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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May 05. 2024

창업 후 첫 워크샵

창업 이야기 7화

"내가 왜 여기 있지?"

제주도 해안도로를 7인승 렌터카를 대여하여 달리며 맨 마지막 자리에서 5명의 팀원들을 보며 이게 현실인지 아님 꿈을 꾸는 건지 잠깐 혼란스러웠다. 내가 오랫동안 바래왔던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던 바람이 조금 낯간지럽지만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제주도에 창업 후 첫 워크샵을 왔다는 사실이 순간적으로 믿기지 않았나 보다.

 이번 워크샵은 스타트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좋은 시간위기의 시간을 모두 경험한 정말 창업의 여정을 2박 3일로 강력하게 압축해 놓은 시간이었다. 출발하는 날부터 사실 굉장히 다이내믹했는데, 출발하기 이틀 전에 갑자기 출발날 당일 오전 10시에 IR이 잡혔다. 그래서 선발대를 먼저 보내고 나랑 승도님은 발표를 마치자마자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후발대로 합류했다. 


1. 좋은 시간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앤틀러 동기인 커클의 이태후 대표가 추천해 준 곳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놀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워크샵의 본 목적이기도 한 창업 후 8개월을 돌아보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우리 6명 모두가 발표자료를 준비하여 진행했다. 우리 6명 팀원들의 내용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 금승도 (데이터) :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들자.

- 김예일 (프로덕트) : 끊임없이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고객들의 소리에 반응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겠다.

- 이에스더 (백엔드) : RAG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더욱 정교화하여 정확도를 올리겠다.

- 한원준 (그로스) : 성장을 위해선 주기적으로 올리는 콘텐츠가 중요하여 콘텐츠 캘린더를 만들었다.

- 정구열 (R&D) : 제출 서류 자동화 MVP를 만들어 시연. 앞으로도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겠다.

- 조준호 (비즈니스) : 우리가 만들어낸 8개월간의 성장을 투명하게 공유했고, 앞으로의 목표도 성장이다.


한 명 한 명의 발표를 들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뻤다.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잘 공유가 되어있었고, 각자의 시각에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플랜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게 스타트업이지.' 내가 그토록 갈망해 왔던 나의 동료들에게 자극받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사이. 동등한 관계에서 가감 없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그 안에서 회사와 개인 그리고 팀으로서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실행만이 남았다. 이런 글을 내부 팀즈에 안 올리고 공개 서비스인 브런치에 올리는 것은 우리의 계획들이 실행되는 과정을 내외부 모두에 기록하고 싶었다. 우린 결국 해낼 거니깐. 워크샵을 통해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이날의 기록들을 글과 미디어로 모두 남기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시간이었다.


2. 위기의 시간

 둘째 날 아침 구열님, 원준님과 펜션 2층 테라스에서 '하나님이 주신 Joy'에 대해 아침 묵상을 나눴다. 묵상을 나누면서 하나님이 기쁨도 주시지만 또한 광야에도 두시면서 훈련시키시는 분이라는 것에 대한 경각심에 대해서도 나누었다. 그러면서 우리도 법인을 세우기 전에는 광야에 혼자 있는 것 같았지만 법인을 세운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광야로 갈 수 있는 게 스타트업이고 이 업의 숙명이니 그 순간이 와도 당연하다고 여기며 다시 올라가 보자고.

이런 멋진 곳에서 평안과 기쁨은 너무나 당연했다. 이번 웍샵에서 위기 따위는 없을 줄 알았다 ㅎ

 묵상에서 이런 대화들을 했지만, 설마 이 짧은 웍샵에서도 위기가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크게 돈을 내면서 뭔가 액티비티를 하진 않았지만 딱 하나 계획한 게 바로 참돔 배낚시였다. 여러 아이디어 중에 나도 예전에 제주도에서 배낚시를 한 적이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것도 있다고 하니 웍샵을 기획하던 예일님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배낚시를 우리의 유일한 액티비티로 정했다. 둘째 날 아침 묵상과 산책을 마치고 우리의 메인 일정인 배낚시를 하러 갔다. 사기만땅인 우리는 누가 가장 참돔을 많이 잡나 시합을 하자고 하기도 하고, 너무 많이 잡으면 물고기 팔 수 있나 선장님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배가 떠날 때만 해도 바닷바람 맞으며 정말 즐거웠다. 하지만 배가 정착하자마자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뭔가 느낌이 싸했지만 일단 낚싯대를 잡고 몇 번 돌려봤다. 하지만 5분을 못 버티고 너무 속이 메스꺼워서 어젯밤과 오늘 먹은 모~~~ 든 것을 다 제주도 바다에 헌납했다. 그렇게 하고 회복되면 다행이었지만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계속 힘들었다. 뉴질랜드에서 낚시를 좀 해본 경험이 있던 구열님을 제외하곤 모두 쓰러졌다. 3시간 동안 바다낚시 하는 일정이었는데 10분 만에 우린 사경을 헤맸다. 더욱 두려웠던 건 바다 한복판이었다는 것. 내 의지로 도망갈 때도 없고 보트를 직접 몰수도 없었다. 진심 지금까지 겪어본 고통 중에 가장 컸다. (훈련병 때 화생방보다 고통스러웠다.) 결국 우리는 20분 만에 다시 육지로 돌아가자고 선장님을 졸라서 돌아가기로 했다. 제주도 일정 중에 가장 큰돈을 투자했는데 우린 결국 단 한 마리도 못 잡고 20분 만에 포기하고 돌아섰다. 최악의 ROI를 기록했다. 단순 돈만 잃은 것이 아니라 기분 좋던 팀원들의 컨디션까지 완전 최악으로 만들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멀미가 다시 생겨 정말 침울한 분위기로 숙소로 돌아왔다. 

배 타기 전 300마리 잡겠다고 했는데.. 뱃멀미로 죽을뻔했다. (영상이 궁금하시면 instagram.com/cliwant.official)

3. 위기 이후의 시간

  다행히 숙소에서 조금 쉬고 나자 석양이 질 때쯤해서 모두가 회복되어 다시 저녁을 먹게 됐다. 근데 정말 재밌는 건 이 위기의 시간들이 지나자 그 위기들이 이야깃거리가 됐다. 배 타기 전 이야기. 배가 정착하자마자 멀미한 이야기. 예일님 화장실 들어가서 변기만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 내가 젤 먼저 토한 이야기 등등 정말 얘깃거리들이 끊이지 않았고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평생의 안주감이 되었다. 아침에 잠깐 나누었던 스타트업의 위기도 함께 이기고 나면 결국 즐거운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는 2박 3일 동안의 첫 워크샵을 좋은 시간과 위기의 시간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로 정말 알차고 기억에 남게 보냈다. 하지만 그 모든 기억 중에서도 계속 내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이 있었다. 백앤드 신입 개발자인 에스더님의 발표 마지막 장표의 내용이다. 왜 이 말이 이토록 내 가슴속에서 울리지?라고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우리 클라이원트에 바라는 것을 내 입이 아닌 우리 팀원의 입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실로 감동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놀라울 만큼 성장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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