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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l 08. 2024

나의 골프를 남에게 알리지 말라

회원제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

골프를 시작하고 난 뒤부터 우리 부부의 관심사는 오로지 골프로 가득차 있었다. 평일은 직장 생활 후 골프 연습장, 주말은 골프연습장 후 스크린(또는 필드) 코스로 약 9개월 째 살고 있는 중이니. 이렇다 보니 둘이 앉아서 맨날 골프 얘기를 할 수 밖에 없고 왜 자세가 틀렸는지, 왜 거리가 안나는지 등등을 연구하는 대화가 90프로 이상일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골프 이야기를 골프를 안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과는 하면 안된다는 점이었다. 골프와 연관이 없는 타인에게 골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강아지를 안 키우는 사람에게 하루종일 강아지 이야기를 하거나,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 하루종일 자기 아이 얘기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듣는 사람은 초반엔 약간 '아 그렇구나~~예쁘네~' 해줄 수 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이제 그만 좀 얘기해!!!' 를 외치고 싶어지는 그런것.... 골프도 '너나 재밌겠지!' 아닐까?


그런데 골프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래~ 재밌겠다~' 정도의 초기 공감 수준이 아니다.

골프를 친다고 하면 헬스, 요가, 수영, 필라테스 등을 한다고 했을 때의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만날 수 있다. 헬스나 요가 등을 한다고 했을 때는 열심히 하라는 격려를 받았는데 골프를 친다고 하면 열심히 공 치라는 응원 대신 찜찜함이 섞인 반응을 감지할 수 있다.

' 사업하냐??'


그렇다. 안칠 것 같은 사람이 골프를 치면 이상해보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우린 지금 '없고, 맞벌이골프를 있지.'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냥 스크린을 치려고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건데 꼭 애가 없어서, 맞벌이여서 등등의 수식어가 자꾸 따라붙는다.


게다가 내가 골프를 배우러 다닌다는 이유 하나로 직장에서  집이 좀 사냐는 비아냥도 들어봤다. 처음 잔디를 밟아보고는 신나서 카톡 프사에 필드 사진을 올린 것 때문이었다. 


남미여행 프사은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는데 유독 골프 프사는 가십거리가 되었다. 왜 욕을 먹는지 모르겠어서 카톡 친구리스트를 뒤져봤는데 골프장 사진이 프사인 사람은 3백여 중 세명이었다. 같이 골프장에 라운딩 다니는 사람들 프사를 살펴봤는데 골프장 사진은 없었다. 이쯤 되면 카톡 프사에 골프 사진은 올리지 말았어야 했던것인가 싶다.(지울까...???) 



 

요즘 개나 소나 골프 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그 개나 소의 무리에 우리가 들어간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겠다. 골프란 것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아무나 다 하는 스포츠가 되었다는 비하발언도 잘 알고 있다.  아무나가 우리를 지칭하는 것이란 것도.


그런데 개나 소가 아닌 사람은 누구고 아무나가 아닌 그 사람의 기준이 무엇일까?


골프란 운동이 공 좀 치려면 돈과 시간이 꽤 들고, 어느 부분은 접대의 영역에 들어가 있고 하다보니(최근 그린피 폭등 조정을 위해 코로나때 풀었던 법인 골프 접대비 한도를 다시 제한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골프란 것을 얼마나 접대용으로 치기에 그린피를 폭등시키고 한도를 제한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좋은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돈 많은 사람들이 돈 쓰러 다니는 또는 갑을 관계가 있는 접대용 정도의 인식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우리같은 직장인이 내돈내산으로 골프를 좀 쳐볼까 했더니 그간 모아둔 쌈짓돈을 다 꺼내야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까.


또 다른 이유는 회원제  골프장과 퍼블릭 골프장 때문일 것 같다.


우린 회원제 골프장은 갈 수가 없었다. 주위에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회원권 가격은 억단위라고 한다. 물론 회원권이 있다해도 그린피 등등은 지불해야한다.


또한 그 회원권은 그냥 사고싶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회원권 구매시에 기존 회원의 추천이 필요하기도 하고 일정 자격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멋도 모르는 시절 연습장에서 회원권 사서 골프치러 다니면 되는것 아니냐 했다가 프로님한테 비웃음을 산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린 퍼블릭 골프장에 가야한다. 당연히 회원제와 퍼블릭은 그린 컨디션부터 모든 것이 다르단다. 그런데도 퍼블릭 예약은 박터지게 어려워서 문제.(나도 여유있게 예약해서 좋은 티옵 시간과 훌륭한 그린에서 쳐보고 싶다....)


나라에서 회원제 홀당 퍼블릭 할당제를 했다는데 내가 골프장 주인이라면 어느 그린에 더 투자하고 관리할지는 자명한 사실. 간혹 비성수기에 회원제와 퍼블릭 코스를 섞어서 운영하기도 한다는데 그런 곳에 가보면 그린 차이가 확연하다는 이야기들도 종종 있다.




골프를 배워보니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필드와 스크린골프장 예약은 미어터지는 중이고 좋은 날짜와 시간대는 콘서트 티켓팅 수준의 예약 난이도를 보인다. 이러는 와중에도 왜 골프는 유난히 숨기며 쳐야되는 것일까? 


골프를 오래 치신 아버님은 우리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니 주위에 얘기하지 말고 골프 치는 사람들하고나 만나면 그 때 골프 이야기를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너희는 부부끼리 치니 그나마 서로에게 말하면 되니 얼마나 다행이냐고까지 하셨다.


왜일까.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여전히 답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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