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돈이 드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워낙 비싼 골프 장비들, 꽤나 비싼 골프 연습장 비용, 비싼 레슨 비용, 비싼 라운딩 비용, 주말마다 누적되는 스크린골프 비용...
그리고 처음엔 소소해 보이는데 누적 금액이 커지는 골프웨어가 그 중 하나다.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 프로님이 연습장에는 추리닝이나 편한 옷을 입고 와도 된다고 하셨다. 라운딩 나가면서 부터는 옷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 전까지는 일반 운동복이면 된다고. 그래서 당시에는 옷값이 그렇게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골프는 매너 스포츠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뭔가 많이 갖추고 준비해야되는 종목이다. 예전에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정장을 입고 가서 라커룸에서 골프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라운드 티셔츠, 맨투맨, 청바지, 노출이 심한 옷 등등은 입장조차 제한된다고 했고.
모자는 필수착용이고 상의는 카라가 있는 옷이어야 하며 여자들은 민소매 상의를 입으면 입장이 불가한 구장들도 있다고 했다.(그런데 짧은 치마는 왜 되는지 잘 모르겠...)
골프선수들이 입는 옷들을 보면 다 예쁘고 몸에 촥 붙는 옷들이길래 내 몸뚱아리가 과연 저걸 소화할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나도 예쁜 골프복 입고 필드에 나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골린이 시절엔 필드에 나가면 사진도 많이 찍고 싶기 때문에 늘 같은 옷을 입고 나갈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옷, 저 옷 한두벌씩 사다보면 금세 금액이 커지기 마련.
게다가 우리나라는 4계절이니 반팔도 있어야지, 긴팔도 있어야지, 바지도 있어야지, 치마도 있어야지, 스타킹도 있어야지, 바람막이도 있어야지...... 이게 옷 한두벌 가지고 될 일이 아니었다.
한벌에 몇십만원씩 해대는 골프웨어를 마구 살 수 없으니 하프클럽과 아울렛을 뒤지며 조금이라도 저렴한 옷을 찾아 돌아다녔다. 아무리 요즘 골프웨어가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생활복 디자인으로 나온다고 하나 골프웨어는 딱 보면 그냥 골프웨어처럼 생겼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입기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골프치마는... 예쁘긴한데... 그걸 입고 출근할 수 있다고...?
골프를 배운지 반년정도 지났을 때 정규홀을 나가기 전에 123골프클럽이나 제이퍼블릭 같은 6홀, 12홀 짜리 홀들을 먼저 나가보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뭘 입고 가면 되는지 몰라서 회사 근처 아울렛에 갔는데 옷에 붙어있는 가격 택이 니트 30만원, 바지 25만원..... 가격표에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부랴부랴 쿠팡에서 골프치마를 검색해서 주름 치마를 한 벌 사서 입고 나갔었던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골프웨어는 기능성 의류라는 것이다. 그말인 즉슨, 골프의류의 원단은 몸 활동이 편안하도록 신축성 좋고 땀배출이 용이한 기능성 원단을 써야하고, 옷에는 공을 담을 주머니가 있거나 볼주머니를 매달 고리가 있어야 되는 옷이어야 된다는 것인데 내가 산 싼 주름치마는 이름만 골프 치마지 그냥 치마바지 기성복이었다. 주머니도 없고, 공주머니를 달 고리조차 없었다.
가뜩이나 공을 잔뜩 잃어버리는 골생아 수준의 실력인데 공을 넣고 다닐 주머니, 공주머니를 걸 고리가 옷에 없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게다가 골프웨어랑 비슷하게 생겨서 입고 나간 니트는 스윙하는데 어찌나 걸리적거리는지 가뜩이나 골프를 못치는데 더 못치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옷 때문에 낭패를 봤던 제이에서의 라운딩 후 무조건 골프웨어 브랜드의 옷을 싸게 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후 첫 정규홀 라운딩을 앞두고 아울렛의 골프웨어 브랜드 매장에 가서 골프치마를 봤더니 허리 뒷편에 공주머니를 걸 수 있는 고리가 달려있었고, 속바지와 치마 원단이 신축성이 좋았으며 주머니도 여유가 있었다.
물론 옷은 좍좍 늘어나는 소재로 되어있었다. 골프복이 몸의 스윙에 개입하면 안되기 때문에 등산복보다도 훨씬 잘 늘어나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대부문 몸에 핏되는 형태로 펑퍼짐한 옷은 없다. 옷이 어벙벙하게 남아서 그립 끝에 옷이 걸리면 안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렇게 잘 늘어나는 소재들은 몸매를 적나라하게 부각시킨다는 것. 나처럼 올록볼록한 몸매인 경우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필드에서 티샷을 할라 치면 내 삐져나온 뱃살, 펑퍼짐한 엉덩이가 부끄러웠다. 티샷은 나 혼자 무대에 올라가 있는 모양새고 동반자들과 캐디가 주위에서 나를 다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니 신경이 안쓰일 수가 없다. 물론 아무도 내 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겠지만 드라이버 스윙에만 신경써야 할 판에 '뒤에서 봤는데 내 엉덩이가 이따만해 보이면 어떡하지?' '내 올록볼록 뱃살이 좀 웃긴가?' 라는 생각에 도통 스윙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보정속옷과 압박스타킹을 입고 라운딩을 나갔다. 그런데 이것들이 굉장히 불편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자칫하면 속에서 옷이 돌기 일쑤였다. 압박스타킹은 내 몸을 말 그대로 압박하고 있었고 화장실 한 번 가려면 스타킹에 치마바지에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이러니 공을 제대로 칠 수 있을리 만무.
그렇게 이옷 저옷 차려입던 시절을 지나, 이젠 스코어에 집중할 실력까지 올라오고 보니 옷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싶어진다. 갖고있는 골프복중에 조금이라도 몸을 압박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모조리 옷장 구석에 처박아두었다. 예쁘게 챠라락 퍼지는 치마도 불편하면 아웃, 속옷들도 내 몸에 가장 편안한 것들로 골라서 연습장에서 입고 테스트해본 뒤에 라운딩에 나서게 되었다.
예뻐보이는게 대체 무슨 소용이람, 한타라도 더 줄이는게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