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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yory Jun 19. 2022

죽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동생과의 대화



"우리 인생에는 가장 중요한 두 날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태어난 날이고, 두 번째는 그 이유를 알아낸 날이다."

-Mark Twain




 5년 만의 가족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 동생과 단 둘이 탄 자동차에서는 ‘사려니 숲길’ 이라는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고 있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에서 2-3년 정도를 함께 살다가 최근에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진 우리 둘은,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다. 취향도 취미도 달라서 집에 같이 있을 때에도, 생각보다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가 가진 마음의 깊이를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월급을 받으면 종종 집 근처의 고깃집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한 병 시켜 잔을 부딪히며 약간의 취기를 빌려 속상했던 일이나, 서운했던 일들을 털어놓기도 했다. 각자 두 세잔 정도 마시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남자 둘이 한 병을 마시지도 못한다고 서로 놀리고 웃기도 했었지만. 그 편안한 분위기를 핑계 삼아, 이때다 싶어 한 명이 먼저 용기를 내면 다른 한 쪽도 그 용기를 받아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고, 오롯이 혼자서만 감당하고 짊어져야하는 그런 순간들이 있는데, 참을 수 없이 힘들 거나 어떤 타이밍과 분위기가 맞아 떨어지면 속에 있던 응어리를 마구 꺼내게 된다. 꺼내고 보면 또 마음속에 품고 있을 때보다 별 거 아닌 일이 되기도 했다.      

 

“도준아 요즘은 어때, 별 일 없고? 회사 일은 할만 해? 재밌어?”


“응, 재밌어. 형,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 거야.

형 근데 있잖아, 난 이게 죽이 될 것 같지는 않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평생. 근데 죽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라.’


 별 거 아닐 수도 있는 이 말 한마디가 정말이지 커다란 위로가 됐다. 그때 나는 운전 중이었고, 앞을 보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하마터면 눈물이 차올라 글썽이는 걸 들킬 뻔 했다. 아주 가끔이지만 동생과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마음 한쪽이 저릿하면서도,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싶을 정도로 대견한 순간들이 있는데, 그날이 그랬다. 말 한마디가 가진 힘. 자신감 있는 눈빛과, 꼭 해내고 말겠다는 다짐 같은 것들. 이렇게 순하고 잔잔한 장면들이 삶에 스며들면, 아주 잘 살고 싶어진다. 잘 살아서, 모두 보답하고 싶어진다. 지금껏 내게 도움과 응원을 주었던 모든 이들에게. 항상 받기만 하고 살았으니, 모두 돌려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형제끼리 어쩜 그렇게 사이가 좋을 수 있냐고 물었지만,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1남 4녀 중 장남이었다. 어릴 때부터 남자 형제가 없어서 힘든 일이 있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의논할 수 있는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당신의 아들이 둘씩이나 있으니 집안의 가훈은 자연스레 ‘형제간의 우애’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싸우지 않고, 참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자랐다, 함께. 이다음에,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 서로 의지하고 도울 수 있는 존재는 가족, 형제. 너희 둘뿐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가훈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소원이었던 형제의 우애를 지금까지도 꾸준히 잘 지켜오고 있다.


 우리 인생에는 가장 중요한 두 날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우리가 태어난 날이고 두 번째는 그 이유를 알아낸 날이라고 한다. 당신은 알아냈는가? 아니, 알아차렸는가? 어느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정답을. 오직 본인 스스로만 답을 구하고, 찾아낼 수 있는 그 이유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덤빌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꾸준함과 노력. 자신감. 나는, 내 동생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믿는다. 분명 잘 될 거라고.  ‘매일, 꾸준하게.’ 동생이, 혹은 당신이 본인 스스로를 믿고, 그 믿음을 매일 꾸준하게 지켜낸다면. 나도, 동생도, 당신도. 분명히 죽이 되지는 않을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우리 모두의 소원이자 꿈일, 어쩌면 가장 쉽고도 간단한 것.

스스로를 믿고 신뢰하고, 응원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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