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는 회사는 구성원들이 젊은 곳입니다. 저는 우리 팀에서 팀장님을 제외한 유일한 기혼자이고요. 그래서일까요. 결혼에 관심이 없거나 낯설게 생각하는 그들에게서, 자주이런 말들을 듣습니다.
"결혼한 지 꽤 되었는데도 사이가 좋네요?"
"주말부부 하니까 좋죠? (별로라고 하면) 왜요!?"
"○○님은 결혼한 것 같지 않아요. 연애하는 것 같아요."
딱히 부부 금슬을과시하려고 한 건 아니고그냥 뭘 먹었다어딜 놀러갔다, 우리 부부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뿐인데도 그렇습니다. 가끔은 순간적으로 고민하곤 해요.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어휴 선생님들 결혼은 인생의 무덤입니다"하고 걸쭉하게 위악을 떨어야 하나. 근데 뭐또 그럴건 없잖아요(이전 직장에서 중년 남성들의 '결혼 싫어 와이프 싫어'타령이 지긋지긋했던 1인)."여자 최수종이라 불러주십쇼" 너스레 떠는 것도 한두번이고 말이죠. 그래서 그냥 담백하게 사실대로 대답하면, 어김없이 하이톤의 반응이 돌아옵니다. "어후 사랑꾼~♡".허허 거참.
그만큼부부사이가 좋아보인다는칭찬일테니나쁠 건 없는데, 반복해서 듣다 보니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럿이 하는 말이라면, 그 기저에는 공통된 예측 혹은 가정이 깔려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부부는 서로를 공공연하게 애정하거나 함께하는 시간을 즐거워할 리가 없다' 고 믿는 거잖아요.그리고 혹시 그런 부부를 발견하게 되면'결혼생활'이 아닌 '연애'를 하는 것 같다고 평하고요. 그들이 예상하는 결혼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니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이제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부부만이 서로를 좋아하고, 예뻐하고, 그리워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 결혼이 곧 애정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요.좋아서 결혼한 건데,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으신다면- 왠지 억울한 장금이가 된 기분입니다.
생각해보면요. 애초에 결혼이라는 걸 결심했을 정도의 애정이,같이 좀 붙어살았다고 사그라들만큼부실할 리없지 않을까요.그위에 결혼생활로 인한둘만의시간과 유대감이 코팅되듯 쌓이면, 애정이라는 게더욱 단단히영글지언정부식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물론 사람 바이 사람, 결혼 바이결혼이겠지만저흰 그랬어요.
우리 캠핑 전용 커플티샤스
근데요, 사실이런 말을 하는 저조차 이제 겨우 결혼 3년 차인걸요. 앞으로 함께할 수십 년의 날들에 비하면 지금은 코흘리개 어린아이 수준이지요.세상의 많은 결혼 선배님들이 이런 저흴 보면 그러실걸요. 몇 년 더 살아봐라, 아이 낳아봐라.
맞아요. 시기의 문제일 뿐, 우리도 어쩌면 서로의 존재를 지금보다 심드렁하게 느끼는 날들이 올지도 모르죠.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지만)함께하는 시간에서 안도감을 넘어 권태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그렇게 되리라 지레 포기하는 게 아니라, 소중한 이 관계가 오랫동안 지금과 같을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건 이례적인 노력이라기보다는 하루하루 실천하는 루틴에 가까울 거고요. 화초를 키우듯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고 벌레는 없나 먼지는 닦았나, 그러다 혹시나 시들시들해지는 날이 온다면 어디서 영양제라도 구해서 꽂아줘야겠죠.'언젠가는 말라죽을 텐데 뭐' 하면서 손 놓고 있고 싶지는 않아요.소중한 사람이고소중한 관계니까, 그저 소중히 돌볼 뿐입니다.
왜냐고 물어보면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저는 남편이랑 노는 게 제일 재밌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놀고 싶어요. 이런 부부도 있답니다. 아마도 아주 많을 거예요. 부부가 서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의심받지 않기를, 그저꾸밈도 숨김도 없이 사랑하고 또표현하는우리들이기를바라요.그러니까당신, '서로를 좋아하는 부부'를 신기하게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알겠죠? 찡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