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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틴 Nov 09. 2023

77일간 체중의 7% 감량하기?

4명이서 80만 원을 걸고 시작한 다이어트 내기

1인당 얼마씩 걸까요?


음.. 100만 원 콜? 다들 어차피 뺄 거잖아요.

적게 걸면 중간에 포기하니까, 세게 가시죠.


아 그래도 그건 아닙니다. 20만 원씩 가시죠.


20만 원 콜. 그럼 오늘 몸무게부터 잴까요?


체중 감량이 절실한 30~40대 남자 4명이 다이어트 내기를 시작했습니다. 77일간 체중의 7% 감량. 체지방, 근육량? 따지지 않습니다. 살을 빼는 게 목적입니다. 강력한 동기부여는 Money라는 의견에는 모두가 찬성합니다. 그 자리에서 1인당 200,000원씩 모임 통장으로 이체합니다. 시작일은 7/27일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는 기어코 성공했다> 같은 자기 자랑 글이 아닙니다. 이것도 못해서 20만 원을 낸다는 미래의 내가 싫어서, 다이어트를 한 회고입니다. 아래는 시작할 때 정한 Ground rule 입니다.



77일을 3개 단락으로 나눴습니다.


구간 1) 7/27~8/30일

구간 2) 9/1일~ 10/7일

구간 3) 10/8일~10/10일



구간 1, 7/27 ~ 8/30일


첫 1달은 여유가 넘쳤다. 헬스장에서 PT도 받으면서 단백질도 챙겨 먹는다. 가끔 정줄을 놓고 자정에 치킨을 시키기도 했다. 꾸준히 운동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1달 즈음이 지나 인바디를 잰다. 얼마나 빠졌을까? 기대감에 찬 눈에 보인 숫자는 저번과 똑같다.


윤마틴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얼굴을 지금까지 유지하는데, 그런 느낌이다. 지방은 1달 전과 비교해서 1kg가 빠지긴 했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검사지를 본다. 신체 구조가 신기하다듯이 훑어보더니, 한 마디를 던진다.


회원님~ 이 정도는 저녁만 안 먹어도 빠집니다. ㅎㅎ


저팔계 윤마틴. 삼시세끼 푸짐하게 먹으면서 운동했던 거다. 너에게 20만 원은 아깝지 않은 돈이니? 충격받은 얼굴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포기와 재도전의 양갈래길에서 선택한 것은 재도전. 당일에는 웨이트, 유산소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을 운동한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시련 식단을 시작했다.



구간 2, 9/1일 ~ 10/7일


이때 먹는 패턴은 단순했다. 출근을 하면 프로틴 1잔, 점심은 샐러드, 15시에 가짜 배고픔을 느끼면 프로틴 1잔을 마신다. 18시에는 저녁으로 샐러드를 먹는다. 간식은 없다. 탕비실에는 초콜릿, 감자칩 같은 맛있는 과자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윤마틴에게 ‘먹으면 안 되는 것’. 몸뚱이에 과자는 투머치한 칼로리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느낌이 이런 건가? 퇴근 후에는 헬스장을 가서 웨이트 1시간 + 유산소 40분을 한다. 유산소는 트레드밀을 타다가, 천국의 계단으로 바꿨다. 지방 연소에는 이게 효과적이란다. 40분간 계단을 오르락 오르락 하니, 경련이 일어나고 무릎이 아프다.


천국의 계단에는 무릎 보호대가 필수


무릎 열을 잡아주는 보호대를 샀다. 15분간 천국의 계단, 5분 트레드밀을 1세트로 잡고 2세트를 반복한다. 운동 후에는 프로틴 1잔을 마신다. 주중은 주 4~5일의 저녁 스케줄이 헬스장이다. 웨이트는 PT를 겸하는데, 스케줄이 안 잡힌 날에는 혼자 한다. 20일 정도 지나니 그냥 가는 게 습관처럼 되더라. 이게 되네



식단은 어떻게?


샐러드는 배민으로 도시락을 시켜 먹는다. 어떤 메뉴던 간에 2번 이상 같은 걸 먹으면 물린다. 그래서 루틴을 짰다. 닭가슴살 - 부챗살 - 오리고기 - 토시살 - 목살 - 포케(연어, 참치) 순으로 반복한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회사 사람들의 메뉴는 순두부찌개. 한 입 달라고 할 순 없으니 지켜만 본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먹방을 보는 모습을 이해 못 했는데, 지금은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9월이 지나고 10월이 되었다. 한 달간 먹은 식대를 정리해서 지결을 올렸다. 팀장님이 ‘마틴~ 지난달에 샐러드만 먹었네요?’라고 감탄한다. 돌이켜보니 최근 내 위는 삼겹살을 만난 적이 없다.  <마틴 잘하고 있어>라고 자기 암시를 한다. 저녁 헬스장, 인바디를 다시 잰다.


