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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Oct 15. 2024

레슨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연습장에 남아~

나도 세리 언니한테 레슨 받고 싶다아.............    사진출처: 요넥스 블로그 https://blog.naver.com/yonexgolfkr/223195722033


골프를 시작할 때 레슨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건 앞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내용이다. 물론 독학 골퍼들도 많다. 하지만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하는 경우 높은 확률로 자세가 이상하거나, 부상이 뒤따르기 쉽다.


우리나라 골프는 외국과는 달리 폼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일단 폼이 제대로 잡혀 있어야 못쳐도 좀 하는 것 처럼 보인다. '나 오늘 라베했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권은비는 완전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세가 좋아서 전현무에 비해 뭔가 골프를 좀 치는 것 처럼 보였다는... (확실히 골프는 유연성과 큰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비단 골프 뿐 아니라 그 어떤 운동이든 간에 일단 기본은 제대로 잡고 난 뒤 독학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초가 탄탄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기초가 없으면 모래사장에다가 얼기설기 집짓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돈만 있으면 매일매일 레슨을 받고 싶다. 왜냐하면 채를 휘두르는 그 순간마다 자세가 바뀌고 매일 컨디션이 다른데 그 미묘하고 사소한 차이 때문에 공이 안맞고 맞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계속 나를 보면서 바로잡아주었으면 좋겠으니까.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들도 코치를 옆에 두고 계속 자세 점검을 받는다고 하니(박현경 선수도 계속 선생님한테 점검을 받는다고 해서 좀 놀랐다) 나같은 골린이들은 얼마나 더 손을 대야할지 감도 안온다. 돈만 많으면 전속 코치를 고용하고 싶다!!!


하지만 나같은 직장인의 주머니 사정은 뻔하니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쌈짓돈으로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레슨을 받는다. 3개월은 좀 부족하고 반년정도 레슨을 받으면 아주 기본적인 것 정도는 몸에 익혔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레슨이 끝나고 난 후에 발생한다. 사람의 몸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데 최적화 되어있기 때문에 점점 자세가 망가지기 시작한다. 레슨이 끝났으니 이제는 내가 자세를 잘못 잡고 있어도 교정해 줄 사람이 없고, 나의 비루한 몸뚱이 속 근육들은 자기가 편한쪽으로만 움직이려 하다 보니 머릿속 나의 모습은 넬라 코다 저리가라의 멋진 스윙폼인데 실제로는 여전히 어설픈 송아지 스윙 또는 야구 배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자세가 굳어지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


나 역시 반년 정도의 레슨이 끝난 뒤 필드도 몇번 나가보았고, 스크린골프도 어느정도 스코어가 나오고 하다보니 연습장도 대충 가게 되고 나도 이제  좀 친다 싶어졌다. 그런데 이게 아주 큰 오산이었던 것.


한동안 필드로 스크린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다보니 어느날은 죽어라 슬라이스만 나던 드라이버가 갑자기 훅이 나질 않나 나름 잘 맞던 우드랑 유틸리티가 헛스윙이 작렬하질 않나 아이언이 삑사리가 나질 않나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이때쯤 되면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 골프 릴스를 보고, 골프 방송을 보면서 대체 뭐가 문제인가 오만가지 뭣땀시 그렇다더라 하는 방법을 찾게된다. 그렇다고 다시 레슨을 끊자니 비용도 비용인데 대체 언제까지 레슨을 받아야 이 골프라는게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건가 싶어지면서 망연자실하게 된다. 때려치자니 그동안 들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쉽게 놓지를 못하겠고 그렇다고 평생 레슨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슬럼프에 빠져서 허우적대다보면 괜한 오기가 생긴다. 어떻게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때려치기엔 아깝지! 싶어지는 것.


