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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틴 Dec 31. 2020

신념을 지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 머니볼(2011)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경규 씨의 어록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격하게 공감했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런 일이 실제로 나한테 일어난다고 상상해보니 너무나 아찔했거든요.


신념은 뛰어난 재료입니다. 신념은 변화된 결과를 만듭니다. 신념은 우리의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안전감과 지속성을 부여합니다. 2011년 미국에서 개봉한 머니볼(Moneyball) 역시 주인공 빌리 빈(브래드 피트)의 '확고한 신념이 만들어낸 변화'에 대한 영화입니다.





오클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른 팀이 승리하면 그것도 좋은 거지. 샴페인을 마시고 반지도 받겠지. 하지만 우리 같은 가난한 구단이 우승하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그거야. 난 변화를 일으키고 싶어."


빌리 빈이 단장으로 있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 리그의 대표적인 스몰 마켓팀입니다. "부자 팀이 있고 가난한 팀이 있고 꼴통 팀이 잔뜩 있고 그다음이 우리다"라는 빌리의 말처럼, 오클랜드는 돈이 없어서 주전 선수 3명을 다른 구단에게 넘기게 됩니다.


돈이 없으니 어쩌겠어요. 계산이 안 맞으면 게임을 바꿔야 합니다.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니라 승리를 사는 거예요


빌리 빈은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머니볼 이론으로 도전을 시작합니다.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의 선수 선발 기준은 '출루율'이었습니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려면 최소한의 승수가 필요했고, 승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선수는 '공을 잘 골라낼 줄 아는 선수'였거든요.


경기 데이터만 보고, 선수 외적인 요소들은 제외한다? 사생활이 문란하고, 부상이 잦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른 구단에서는 홀대받던 선수들이 팀에 들어오자, 모든 사람이 이건 말도 안 된다며 빌리를 비난하죠. 이렇게 가도 되는 게 맞는지 걱정하는 피터에게 빌리 빈은 말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야.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이 방법을 믿느냐야. 우리의 방식을 굳이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지 마. 누구에게든 말이야"




해티버그의 9회 말 대타 끝내기 홈런


머니볼 이론을 밀어붙인 빌리 빈의 오클랜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약 1달간 19연승을 기록합니다. 그렇게 아메리칸 리그 최초의 20연승 타이틀을 놓고 붙게 된 상대는 약체로 평가받던 캔자스 시티 로얄스.


오클랜드는 3회까지 11-0으로 앞서가며 무난하게 승리할 것 같았지만, 4회부터 투수진들이 무너지며 9회 초까지 11-11 동점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오클랜드의 마지막 공격이었던 9회 말, 빌리 빈은 벤치에 앉아있던 해티버그를 대타로 내보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포수 스캇 해티버그는 은퇴 기로에 있었습니다. 포수에게 치명적인 팔꿈치 부상을 당해 송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거든요. 빌리 빈은 해티버그를 포지션을 1루수로 바꾸는 조건으로 데려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출루율이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았거든요.


빌리의 신념을 등에 엎은 해티버그는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오클랜드에 최초의 20연승을 선사합니다. 




신념이 만들어낸 절반의 성공


자넨 4,100만 달러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어. 데이먼과 지암비, 이스링 하우젠, 페냐를 보내고도 그 들이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이겼지. 이긴 경기 수는 양키스와 똑같지만 양키스는 한 경기를 이길 때마다 140만 달러를 썼어. 자네는 겨우 26만 달러를 썼어. 욕 많이 먹는 것 아네만 오래된 틀을 깨려면 아픔이 따르지.
저들은 야구의 방식뿐 아니라 야구 자체를 위협당한 거야. 무엇보다 두려운 건 밥줄이 끊기고 삶의 방식이 바뀌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게 정부든 사업가든 간에 그 일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자들,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자들은 다 광분하게 되어 있어.
이제 자네의 모델대로 팀을 해체하고 재조직하지 않는 구단은 도태당할 거야. 올 10월에 그들은 소파에 멍청히 앉아서 레드 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켜보겠지.


빌리는 많은 것들을 증명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계에 부딪히며 실패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하죠) 그가 얻은 "절반의 성공"은 미로처럼 복잡한 인생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봅니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빌리를 응원해온 우리는 그의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실패를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생은 바다와 같고, 수많은 파도가 연속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살다 보면 원치 않는 것들을 마주하게 되고, 두려움이나 우울함 같은 감정도 겪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에도 계속해서 추구하는 자는 끝내 무언가를 바꿀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해티버그가 20연승의 끝내기 홈런을 친 것처럼, 가슴이 끓어오르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은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니, 걱정 들랑 떨쳐버리고 그냥 쇼를 즐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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