분명 빠졌다. 달성율로 치자면 약 70%, 남은 기간은 10일. 지금 패턴을 유지한다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 근육도 빠졌다. 지방과 근육의 비율이 5:5다. 체중 5kg가 줄었는데 그중 절반은 근육인 거다. 한 마디로 좋은 식단은 아닌 셈이다. 충격에 빠졌지만 분명 숫자는 감소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근육량이 아닌 체중이다.



구간 3, 10/8일~10/10일


계체일은 10/11일. 남은 시간은 3일인데 목표 체중까지 가려면 2kg를 더 빼야 한다. 식단은 기존처럼 유지했다. 달라진 점은 물을 4~5L, 평소보다 1.5배가량 더 마셨다. 혹시 몰라 D-1일에는 수분 조절(단수)을 하기로 했다. 100~200g 차이로 실패하는 게 싫어서 약간의 극약 처방을 한 셈이다.


상황을 아는 PT 샘이 알려준 방법대로 했다. 우리 몸은 물을 많이 마시면 그만큼 배출한다. 그게 반복되면 뇌는 착각한다. 그러다 물을 끊으면 유입되는 수분은 없지만, 몸은 익숙해진 패턴대로 수분을 배출한다. D-1일에는 자정부터 단수를 시작했다. 출근을 해서 일을 할 때도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미칠 것 같다.


저녁 헬스장에서는 자극 위주의 웨이트 40분, 천국의 계단 40분을 보냈다. 땀이 계속 나고 목이 마르지만 참는다. 내일 끝난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려고 하더라. 자기 전 체중을 재보니 목표 체중에서 100g이 모자란다. 기상 후 아침에 재는 걸 생각하면 가능할 듯하다.


D-day, 10/11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을 갔다가 체중을 잰다. 전날 밤에는 목표체중에서 100g이 모자랐는데, 지금은 어제보다 400g이 더 줄었다. 출근해서 계체를 할 때는 반바지를 입고 잴 거다. UFC처럼 큰 타올로 벽을 치고 나체로 할까 했는데, 룸메이트가 적당히 하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당사자들끼리 무언의 눈빛을 주고받는다. 아침 9시 50분. 원래는 오전 11시에 재기로 했는데, 그냥 지금 잴까요? 던진 말에 UFC 계체량 측정처럼 세팅이 된다. 당사자들보다 주변 사람들이 난리다. 원래 당사자보다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재미있긴 하니까


80만 원이 걸린 체중 7% 감량 내기의 결과는?



77일간의 체중 변화 그래프입니다. (저는 파란색입니다)


먼저 팀장님이 올라간다. 무난하게 통과. 초과 달성이다. 철저한 식이 요법으로 완성된 자기 절제의 모습에 관객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두 번째, 세일즈 파트에 계신 분이 올라간다. 역시 통과. 77일간 주말을 제외한 주중에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러닝머신을 뛰셨단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예상한 결과. 이제 빅 이벤트다.


20만 원을 날릴 것 같은 사람 1순위, 내 차례다. 옷을 갈아입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다. 올라갔다. 숫자가 바뀌더니 멈춘다. 목표 체중과 똑같다.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일차 한다. 관객들은 어어어? 흥분한다. 나도 속으로 당황했다. 분명 집에서 쟀을 때는 여유가 있었는데, 출근하면서 살이 찐 건가? 마틴 뒤꿈치가 체중계를 벗어난 것 같다며 재측정을 요구한다.


내려갔다가 다시 잰다. 정확히 발뒤꿈치도 체중계에 넣고 숨을 참는다. 숫자는 동일했다. 목표체중과 같다. 여기서 옷이 조금 더 무거웠거나,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면 100g 차이로 실패였다. 너무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탄성을 들으며 체중계를 내려왔다. 다시 잴 때 정말 뜨끔했는데 다행이었다.


빅 이벤트였던 마틴의 계체가 싱겁게 끝이 난 뒤, 20만 원 기부자 2호인 프로덕트 매니저가 올라간다. 어라? 200g 정도 더 나간다. <20만 원으로 뭘 먹을까요?> 얘기를 하는데 화장실 갔다 올 테니,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한다. 돈을 벌려고 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ok 갔다 와라. 다시 잰 결과는 통과. 마지막에 약간 애매했지만 4명 모두 7%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2시간 뒤, 몇 달 만에 점심을 일반식으로 먹는데, 4명 전부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위가 줄어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 눈앞에 두고도 먹지를 못하는 이 기분.. 그림의 제육




77일간 똑같은 페이스로 했으면 좋았겠지만, 중간부터 각성했으므로 절반의 성공인 듯하다. 40일간 동일한 패턴으로 살면서 느낀 건, 습관은 이렇게 만드는 거군요? 다음에는 무엇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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