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멜랑콜리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글을 마친 다음 날, 여행길에 올 랐습니다. 긴 시간 비행 후에 도착한 어느 나라의 한 카페에 서 이번 책의 ‘덕분에’를 씁니다. 이번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 를 때 썼던 『너만 그런 거 아니야』보다 훨씬 부담스러웠습니 다. 한 문장도 써내려가지 못해 할 수 없이 모니터를 꺼야 했 던 날이 많았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통에 영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꽤 오랜 시간 이 걸렸습니다. 다만, 지나고 보니 그러한 과정이 필요한 시간 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주제가 ‘부담’이 라 그런지 저 또한 많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낯선 땅에서 하나의 춤을 만났습니다. 어디선가 ‘인간의 춤은 중력의 힘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열정’이라는 표현 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이들의 춤은 하늘을 향 해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뛰지 않 고 발을 굴려 땅을 울립니다. 그 발걸음에 헤아릴 수 없는 열 정이 있었습니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발악’이라고도 느껴 졌습니다. 그들은 삶이 저 하늘에 있지 않고 발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답지 않고 오히려 비참 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박수보다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더 뜨거운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우리가 살고 있는 순간에서 늘 휘청거립니다. 아무 것도 아닌 바람에 흔들려 뿌리가 뽑히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 다. 하지만 그 바람에 실려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예상했지 만 예상대로 되지 않고, 의외의 상황에서 계획한 일처럼 이루 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야기들 입니다. 그래서 더없이 방황했습니다. 그렇게 겨우 ‘결정했어, 부담 갖지 않기로!’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주춤거리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 그랬구나. 나도 그랬던 것 같아’ 하는 마음이 일으켜지길 바랍니다. 주변에서 작고 큰일을 겪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용기가 되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 세상은 결국 떠나서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떠나는 순간 작고 큰일들을 마주합니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기꺼울 때도 있을 겁니다.
시간을 지나 마침내 집으로 돌아와서야 조금 편 하게 몸을 기대고 누울 수 있는 게 우리들의 시간입니다. 여 러분의 끊임없는 걸음을 응원합니다. 때로는 눈물짓는 그 순 간도 응원합니다. 수많은 작고 큰 부담을 넘어가는 당신의 여 정에 ‘파이팅’을 외칩니다. 당신의 뜨거운 눈물이 사랑받는 날 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 길에 이 이야기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도 다시 떠나려 합니다. 두렵고 무섭습니다. 아마 무릎 이 시리도록 발을 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집으로 다 시 돌아오는 순간, 여러분에게 또 이야기를 풀어내겠습니다. 그때 저에게도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8월 21일부터 인터넷 문고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