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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틴 Jul 05. 2021

와이프라 쓰고 룸메이트로 읽습니다

0. 프롤로그


이직을 하고 첫 출근 날

직장 동료들과 첫 점심을 함께 했어요.


"어디 사세요?"


옆 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백반집

밥이 나올 때까지 가벼운 질문들을 주고받습니다.

다들 초면이니까요.


"사당역 근처에서 자취합니다"

"저는 용산 쪽이고 친구랑 살아요"


이제 제 차례인데 장난기가 발동했어요.

약간의 개그 본능이 있거든요.


"저는 낙성대역에서

룸메이트랑 살고 있습니다"


오늘 메뉴는 제육볶음이었어요.

비계가 많아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커피를 사러 근처 카페로 가는데

이번엔 대화 주제가 결혼입니다.


옆에 있던 분이 슬쩍 제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보고 물어봅니다.


"마틴~ 그 반지는 커플링이에요?"

"아 이거 결혼반지입니다"


"엇! 아까 룸메이트랑 산다고..?"

"맞아요. 룸메이트가 그분입니다"


로맨틱하다는 말부터 

속았다는 표정까지 반응도 제각각입니다.


긴장 속 첫 출근을 마치고 집에 가니

먼저 와 있던 룸메이트가 달려와

오늘 어땠냐고 묻습니다.


지하철 역이 가까워서 좋았다.

사람들도 친절한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점심시간에 있던 일이 생각나서

얘기했어요.


"룸메이트 그 표현 좋은데?"

"그래?"


"오 그거 좋다. 뭔가 존중받는 느낌이야"

"오홍~ 앞으로도 룸메이트라고 부를게"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평등, 존중, 배려'가 일상에

스며드는 단계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직원 간의 호칭을

00님이나 영어 이름을 쓰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화를 편하게 시작할 수 있고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니까요.


결혼 문화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58년 개띠, 중매결혼으로 대표되는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보면 인식 자체가 달라졌어요.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이고

자녀 없이 사는 딩크족도

주변에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반대해서

비혼을 택한 분들도 있구요.


연애와 결혼 상대를 구분해서 만나기도 해요.

더군다나 결혼 생각이 있다면 20대 후반부터는


"지금 만나는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아요.


30대 초반이었던 저희도 연애를 할 때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결혼을 한다면 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존중보다는 존중하려는 의지 자체가 필요한 것 같아"


저희는 이 질문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지금은 배우자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나와 다른 환경에서

20년 이상을 지내온 사람과 같이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연애 때의 마음가짐을 결혼 후에도

이어가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구요.


가볍게 읽으세요.


앞으로의 에피소드들이

"결혼 후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할 순 없지만

눈팅한답시고 보면 나름 읽어볼 만해요.


몇몇 이야기들은

애인과의 통화 주제가 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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