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의 물가와 생활 수준을 고려해볼 수 있는 마트 구경.
마트 구경은 언제나 재밌다. 유명한 관광지보다 오래도록 머물러 있는 그곳. 마트! 아이슬란드에서는 웬만한 음식을 대부분 해 먹어야 한다. 나라 전체 인구가 32만 명뿐이어서, 식당도, 구비 시설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재료를 구입해서 직접 만들어먹어야 한다. 우리는 유심칩도 사야 했기에,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몰(mall)로 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에도 몰(mall)이 있다. 크링글란(Kringlan)이라는 몰인데, 우리나라의 타임스퀘어, 엔터식스 등과 같은 몰이다. 대형 마트도 있고 영화관도, 각종 브랜드도 입점해있다. 데이터의 노예인 우리는 일단 통신사에서 유심칩을 사기로 했다.
첫 번째로 놀랐던 건, 통신사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복장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자유로운 만큼, 국민들의 패션 수준도 대단하다. 웬만한 패션 피플도 여기서는 쭈구리가 된다는. 그런데 이 직원의 복장은 정말 영-아니었다. 똥 싼 바지에 팬티는 다 보이고 심지어 팬티는 빨간색. 양말과 팬티도 빨간색 '깔맞춤'에, 삼선 슬리퍼까지.
똥싼바지 + 삼선슬리퍼 패션으로
근무하는 통신사 직원
한국에서 통신사 직원은 서비스의 끝이다. 게다가 이곳은 대표적인 몰의 대표 매장이다. 한국에서는 유니폼을 입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 직원은 팬티까지 보이고, 삼선슬리퍼를 '찍찍' 끌고 유심칩을 찾으러 다닌다. 이런 복장이 허용되는 근무환경이라니. 마냥 놀라웠다. 그래, 복장이 뭔 대수랴. 한국에서는 서비스직은 이미지를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박탈당하고 산다. 승무원 친구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발색이 진한 화장품과 매니큐어는 꿈도 못 꾼다. 머리도 항상 단정히. 나조차도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는 항상 단정히 복식을 갖췄다. '단정함'이라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어릴 때부터 우리는 어쩌면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고 살아온 건 아닐까.
아이슬란드에는 3개의 통신사가 있다. Vodafone, Simmin, Nova인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KT, SK, U+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는 Nova를 택했다.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대신 구글 지도로만 다녔는데 데이터도 넉넉했고 안 터지는 지역도 잘 없었다. (안 터지는 지역이 있긴 있었으나, 그곳에서는 다른 통신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심의 돼지. 내사랑 보너스마트
아이슬란드에도 체인점은 있다. 바로 보너스(BONUS)마트다. 우리나라의 마트 시스템과 거의 동일하다. 큰 마트, 작은 마트, 동네 슈퍼까지 모두 곳곳에 체인점처럼 분포해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매장별로 가격도 다 다르다. 우리는 첫 보너스마트 이후, 보너스 돼지가 보이기만하면 무작정 마트에 들어갔다. 낯선 지역에서 체인점이 주는 안정감은 엄청나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만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랄까.
마트 구경이 재밌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국민들의 생활 습관과 시선, 문화가 온전히 베어있는 집약체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세계 어딜 가나 비슷한데 마트는 그렇지 않다. 어떤 음식을 즐겨 먹는지, 어떤 취향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마트 내부 사진 고고!
가격은 뒤에 0하나를 더 붙이면 얼추 맞다.
약 5일간 우리는 먹을 식량을 구매했다. 신선한 연어, 파스타 등 우리가 가급적 해먹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것들로.
소금의 나라,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는 여러 종류의 소금이 많다. 우리나라는 주로 바다에서 소금을 채취하는데, 아이슬란드는 '암염'까지 채취가 가능해, 블루베리소금, 화산 소금, 이끼 소금 등 여러가지의 다양한 소금이 포진해있다. 이 아이슬란드 소금들은 한국에서 무려 8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가장 저렴하게 봤떤 소금이 17000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관광 기념품으로 아이슬란드 소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슬란드 버터가 그립다.
아이슬란드는 유제품이 강한 나라다. 그 중 으뜸은 단연, 버터였다. 지방이 적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스모어 버터면 모든 빵이 맛있는 거다. 요리솜씨가 딱히 없더라도 스모어 버터만 있으면 일류 요리사가 된다. 스모어의 매력에 푹 빠져, 돌아오는 길에 하얀색 스모어를 사왔는데 이제 다 먹고 빈통으로 남았다. 다양한 맛의 스모어 제품이 있지만 모두 먹어볼 수 없어 아쉬웠다. 다시 아이슬란드를 가게 된다면 스모어만 세통을 사와야겠다.
마트에 술이 없다?
아이슬란드 마트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따로 주류 매장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술을 판다. 여행을 왔는데 술을 못마신다고? 한국인으로써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아이슬란드 공항 면세점에서 술을 판다. 내 경고한다. 그때를 놓치면 않으면 술을 구하기 힘들 것이야. 그러니 도착하자마자 술을 꼭 사시게. 유심칩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지만 술은 그렇지 않다네. 꼭 술을 미리 구해놓으시게.
아이슬란드의 물가와 생활 수준을 고려해볼 수 있는 마트. 아이슬란드는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척박한 땅이라 모든 과일, 채소를 수입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채소나 과일이 매우 비싼 편이다. 반면, 육류나 유제품은 쌌다. 우리나라 물가가 굉장히 비싼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물건들이 우리나라보다 1.5배 정도 비쌌다. 4명이서 5일동안 먹을 양으로 15만원 정도 지출했다. 이정도면 매우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아이슬란드 마트 구경. 마트 구경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다시 보니 강황 주스가 매우 궁금하다. 다음에 가면 꼭 먹어봐야지. 아니면 누가 좀 마셔보고 말 좀 해줘요.
꽃보다 청춘 여자버전, <아이슬란드 원정대> 이야기 더 만나보기!
https://brunch.co.kr/@bangzi/3
https://brunch.co.kr/@bangzi/7
https://brunch.co.kr/@bangzi/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