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환형 인턴에서 살아남기 1편(aka. 싱어게인 대기업.ver)
Intro. 대기업, 나 정도면 쉽게 갈 줄만 알았지.
귀하의 역량은 출중하오나, 금번 기회에 모시지 못하게 된 점 진심으로 아쉬운 마음입니다.
문과 취업생에게 대기업이란,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단어다. 물론 취준 초반에는 마음만 먹으면 당연히 갈 수 있는 그런 이름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입사 지원 이후 우수수 쏟아지는 이런 류의 메일들을 보고 있노라하면 이번 생에 내가 대기업 문턱에 갈 수는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쉬우면 그냥 나를 채용해주면 좋겠다만 그런 배포 있는 대기업은 아마 꿈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대부분의 대기업은 상당히 체계적이면서 한편으로 전형적인 채용 과정을 거친다.
서류 전형부터 흔히 말하는 인/적성 검사라고 불리는 필기시험 전형을 거쳐 1차 면접, 최종면접을 거쳐 선발되는게 일반적이다.
적어도 내가 취업을 준비하고, 이직 준비를 하던 2017~2020년 사이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이런 과정을 거쳐 채용을 진행했다. 다만, 점차 채용 시장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실무형 인재를 원하게 되는 과정에서 1차 면접과 최종면접 사이, 인턴 프로세스를 추가하는 기업이 상당 수 많아진 추세로 보인다.
아무래도 인턴 과정 없이 다이렉트로 채용한 인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었거나, 인턴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내부적으로 더 좋은 인재를 뽑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추측이다.
나는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지금보다 앞선 시기에 인턴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 대기업의 문턱을 살짝 넘었던 경험이있다. 왜 살짝 넘었던 건지는 이어지는 내용들을 읽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우리 문과생들이 이런 약육강식의 채용과정에서 어떻게 전환형 인턴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을지, 피부로 느낀 이야기들을 전해보고자 한다.
취업 과정이나 직장생활은 겪어보기 전까지 온실속의 화초들의 이야기같지만, 실제 겪어보면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 까지한 경우가 많다. 다른 의미로 창업이나 자영업 등 개인사업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기도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기 전까지 직장인들을 존경하게 될 줄은 사실 몰랐다.
전환형/채용형 인턴? 그게 뭔데?
인턴이라는 말이 너무 일반화돼서 인턴이란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인턴은 크게 체험형/전환형(채용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체험형은 말 그대로 인턴 과정 이후 정규직 계약이 보장되지 않은 직업 체험형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전환형(채용형)인턴의 경우, 실질적인 인턴 과정까지가 정규직 채용 프로세스에 포함돼 평가를 받고, 우수한 점수를 받은 인원을 최종 정규직으로 선발하는 이른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식의 채용 과정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싱어게인을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최근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에 싱어게인과 정말 흡사한 채용과정이라 볼 수도 있겠다.
결과적으로 내가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전환형(채용형)인턴을 다루고자 한다. 체험형 인턴은 말이 좋아 인턴이지 개인적으로 노동 착취형 희망고문 이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사견이있다.
최소한 전환형 인턴을 통해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문턱이라도 밟게 해주는 것이 기업과 지원자간의 상도이고, 최소한의 의리라고 생각한다. (기업에 최소한 애정을 갖고 지원한 지원자에 대한 그런 류의 의리 말이다.)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기회가 갖는 가치가 작지 않음을 알기에
전환형이든 체험형이든 그거 뭐 너무 튀지 않고, 모난 모습 보이지 않고, 잘 적응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합격하는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뭐 물론 그런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건 뭐 본인의 운이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고, 내가 장담할 수도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인생을 송두리째 운에 맡기고 싶은 우리 문과 친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을 간다고해서, 우리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인 삶을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집값이 아무리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수도권에 비빌만한 언덕이 생길 수 있는 정도까지는 버텨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대기업 월급이고, 우리 아버지,어머니 주변에서 어깨 한 번 치켜 세울 수 있게 해주는게 바로 자식의 대기업 명함이다.
