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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형 Jun 08. 2021

K-클하'음(mm)'에서 크리에이터가 살아남으려면

음... 여기서 돈 벌 수 있을까?


- 겨우 클럽하우스에서 자리를 좀 잡나 싶었는데 새로운 플랫폼이 나왔다. 뒤처지는 건 싫어하는 성격에 후다닥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클럽하우스에 누구보다 빠르게 들어왔던 셀럽들은 이미 모두 '음'으로 넘어간 상태. 



- 클럽하우스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텅텅 비어있다. 이게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계속 지켜봐야 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새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던 스타일의 플랫폼이라 그런지 클하는 순식간에 구식으로 취급되는 듯. 나만 해도 '음'을 쓰다가 클하 들어오니 정겨운 시골 느낌이 난다. 역시 K-서비스에 익숙해진 내 눈인가... 



- 재미있는 건 클럽하우스 초창기에 활동 열심히 하시다가 셀럽으로서의 지위 구축(?)에 실패했던 분들이 재도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아예 새로운 플랫폼이 열리면 권력의 재분배와 질서 재편이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 '음'에서는 딱 그런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이들은 팔로워 수 만들기에 혈안 되어 있을까?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 며칠 염탐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1) 카카오와의 협업 2) 카카오페이를 통한 후원으로 보인다. 클하에서는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금전적인 후원을 할 수 있는 기능이 한국에는 오픈이 안되어있는데, 카카오는 자체 PG를 갖고 있고 연동도 쉬운 데다 가입자수도 많으니 몹시 쉽게 후원을 주고받을 수 있을 듯. 그래서 수익을 기대하며 음으로 넘어간 크리에이터들이 몹시 많아 보인다. 



- 다만 유저들이 오디오 콘텐츠에, 아니 정확히는 오디오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에게 후원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수익화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유튜브조차도 구독자수 몇만으로는 의미 있는 수익화가 불가하다. 그런데 라이브에 의존해야 하고, 아카이빙도 안되고, 트래픽도 그만큼 크지 않은 서비스에 이렇게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모두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기적일 것이다. 



- 한국 시장의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엔 '재능'이 돈을 벌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음악적 재능과 개그 엔터테이너가 살아남을 것이다. 특히 오디오 콘텐츠는 뮤지션들에겐 새로운 기회다. 유튜브 영상에 나와 표정을 신경 쓰지 않고 음악만으로 팬을 만들 수 있는 신개념 복면가왕이나 다름없다. 일종의 온라인 버스킹, 개그콘서트인 셈인데 현장감이 몹시 중요할 뿐 아니라,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킬링 팩터다. 웃음과 감동을 받은 사람들의 지갑은 상대적으로 쉽게 열린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 그게 아니라면 카카오로부터 직접 후원을 받으며 콘텐츠를 유지하거나, 혹은 다른 기업과의 콜라보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카카오 측에서는 당연히 초반에는 주제의 다양화를 원할 거고 (K-서비스가 다 그렇듯) 이 과정에서 분명 크리에이터를 미리 섭외하여 판을 깔아 둘 것이다. 이때 잠깐 돈을 벌 기회와 유명해질 기회가 있다. 카카오가 현재 섭외에 나서고 있는 것 같은데... 이메일로 먼저 선제안을 해봐도 지금은 적극 검토할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섭외된 크리에이터는 카카오 자체 광고 구좌로 트래픽도 몰아주고 돈도 줄 테니 이만한 기회도 없다. 다만 이때 팔로워를 모아 독립하지 못하면 결국 시급 받는 용돈 받이로 전락할 것이다. 셀럽들과 크리에이터들에게 돈 만주고 트래픽은 날린 네이버의 '폴라' 사례를 잊어선 안된다. 


공교롭게 폴라와 음의 키 컬러가 같네....


