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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Feb 26. 2023

피지컬 100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 3가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하니 말 다했다. 내 주변에서도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는데, 매주 화요일 신규 에피소드가 업로드될 때마다 피지컬 100은 점심시간의 맛있는 주제였다.  


대한민국에서 몸 좋은 사람들이 다 모인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국 최종 1위를 한 선수는 크로스핏 선수이자 전 스노보드 국가대표였던 우진용이다. 추성훈, 에이전트 H,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 등 쟁쟁한 출연자들에 가려져 주목받지는 못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의외였다. 내가 응원하던 출연진은 아니었지만(나는 추성훈 선수를 응원했다) 결국 끝에 가니 최종 1위가 누가 되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더라. 결과보다 도전하는 과정 그 자체가 빛났던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피지컬 100은 단순 스트레스 해소와 재미를 너머 인생의 중요한 교훈도 다시금 되새기게 한 콘텐츠였다.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서로 다른 100명이 한 곳에 모여서 만드는 다이내믹이 마치 인생의 축소판이랄까. 밀폐된 공간, 경쟁이라는 원초적인 환경에 놓이니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피지컬 100이 보여준 인생 교훈 3가지


1. 멘털이 힘보다 강하다


패자부활전의 미션은 공중에 매달린 본인의 토르소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줄을 잡고 버티는 것이었다. 토르소는 본인 몸무게의 40%로 제작되어 꽤나 무거웠다. 25명 중에 오직 5명만 살아남았는데, 유일한 여자 생존자는 '운동 유튜버 심으뜸'이었다. 


그녀가 생존한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변의 참가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상을 잔뜩 쓰면서 힘들어하는데 반해 심으뜸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안정된 자세로 본인의 토르소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 속으로 숫자를 1부터 세었다"라고 말했다. 


춥다 생각하면 더 춥게 느껴지고, 힘들다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는 법이다. 의식적으로 숫자를 세는 등 다른 쪽으로 주의를 돌려서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고 그 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 예능을 즐겨보는데, 모델로 이루어진 팀(구척장신)에서 자주 외치는 구호가 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어떤 환경에 놓이든 멘털만 잘 잡으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도 해낼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자료 제공: 넷플릭스


2. 리더는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람


두 번째 팀 미션은 2개의 팀으로 이루어진 연합 팀(총 10명)이 2톤 무게의 배를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근력의 힘이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는데, 가장 빛났던 건 힘센 사람들이 아니라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6명의 리더 중에 나는 특히 추성훈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배를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옮기는 데 걸린 시간으로 승부가 결정되기에 빠르게 배를 당겨야 하는 촉박한 상황이었지만 추성훈은 오히려 "괜찮아 아직 시간 있어. 숨 쉬고 하자"라는 말을 팀원들에게 반복하며 페이스를 조절했다. 10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몸처럼 구령에 맞게 움직이며 힘을 모았고, 집중된 힘으로 꿈쩍도 하지 않던 배는 움직였다.


이 모습을 보면서 '리더는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무리 힘센 사람들끼리 모였더라도 힘을 합치지 않고 따로따로 움직였다면 배는 절대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리더십 덕분이었을까, 추성훈 연합팀은 이 미션에서 큰 시간 차이로 2등과 3등을 따돌리며 1위를 했다. 


이제는 우리가 한 팀이 되서 팀워크 무조건 필요해요. 자기가 힘 쎄다고 한 번에 확 당기면, 호흡이 안 맞아서 힘을 못 써요. 그래서 그걸 계속 생각하면서 "호흡 맞춰서 우리는 하자" 이런 식으로 작전 냈습니다. - 추성훈 인터뷰 중- 


자료 제공: 넷플릭스


3.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어느 경연 프로그램이나 언더독의 짜릿한 반란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피지컬 100도 마찬가지였다. 모래 옮기기 첫 팀 미션에서 모두가 장은실 팀이 탈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이유는 5명 중 한 명이 여자이거나 다 남자로 구성되었던 다른 팀들에 비해 장은실 팀은 무려 3명이나 여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근소한 차이이긴 했으나 장은실 팀이 우승할 수 있었는데 약이 바짝 오른 참가자들이 빠른 속도로 모래를 나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끝에 거머쥔 값진 성취였다.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들을 짚어낼 수 있다. 

- 불리해보이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 

 

힘의 대결에서 주로 여자와 부상자는 약자로 치부된다. 하지만 개인 미션이 아니라 팀 미션이라면,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조진형 팀에 속한 유일한 여자 참가자 김가영은 나무 다리를 만드는 역할을 맡았는데 꼼꼼히 다리를 완성하느라, 모래를 옮기는 첫 시작이 경쟁 팀에 비해 늦어졌다. 하지만 진짜 진검승부는 무거운 몸무게의 남성들이 빠른 속도로 왔다갔다해도 끄덕없는 다리의 튼튼함에서 났다. 상대 팀은 빠른 속도로 다리를 완성하고 앞서가는 듯 했으나, 조금만 힘을 실고 건너기만 해도 다리가 무너졌고 이를 보수하느라 중요한 시간을 낭비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본인이 스턴트 배우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서 민감해서 꼼꼼하게 다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빠른 속도 <> 꼼꼼함, 강함 <> 부드러움 등 이러한 서로 다른 가치들이 만드는 균형으로 사회는 앞으로 굴러갈 수 있다. 


자료 제공: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보고 결국 힘든 걸 버티는 자가 가장 강한자라는 것을 느꼈다. 


뜨거운 인기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도 많지만 도전의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보여준 진정성만큼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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