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을 하는데 왜 좋아지지를 않니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며 골프를 배운지 몇달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같이 필드에 나간 멤버들 왈, '아마 지금이 니들이 젤 골프를 잘 칠 때일거다.'
아니 이렇게나 못 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당시에는 비거리도 잘 안나고(7번 아이언이 50, 드라이버가 100을 못넘기던 시절이었다) 공도 늘 안맞고 맨날 레슨프로한테 깨지고 잔소리 듣는게 일인데 어떻게 지금이 젤 잘친다고 할 수가 있나 기가찰 수 밖에.
어이가 없어서 '그럴리가'를 외쳤지만 지나고 보니 그 말은 참이었다.
골프는 연습을 하루라도 쉬면 망가진다는 (무서운) 소리가 있다. 그래서 진짜 부득이한 일이 아니고서야 연습장을 거의 매일 갔다. 그런데 골프라는게 참 신기한 것이 누가 내 자세를 봐주지 않으면 몸이 편한쪽으로 움직이게 되어서 기본을 까먹고 삐뚤어지기 쉽고, 비거리를 늘리겠다며 유튜브 등에서 본 여러가지 공략법을 다 시도하다 보면 힘을 빼고 쳐야되는 골프인데 힘을 잔뜩 줘서 공을 후려패다보니 연습을 열심히 할수록 자세가 망가져간다.
공부를 열심히 매일 하면 실력이 쌓이고 성적이 오른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근육도 자라고 실력도 생긴다.
뭔가를 열심히 했을 때 나오는 결과는 이게 정석일 터인데 이 골프란 녀석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연습을 하면 할수록 몸이 고장나고 자세가 고장나고 나날이 나빠지기만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말마따나 오히려 맨 처음 레슨을 받으며 연습을 할 때가 기본기가 가장 바를때이니 자세도 안무너지고 공을 잘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골프선수도 아니고 매번 프로를 고용할 수 없는 노릇이라 독학을 하다보면 어김없이 타게되는 망테크.... 골프장에 정말 자세가 괴상하고 저게 야구야 골프야 싶은 사람들이 희한하게 비거리가 꽤 나는 것을 보며 '제대로 안배우고 독학하니까 자세가 저렇지!' 라며 욕을 했는데 이젠 그게 내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골프실력 향상은 그래프의 대각선처럼 쭉 뻗어가는 것이 아니고 계단식 상승형태를 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계단식이 일정하지 않고 쭉 가다가 찔끔 올라가고 또 쭉 지겨운 시간을 보내면 또 찔끔 이렇게 상승한다. 마치 정체기가 대박 긴 다이어트 그래프같다. 근데 다이어트는 살이라도 빠지고 옷이라도 좀 헐렁해지지, 골프는... 그렇지 않다. 하면 할수록 뭐 이런 운동이 다있나 싶다.
문제는 연습을 소홀히 하면 실력이 뚝떨어지는 기염을 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나면 다시 제자리로 가는 데까지 지난한 시간과 연습이 기다리고 있고. 때문에 '언젠가는 싱글을 치리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연습하는 사람은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누적되어 개미콧구멍만큼 나아져가는 것이고 '답답해 뒤지겠다' 하는 사람은 당근에 클럽을 팔고 골프를 때려치우게 되는 것이다.
골프는 겸손해야 하는 운동이다. 조금이라도 '어 나 이제 공 좀 맞네?' 싶으면 가차없이 슬럼프에 빠진다. 오늘 기가막히게 자세도 잘 나오고 공도 따박따박 맞았으며 골프신까지 강림해서 깨달음을 얻고 골프의 재미를 듬뿍 느꼈는데 내일은 그 어떤 자세를 취해도 공이 안맞는다. 그리고 한 3년차 쯤 되면 이제 스코어가 좀 나오니까 연습을 좀 쉬엄쉬엄 할까 싶어져 연습을 게을리 하면 바로 실력이 놀랄만큼 뚝 떨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떨어지면 답이없다. 그럼 다시 L to L부터 시작...
이쯤되면 골프는 실력을 쌓기 위해서 연습에 매진하는게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 연습에 매진한다고 말하는게 맞는 것 같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서 0.001g의 나아짐을 누적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오늘보다 좀 더 잘 치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