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여행경비, 루트 정하기, 가슴 설렐 준비하기!
첫 만남은 홍대 카페 아지트 아이슬란드에서였다. 2015년 봄기운이 시큰하던 4월의 어느 날, 화진 선배, 문영 언니, 정미 언니, 나. 이렇게 네 명의 여자가 모였다. 어색 어색. '나'라는 연결고리를 빼면 어색하기 그지없는 조합이었다. (그래 그땐 그랬었지..)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껄껄
자, 시작!
[우리의 어색 돋는 첫 대화]
뱅지 : 저는 다 아시니까 소개 생략할게요ㅎ 화진 선배부터! (급하게)
화진 : 저는 방송국(SBS)을 다니고 있고, 남들이 안 가는 오지 여행 즐겨합니다. (화통 화통)
문영 : 지금 약국 개국 준비를 하고 있어요 ㅎㅎ (여성 여성)
정미 : 광고회사(대홍기획) 다니고 있습니다. (수줍수줍)
공통점이라고는 1도 없는 우리들. 성격도 다르고 관심사도 달랐다. 처음 만났을 당시에 우리는 심적으로 모두 지쳐있었다. 얼핏 보면, 다들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지만 문영언니는 이전에 일하던 병원과의 문제로 마음 앓이를 하고 있었고, 정미언니는 끊임없는 제안 PT 때문에 육체적, 심적으로 많은 부담감이, 화진선배는 직장 5년 차의 고민이, 나에게는 프롤로그 때 썼던 염세적인 일상에 설상가상 교통사고까지 몸까지 성치 않게 됐다. 당시 우리의 형편은 그랬다.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었다. 각자의 가슴 속에 떠나고픈 이유는 수천 개씩 간직하고 있었을 거다. 그러던 와중,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만남, 새로운 곳에 대한 상상은 우리 모두에게 꿀 같은 시간. 지루하던 일상 속 아주 신선한 자극, 그것 만으로도 여행을 준비하는 아주 큰 원동력이 됐다.
아이슬란드 원정대의 대장은 화진선배였다. 원정대 모집부터 기획, 루트, 예산 기획까지 모두 선배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배의 본질적인 꼼꼼한 성격과 탄탄한 직장생활로 다져진 엑셀 정리 능력, 다년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누적된 가상 시나리오 분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진 선배는 우리의 첫 만남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여행 계획을 프레젠테이션 하였다.
화진선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여행은 꽤 돈이 많이 드는 여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 원정대를 4명으로 기획한 것도 '비용'적 측면이 가장 크다. 우리는 직장인이었고, 자원은 한정적이었기에- 숙소도, 렌트도, 여행의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적인 부분을 N빵 하기로 했다.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가 서울 서대문구 인구라고 할 때, 물가 수준이 굉장히 높다. (실제로 한 명당 한 끼 식사 수준이 한화로 5만 원 가까이였다.) 지인 중 미쓰비시 은행원의 말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카드리더기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했다. 아이슬란드는 유로를 쓰지 않고 '크로나'라는 아이슬란드 국가 별도의 통화가 있어서, 만약 환전을 하려면 한화> 유로> 크로나 로 2번 환전해야 한다. 그 수수료보다는 카드수수료가 낫다 싶어, 해외 이용 수수료가 낮은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일단 숙소, 렌트비 등등 제반 비용을 위해 1명당 150만 원씩 입금해 사용했다.
개략적으로 우리가 사용한 비용은 아래와 같음..(※엑셀 못생김 주의.. 귀찮아서 예쁘게 못했다..※)
아이슬란드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흡사하다. 화산섬이라는 점과 세계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이리라. 특히, 여러 가지 교통이나 지리적인 관광지가 위치한 부분이 비슷하다. 제주도처럼 아이슬란드도 섬을 둘러보는 '링로드'로 대부분 둘러본다.
그래서 루트 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위로 둘러볼 것이냐, 아래로 둘러볼 것이냐를 택하면 된다.
