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시즌2 - ①
"자기야 나 좀 일으켜줘"
룸메이트가 갑자기 허리가 아프답니다.
무거운 걸 못 들게 하는데, 왜 그러냐 물으니
어제 저녁, 중요한 화상 회의가 있었는데
긴장했다. 그런데 자세가 이상했나 보다.
허리가 너무 아프고 움직일 수가 없다.
구급박스를 뒤져서 발견한 동전파스를
허리에 붙이며 좀 더 자라. 괜찮아질 거다
오전은 잠깐 저만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아.. 더 심해졌어"
잠에서 깼는데, 일어나지를 못하겠다.
아까보다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합디다.
어젯밤, 그녀의 자세를 떠올리면서
최근 건강, 해당 부위에 대한 병력을
바탕으로 추측한 결과는..
'허리근육 긴장성 통증'
아프다는 곳 근처를 손으로 대보니
쥐 난 것처럼 피부가 수축되어 있네요.
빠르게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구상합니다.
삐빅.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을 알려줘.
주말인 오늘, 가능한 시나리오는 2가지입니다.
1. 구급차, 택시를 타고 지금 응급실을 간다.
2. 오늘은 내가 케어하고 내일 병원을 간다.
아프다면서 옆으로 누워 인스타를 보고 있는
룸메이트에게 어떤 걸 선택할지 물었습니다.
"2번 하면 자기가 하루 종일 간호해 주는 거야?"
초점이 뚜렷했던 그녀의 똘똘한 눈빛
억지미소와 동공이 흔들리던 나의 눈빛
"그럼 자기 믿고 2번 할게"
으응.. 그래.. 우선 허리 복대 좀 사 올게
다이소에서 밴드로 고정하는 허리보호대를
사 왔습니다. 이런 걸 처음 차 본다고 합니다.
우선 일으켜야 하는데, 혼자는 못하겠답니다.
두 손으로 제 목을 잡는 게 아닌.. 감쌀 수 있게
허리를 숙이자, 얼굴이 자연스레 가까워집니다.
"양치질 안 했지? 입은 다물었으면 좋겠어"
웃음을 참다가 아픔도 참는 표정을 보면서
일으킨 다음, 복대 밴드를 꽉 조여줍니다.
거실 소파로 가겠다며 한 손으로 허리를 잡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마치 오리 같네요.
자리를 잡은 룸메이트는 밤이 될 때까지
소파에서 모든 걸 진두지휘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순신 장군 같았죠.
"자기야 나 리모컨 좀 줘"
"자기야 수건 빨래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그러면 건조기로 넣어줘"
tvn의 윤식당을 보면 주방 선반 위에
들어온 주문서를 순서대로 붙여놓습니다.
룸메이트의 집안일 주문 역시 비슷했어요.
계속 이어지는 집안일 주문에 눈을 홀기며
쳐다보면 이 분은 갑자기 미간을 좁히며
"아니 허리만 안 아파도 내가 하는데.."
저녁 9시쯤 되자, 진통제를 먹였습니다.
잠을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며
어깨동무를 하고 침대로 모셨습니다.
눕는 것도 아직 혼자 못하겠다고 해서
또다시 제 목을 감싸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이불을 끌어올려 목까지 덮어줍니다.
눈 감고 일찍 자라고 말했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나가자마자, 인스타를 볼 거라는 걸..
집에만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친 하루
거실에 길쭉한 파란색 폼 롤러를 놓고
등을 앞뒤로 문지르며 생각했습니다.
"룸메이트는 절대 아프면 안 된다"
배우자의 건강이 나에게 왜 중요한지
몸소 느꼈던 하루였네요.
다치기 전날, 그녀의 자세는 꼿꼿했다.
와룸메 시즌1 1편 - 누적 조회수 45,227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