- 유익한 이야기, 비즈니스적 주제의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경쟁 시장이 너무 많고(클래스101, 유튜브, 강연 등), 아카이빙이 어려운 오디오 콘텐츠의 특성상 온라인에서 느껴지는 현장감에만 돈을 지불하는 경험은 아직 한국 유저들에겐 없어 보인다. 자체 송출 채널을 갖고 있지 않은데 강연 시장에 나가고 싶은 채용 플랫폼들(원티x 등..)이나 뉴미디어들에게는 조금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강연이 유료라고 알리고 돈을 받는 과정이 몹시 복잡하겠지만...



- 게다가 클럽하우스가 초창기에 비지니스 주제 위주로 흘러가다 결국엔 엔터테인먼트만 남아버린 역사를 생각하면, '음'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마 여기에는 입장료나 입장권, 혹은 구독 같은 BM을 붙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이건 아마 한참 후의 이야기일 것이고 그 사이에 비지니스 토커들은 아마 '음'을 다 떠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클하에서 그랬던 것처럼...



- 여담이지만, '음'으로 아프리카 BJ들이나 스푼라디오 DJ들이 진출하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얼굴도 덜 팔리는데 돈도 받을 수 있고, 거기다가 트래픽도 카카오라면 안 올 이유가 있을까. 의도치 않게 클럽하우스 셀럽들이 장악해버린 현재 모습과, 섹슈얼 어필로 수익 창출하러 오는 수많은 BJ-DJ들이 머무르는 모습. 둘 중 어떤 게 '음'이 더 싫어하는 모습일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들이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에게 어떤 주제를 주로 보여줄 것인지 머신 러닝으로 빠르게 구분시켜주는 개발이 후속으로 따라붙어야만 할 것이다. 



- 그럼 '음'은 무엇으로 돈을 벌까?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카카오페이 수수료, 광고, 혹은 유료 이벤트의 수수료 등이 있을 것이다. 즉 모든 BM이 크리에이터와 그에 수반되는 트래픽이 있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클하가 수수료 0% 정책을 하겠다고 유지한 상황에서, 클하가 후원 기능을 오픈하는 순간 돈이 안될 것이다. 정확히는 모든 크리에이터가 클하로 넘어가겠지. 그럼 결국 광고와 유료 이벤트인데... 음성 트래픽이 발생시키는 서버 비용이 순익을 맞춰줄지가 의문. 클럽하우스야 4조원에 달하는 밸류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유독 순익에 예민한 국내 시장(특히 카카오)가 이를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 (이게 다 툭하면 버려지는 서비스들 때문입니다)



- 클하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어떻게 할 거냐고? 이게 가장 궁금한 질문이겠는데, 아직은 급하진 않다. 카카오가 트래픽을 충분히 부어준 뒤로도 유저 리텐션이 남아있다면 그때가 넘어갈 타이밍일 것이다. 베끼기도 금방 베꼈지만, 돈이 안되면 금방 버려지는 게 한국 서비스의 특징이다. 넘어갔다가 서비스가 없어지는 것만큼 큰 낭패가 없다. 내 팬들은 소중하고, 그 팬들에겐 최소한의 혼선만 줘야 하며, 그들이 있는 곳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내게는 있다. 



-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는 너무 많은 곳에서 이미지를 소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보통 하나의 매체에서만 유명하다. 모든 매체를 아우르는 건 그때부턴 '스타'지,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음'이 클하와 비슷한 오디오 매체라는 이유로 동시송출을 고민하는 분들을 많이 뵈었다(나도 잠깐 했었다) 그런데 이건 팬덤의 속성을 조금만 이해하면 답이 금방 나온다. 자리 잡은 유튜버가 아프리카TV와 인스타에 동시 송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팬덤은 크리에이터가 있는 곳을 따라오고, 팬덤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일관된 경험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 당분간 '음'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음'에 어울리는 새로운 포맷으로 활동한다면 동시에 병행이 가능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택일 뿐. 언제든지 버려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마음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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