1. 위로 가면 - 해변도로를 따라 돌고래를보며 제2의 도시 아쿠레이리를 보고, 미바튼을보고 그다음 데티포스를 보는 형식으로해서 마지막쯤에 빙하와 골든서클(관광지 집약지)을 보게된다.
2. 아래로 가면 - 골든서클(관광지들)을 보고 빙하를 보고 그다음에 폭포와 미바튼-아쿠레이리를 보게 된다.
우리는 체력적인 여건과 설렘이 가득할 때, '골든 서클'과 '빙하'를 빨리 보고 싶었기에 아래로 둘러보는 길을 택했다.
열흘. 안타깝게도 모두 미생이어서, 휴가를 길게 갔다올 수 없는 형편이었다. 토요일에 출발해서 월요일에 도착하는 형식으로 티켓팅 했다. 우리 모두 연차를 7일 쓰고 열흘 갔다올 수 있었다. 나영석 pd의 꽃청춘 팀도 열흘을 갔다 왔다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이 기간이면 충분히 다 즐길 수 있다고 본다.
운전면허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관광버스투어를 해야 하지만, 아이슬란드 여행을 갈 때 웬만하면 차를 렌트하기를 추천하고 싶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손꼽는 드라이빙 코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그냥 아이슬란드의 국도다. '월터의 현실은 상상이 된다'의 월터가 달리던 그 도로를 달리던 순간은 정말이지, 너무 황홀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내가 그곳에 있는 게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당시 우리 네 명 다 눈물이 났는데 다 쪽팔려서 나중에 고백함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잘 나가는 세단을 몰고 싶었지만, 렌터카 직원이 아이슬란드에는 오프로드가 많아 추천하지 않는다며 SUV를 몰 것을 권유했다. 직원의 말에 뭔가 싸해서, 무려 6만 원이나 추가부담금을 내고 자갈 보험을 들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나중에 '레알 오프로드'길에서 우리 렌터카는 수많은 자갈과 싸워야 했고, 나는 보험을 들지 않았더라면 아이슬란드여행이 우울해질 뻔했다. 아이슬란드의 렌터카+자갈 보험은 사랑입니다.
이밖에 아이슬란드에는 바람보험, 우박보험, 화산재 보험 등 자연재해 보험이 많다. 실시간으로 날씨를 검색해보고 보험을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슬란드 가기 전에 바람에 차 문이 날아갔다는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심각하게 겁먹어서 나도 심각하게 많이 고민했다. 다행히 내가 간 기간 동안에 날씨가 맑아서 바람보험과 화산재 보험은 들지 않았다.
아, 렌트카는 한국에서 렌탈스닷컴을 이용해서 가장 저렴한 유로카로 예약했다. 식스트, 헤르츠, 유로카 등등 세계 유명 체인 렌트카는 모두 아이슬란드 수도와 인근 지역에 있으니 걱정마시라. 대부분 렌트카 체인점은 유로로 보증금을 받는다. 내가 렌트했던 유로카도 유로로 보증금을 받아서, 이금액만 따로 환전해서 갔었다. 보증금, 국제면허증, 여권만 보내주면 차량 렌트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네비게이션!!! 디지털 시대에 네비게이션은 더이상 필요가 없다. 어플리케이션 maps me가 오프라인 지도로 알려주고, 구글 지도는 모든 곳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한국 김기사보다 더 정확하니, 네비게이션을 빌리지 말고 도착하자마자 공항 편의점에서 데이터 유심카드를 사면 된다.
아이슬란드 구석구석에 작은 공항이 많다. 비행기도 그만큼 작다. '이게 공항이야?' 싶을 정도랄까. 우리는 아이슬란드의 제2의 도시 아큐레이리에서 수도 레이캬비크로 가는 길을 비행기로 가기로 했다. 운전을 나 혼자 계속해서 피로도도 높아졌고, 하늘에서 본 아이슬란드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빙하를 보고 싶었다. 헬기 투어도 있으나, 이는 2시간에 500유로 정도 하는 아주 비싼 투어이기에, 우리는 일타쌍피를 할 수 있는 비행기 경로를 택하였다.
