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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석 Myste Lee Jul 13. 2018

일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이 시대의 멜랑콜리

알람은 최소한 2번은 맞춰야 한다.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니까. 6시 20분에 한번 6시 30분에 한번. 그렇게 맞춰놓고도 일어나는 게 어렵다. 몸을 기여코 일으켜 세웠다. 침대에 걸터앉아 다시 5분을 보낸다. 두 발로 지면에 선다는 것이 새삼 어렵게 느껴진다.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틀고 몸을 짓이겨 넣는다. 뜨거운 물이 몸을 적실 때쯤 겨우 잠이 깨는 듯하다. 대충 씻고 나와 옷을 갖춰 입고 집을 나섰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계속 비몽사몽이다. 아침은 걸렀고, 속은 비어있는데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 아 이러다 잠들겠다 싶으면 그때쯤 회사에 도착했다. 오늘의 일이 또 시작된다. 


일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일이 없을 때는 일을 찾아 헤매고, 일이 있을 때도 일을 찾아 헤맨다. 우리의 삶은 많은 부분 일에 메여있다. 


즐기는 것을 일로 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은 사실 대가를 기반한 노동이기에 힘들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라고 말하지만 막상 하고 싶은 것을 일로 하면 하고 싶던 것이 싫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이라는 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꿈꾼다. 막상 그 일을 해도 별 것 없는데도 그런다. 일 자체에 얽매이면서 일터에 우리 스스로를 던져 놓는 일이 쉽지 않다. 살면서 몇 안 되는 진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는 일에 구속되어 가는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은 일 자체를 즐긴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는데 자유롭다. 


그들이 일을 할 때의 차이점은 딱 한 가지가 있다. 생활의 달인에서 보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일을 사랑한다라는 것은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명확하다. 챙피해 하지 않는다.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고 여긴다. 누군가 물으면 정확하게 나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사람입니다. 라고 설명한다. 자신을 소개하는데 목소리에 힘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일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와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사, 판사, 변호사, 변리사 기타 등등 누가 봐도 우러러보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다르게' 본다. 근데 자신의 삶을 '다르게' 그러니까 내 일에 구속되지 않고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다르게'본다. 그래서 그 사람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일일지 몰라도, 그 별 볼일 없는 일에 블루칩은 늘 그 일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으로부터 생겨난다. 


'어떤'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고 있어?"라고 물을 때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사실은 그 '어떤' 앞에 정확한 형용사가 필요하다. 가령 "행복하게 아이들이 읽는 책을 쓰고 있어" "아이들이 세상을 알고 느끼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 "죄는 미워하대 사람은 미워하지 않게 노력하는 판사가 되기 위한 일을 하고 있어", "세상에 모든 치통을 물리치며 이를 치료하는 일을 하고 있어", "오늘도 세상을 치우는 환경미화원이야 내가"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이 깊은 사람들은 결코 '선생님' '판사' '의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들이 "저 사람 의사래" "저 사람 변호 사래"라고 말한다. 형용사는 우리만 붙일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난다. 눈부시다.


그럼에도 일은 힘들다. 생에 연결되어 있는 노동을 해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우리는 뭐라도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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