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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망생 성실장 Jul 13. 2024

다음 메인에 노출된 글을 삭제했다

- 발행의 무거움 - 

글을 쓰고 싶어했지만, 글을 써서 칭찬을 받은 기억은 딱 3번 뿐이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2학년때 독후감을 잘 썼다고, 상을 주면서, 전교생 앞에서 내 독후감을 낭독했던 일

두번째는

문창과에 편입했을 때, 교수님께서 소설 잘 써서 합격한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던 일

세번째는

문창과에서 자전적 소설을 잘 썼다고 혹시 잡지에 추천 해줄까? 라고 말씀해주셨던 교수님


내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기쁜 순간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브런치 메인에 올라가면서, 그 순위가 바뀌었다.

정말 너무 기뻤고, 행복했다.

비록 남편이나 가족들에게 말은 못했지만, 

내적 댄스를 추며 좋았었다.


하지만, 

그 다음 글이 다음메인에 노출 되면서, 기쁨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간 것은 

브런치를 알고, 읽는 법을 아는 분들의 공간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 독자분들을 믿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마냥 행복했었다.

하지만

다음메인에 노출 된 것은 정말 너무나 행복했고

노출 시켜준 피디님께 정말 정말 감사했지만

읽는 독자들이 너무나 불특정 다수라는 점에서 갑자기 두려움이 생겼다.

남편을 시댁을, 우리 딸들을, 사람들이 오해해서 보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브런치의 시작은

PC 통신에서 남편과의 연애, 결혼, 출산 이야기를 연재해서 남편을 유명인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한

차승원 부인을 벤치마킹해서 시작했었다. 나도 예술가의 아내를 주제로 글을 써서, 남편의 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한 몫을 하고 싶다는 내조의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쓰다보니

그냥 일기와 생활 에세이의 중간 그 어딘가에서

남편 욕, 시댁 욕, 육아의 어려움 등을 토로하는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너무 안 거르고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는 내 가족이, 내 남편과, 시댁과 친정과 내 아이를 오해할 수도 있지 싶었다. 


그래서 일단 숨기로 했다. 

노출된 글을을 숨기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남편에게 사실을 고했다.

남편은 먼저, 많이 축하해주었다.

그렇게 글을 인정 받은 것에 매우매우 축하해주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글이길래 글을 내릴 정도로 무서워하는지 매우 궁금해하면서,

내려야 될 글들을 내리고, 수정할 것들을 수정하면서,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진짜 발행을 해봐" 라고 말해주었다,


남편은 음악 하나를 발표할 때마다 매우매우 날카롭고 예민해지면서

차에서도 듣고, 폰으로도 듣고, 피씨로도 듣고, 좋은 스피커로도 들으면서

다각도록 본인의 음악을 검수하고 또 검수한다. 


한 번 발표하면 끝이란 생각으로, 누군가는 딱 한번만 듣고, 본인의 음악을 판단할 것이기에

그 한 번의 기회를 제대로 잡고자

또 듣고, 수정하고, 또 들으면서 발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나는

고민하고 자기검열 하다보면 발행을 하지 못했다.

마감이 있거나, 계약이 있는 글이 아니다보니

퇴고를 하고 수정을 할 수록, 결국 발행을 못하고, 작가의 서랍에 쌓이기만 하는 결과가 생긴다. 


그래서

정신과 약물치료 매거진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최대한 검수를 하지 말고, 일단 글 시작과 끝을 완성했으면 바로 발행하기로 나름 기준을 정했다.

조금 편하게 일단 발행하고 보자 그것이 내 글쓰기와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일상은 모두 내 아이와 남편과 엮여있기에

나만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니까.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개의 글을을 더 내리고, 차분하게 내 글을 다시 정리하기로 했다. 

딸과 남편을 위해서

그리고 이렇게 작가에게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한 나를 위해서 



준비가 안 된자에게 오는 기회는 기회가 아니었다.

다음 메인, 브런치 메인 정말 소중한 기회를

나는 너무 준비가 안된 채였기에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는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르겠다


브런치 라이킷이 하나씩 달릴때마다 매우 행복한 것 처럼 

메인 노출 된 것도 매우 행복했다.

그만큼 

어쩌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하다. 


많이 우울했다.


그래도 정신과 약을 먹어서인지 막 늘어지게 잠을 자거나, 버럭 화를 내거나, 울거나, 그러지 않았다.

최대한 차분하게 할일을 했고,

남편하고도 이성적으로 대화를 했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잘 헤쳐나간 것 같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

좀 더 좋은 글과 적당한 타이밍에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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