국내 전용 항공기, 에어 아이슬란드의 가격은 편도 104유로 정도! 아무도 딛지 않은 빙하를 위에서 본 것만으로도 104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렌터카 운전의 고단함까지 하면 더더욱) 아이슬란드 국내선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기에 다음에 온다면 반드시 꼭 헬기를 탈 거다.
아이슬란드 호텔은 미쳤다. 우리나라 2성 수준의 호텔이 5성 가격이다. 그래서 우리는 쿨하게 에어비엔비를 하기로 했다. 단 한 군데도 마음에 드는 호텔이 없었다. 모두 에어비엔비로 알아봤다. 4명이라서 4인 기준으로 하다 보니 웬만하면 독채를 빌리게 되었다. 그 부분도 아주 좋았음.
아이슬란드는 괜히 북유럽권이 아니다. 아이슬란드의 에어비엔비는 거의, 모두, 깨끗하며 매우 훌륭한 수준의 인테리어를 자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친절하다! 아이슬란드의 숙소는 굳이 호텔일 필요가 없다. 북유럽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에어비엔비를 강력 추천한다. 아래 그림과 같은 곳은 우리가 묵었던 숙소와 그 근처 마을. 아마 에어비엔비가 아니었다면, 아이슬란드 주민들의 문화를 충분히 못 느꼈을 수도 있다. Happy Trip, Nice Air B&B!!!
내용은 노잼이지만 이렇게 꼭 한 번 정리하고 싶었다.
기록은 소중하니까.
아이슬란드니까.
망할!
출발하기 전에 연차를 다 써버렸다.
'ㅁ'
정말이다. 직장인이 아이슬란드를 가려면연차가 7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나는 5월에 나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화상에, 원인모를 피부병이 얼굴까지 뒤덮고, 다리 깁스까지 설상가상으로 회사를 다닐 수 없어 남아있는 연차를 다 써버린 거다. (병가는 낼 수 없었다. 남아있는 연차를 소진하기 전까지는 병가가 인정이 안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회사의 입장이다.) 남은 연차를 다 썼는데도, 내 피부병은 낫지도 않았다. 병가를 내고 다 나아도 적어도 한 달은 걸렸다. 그럼 복귀 후 12월까지 휴가의 'ㅎ'소리도 못내고 남아있는 방학숙제처럼 회사를 다녀야 한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이슬란드도 못가니 더 서러웠다.
버킷리스트 아이슬란드 vs 안정적인 직장 생활
집에서 치료를 하면서 한 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일하면서 일어나는 상황이 싫었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좋았기에. 직장생활에서 좋은 사람들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근데 그건 그거고, 연차가 모자라서 결혼 전에 여행 하나도 내맘대로 어쩌지 못하는 건 너무 슬프잖아. 아픈데 낫지도 않는데 내 일을 하고 있는 다른사람에게 미안해하는 건 너무 슬프잖아. 그렇게 한참을 서러워하다가.... 굳이 그렇게 나한테, 남한테 미안해하면서 살 필욘 없을 것 같아 퇴사했당♬
8월 29일에 출발할 예정이었는데 5월 29일에 퇴사해버렸당♬ 먹고 살게 없을가봐 걱정돼서 같이 옆에서 일하던 베프를 꼬셔서 나와 꼭 해보고 싶던 아이템으로 창업도 해버렸당♬ 여기까지가 아이슬란드 출발 전 이야기의 요약. 나름 그때 되게 힘들었는데, 이렇게 세줄로 요약이 되네! 어쨌든, 아이슬란드 이후의 똥꼬 발랄 어드벤처 스토리는 다음 이야기에서 ..눈누♬ 갑자기 되게 신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