인턴 얘기하면서 이런 말까지 끌어다오는건 좀 과하다 싶겠지만, 어떻게 보면 별 것아닌 것 같아 보이는 그 과정을 통해 누군가에겐 인생의 그레이드까지 달라질 수 있는 일이기에, 절대 단순하게 바라볼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절대 대기업을 극찬하거나, 극성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펴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입장에서 더 보태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선에서 대기업이 갖는 가치를 조금 쉬운 얘기로 풀어본 것 뿐이다.
자, 그럼 사설은 접어두고, 어떤 마음가짐과 전략을 갖고, 전환형(채용형)인턴 과정에 임해야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어떤 인턴이든 근무 기간 동안 확실한 나만의 목표/계획이 있어야 한다.
어떤 회사든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면, 일단 부서배치란 걸 받게 될 것이다. 입사 지원을 하게 됐을 때, 본인이 원하는 직무가 있을 것이고,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업부가 있을 것이다.
해당 사업부에서 부족한 일손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돕는 역할을 인턴이 하게 돼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일단 인턴이라도 합격해서 부서 배치 받고, 들어오는 일들 하나하나 다 잘 쳐내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건 위험할 수 있다.
솔직히 인턴과정까지 올라온 지원자들이면 시키는 일 하는데는 도가튼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더러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지만, 요새 대기업 서류부터 필기시험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는지 아시는 문과분들은 다들 아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맹하게 사수가 시키는 일만 드립다 해내겠다. 하고 달려드는 건 썩 좋은 자세는 아니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되냐고?
앞선 소제목의 문구처럼 확실한 나만의 목표/계획을 정립하고 인턴생활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참고가 될 만한 본인의 사례로 알아보자.
본인의 경우, 대기업 그룹사의 백화점 계열사 지점에서 4주간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총 4주간의 기간동안 영업관리 직무 인턴으로써 선배 영업관리를 보조하고, 담당 백화점 층 내의 브랜드 운영/관리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었다.
앞서 말한 영업 관리라는 직무를 기본으로 내가 세웠던 목표는 아래와 같다.
###백화점 **점 의류패션팀 영업 관리 인턴 ***담당
* 1주차 업무 목표
- 담당 층 내 브랜드/VMD 현황 파악
*2주차 업무 목표
- 담당 층 내 브랜드/VMD 현황 파악 내용 토대로 개선점 파악/기획안 제출
* 3주차 업무 목표
- 점 내 식품관 리뉴얼 행사 마케팅 기획/운영
* 4주차 업무 목표
- 신규 팝업 스토어 브랜드 입점 제안 기획안 제출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배치됐던 점, 그리고 팀 내에 학교 선배가 2명이나 배치돼서 근무중이었다. 이 정도되면 전환이 되지 않기도 힘든 환경 속에서 인턴 과정을 진행했기도 하구나 싶다.
어찌됐든, 나를 담당하는 사수분께 4주간 어떤 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좋을 지, 점 내 어떤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조언을 받은 결과 4주간의 업무 목표/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우선 이정도 계획만 세우고, 문서화해서 담당 팀장님께 나의 인턴 과정동안의 목표가 무엇이고, 내가 이 자리에서 어떻게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브리핑을 해놓는 것만 해도 다른 인턴과의 큰 차별점이 될 것이다.
사실, 저 계획 세운대로 실행만 완벽하게 해도 웬만해서 인턴 과정 자체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아마 그럼에도 최종 전환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정말 다른 요소가 크게 작용을 하거나, 이 회사와 내가 정말 맞지 않는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도 아니고 이 정도까지 했는데 전환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면.. 그건 진짜 회사가 나쁜거다.)
그냥 버티기만 해도 힘든 시대
당신이 최소한 잘 버티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실, 인턴 과정이나 채용과정에서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위 전략만 갖고 합/불을 따지기에는 비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략 없이 닥치게 되는 인턴 경험은 그 기회의 가치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잃어버리게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요즘 같은 채용 시장에서 그 기회의 가치는 내가 겪었던 그것보다 훨씬 크리라 생각한다. 쓰다보니, 사설이 길어졌고, 이후 추가로 풀어볼 인턴 과정의 내용은 다음 파트로 넘겨보려한다.
문과생에게 바치는 글로 시작했지만, 사실 이 글은 이 땅의 모든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쓰는 글이기도 하다.
당신들이 일자리를 얻고, 또 그 자리에서 일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 왔음을 최소한 나는 그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이 글이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당신들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비빌 수 있는 오르막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