이 때는 유튜브를 보는 것 보다는 원포인트 레슨을 몇번 받아서 잘못된 점을 교정하는 것이 방법이다. 어느정도 궤적이 몸에 익었다면 다시 몇개월씩 레슨을 끊는 것 보다는 연습하다가 잘 안되는 부분을 프로가 직접 보면서 수정하는 방법으로 고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골프 레슨을 하는 방송을 보면 프로들이 일반 골퍼들의 움직임을 조금만 잡아줘도 방향성이나 비거리가 확실히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직접 봐주면서 교정해나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 유튜브도 설명이 잘 되어있긴 하지만 내 몸의 문제를 보고 파악해줄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원포인트 레슨을 이용할 땐 대전제가 있다. '나의 몸에 스윙 궤적이 어느정도 입혀져 있을 때'

궤적이 흔들리면 사실 원포인트고 유튜브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정규 레슨을 다시 받는게 좋다. 스윙 궤적은 골프의 기본기 중의 기본기라서 이게 흔들리거나 안잡히면 아무리 단발성 레슨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한들 계속 망가진다. 여기에 잘못된 자세로 계속 연습해서 망가뜨림을 견고히 해나가게 된다.


골프는 꽤 많은 공부와 탐구가 필요하다. 그냥 채만 후려패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근데 힘껏 후려팬다고 될 일도 아니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과학적인 부분들이 작용하고 있고 이 과학적 원리를 잘 적용하지 않으면 애꿎은 힘만 쓰고 용을 써도 공이 잘 안나가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또한 자신의 몸 움직임에 대한 연구도 굉장히 많이 해야한다. 사람마다 길이, 부피, 유연성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내 몸의 가동 범위와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계속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후에 여러가지 골프의 기술들을 연마해서 내 것으로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 워낙 게으른 몸치인데다가 체격에 비해 상체는 힘이 너무 없어서 채를 들어올리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프로님이 해보라는 대로 치고 필드나 스크린에서는 내가 치고 싶은대로 막 쳤다. 연습장에도 남편이 가자고 가자고 끌고가면 마지못해 따라갔고. 반면 남편은 어릴 부터 운동을 했던 터라 운동 신경도 좋았고, 이 사람의 성격상 뭔가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되는 사람이다 보니 머릿속에 항상 '이건 이럴까?'를 넣고 다녔었나 보다. 매일매일 오늘도 깨달음을 얻었다길래 '오늘도 그랬쒜여~~~'라고 웃고 넘겼는데 지금에서야 보니 둘의 결과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제는 남편이 내 문제점을 지적해서 고쳐줄 수준까지 온 것. 그러면서 꼭 한마디씩 보탠다. '넌 코칭해주는 재미가 있어. 몇 개만 짚어주면 바로 또 잘 친다니까?' 희한한건 나는 남편이 치는 자세 분석이 안되는데 남편은 정확하게 내가 어디를 어떻게 잘못했는지를 안다. 남편은 그만큼 연구를 했으니 그의 눈엔 잘못된 점이 보이나보다.


그리고 스크린에서 나는 운이 좋아 +4의 기록을 단 한 번 얻었지만 남편은 실력으로 +1의 기록을 얻었고 대부분 싱글 기록을 내고 있다. 나는 8~90타대인데 지는 싱글이면서도 +점수가 너무 많니어쩌니 하는 꼴을 보고 있자면 매우 화가 나지만 여태 저 사람이 어떻게 연구하며 연습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사실 할 말은 없다. 그래서 그냥 구찌나 마구 먹이고 있는 중. 처음엔 구찌하면 화를 내더니 이제 실력이 되니까 별로 화도 안낸다. ㅋ


레슨이 끝나고부터는 이제 진짜 자신과의 싸움이다. 평생 코치를 옆에 붙여놓고 살 순 없으니 내가 스스로 연구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시작되는 것. 누가 알려주지 않으니 더 자세히 내 몸을 관찰해야 하고 내 움직임을 파악해서 흐트러지지 않도록 연습 또 연습을 해야한다.


그런데 나야 뭐 남편이 평생 체크해주지 않을라나...?잘못된 부분 잘 잡아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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