로스트볼은 개당 1~2천원이고 새 공은 5천원 정도다. 새 공 쓰다가 오비나서 죽거나 물에 빠지면 5천원씩 날아가는거다. 때문에 아직은 겁이 나서 새 공으로 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칠 수 있겠지....


골프공 외에도 티, 볼마커, 골프장갑, 골프우산, 썬 제품 등등 소모품은 계속 구매를 해야 한다. 나무티는 부러지거나 날아가기 일쑤고 장갑은 지고 찢어진다.


여섯번째 지출은 스크린골프 비용이다. 이건 필드값에 비하면 새발의 피처럼 느껴진다. 골프존NX 기준 1인 25,000원~30,000원 정도다. 카카오도 많은데 골프존이 좀 더 실제에 가까운 듯 했다. (But 카카오는 좀 저렴하다) 매장마다 프로모션이 많으니 행사가로 가면 2만원 언더도 가능하다. 단 좋은 시간대는 예약이 어렵다. 다들 스크린장에 모여있는 듯... 스크린골프에 중독되면 답도 없다. 필드보단 덜하지만 스크린도 재밌으니까!




골프를 시작했더니 지출이 매우 늘었다.

여기에 공이 잘 안맞아서 빡쳐서 먹는 술값은 덤이다.

때문에 골프를 치려면 일단 부지런히 일을 해야한다. 그래야 돈 벌어서 골프를 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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