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녹차라떼 Mar 04. 2016

뜻밖의 두근거림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사소하고도 따뜻한 관심일지 모른다.

오랜만에 카페 나들이를 다녀왔다. 2016년이 되고 아마 첫 방문이었을 것이다. 약 두 달만에 방문한 카페에는 작년 겨울에 봤던 알바생이 여전히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유는, 작년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카페를 자주 가면서 자연스레 얼굴을 익혔기  때문이다.


과제와 공부를 할 땐 보통 학교 도서관이나 집에 틀어 박혀서 하는 편이지만, 작년 가을엔 도통 도서관에 가질 않았다. 집에서도 책상 앞에 진득이 앉아 있는 법이 없었다. 가을이라도 탔던걸까.. 혼자 하릴없이 카페로 나가서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다오고, 과제를 하러 가서는 노트북에 담긴 영화를 보다 왔다. 그러다 가끔씩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었다.


느닷없이 시작된 나의 소소한 방황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카페들을 많이 찾았던 지난 가을과 겨울이었다.


자주 가서 꽤 익숙한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처럼 메뉴판을 올려다보며 한 15초 간 고민을 하다가 주문을 하였다. 알바생은 앞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내가 주문을 할 것처럼 눈을 마주치자 "주문하시겠어요?"라고 물어왔다. 요즘 살이 좀 올랐음을 감안하여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A.K.A 회개리카노) 한 잔을 시켰다.



포커스가 안 맞았다..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레귤러 사이즈 맞으시죠?"

"네 네"


주문을 하고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커피 샷을 내리며 갑자기 말을 건네 왔다.


"오늘은 안경을 벗으셨네요?"


깜짝 놀랐다. 놀란 나머지 약간 토끼눈이 되었을 것이다.


"네..?! 아하하.. 네"


당황한 탓에 짧게 대답을 하고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 했다. 나를 알아볼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정적이 흐르는 몇 초 간의 그 어색함이란... 카페 내부 인테리어 여기저기로 일부러 시선을 돌리 빙글빙글 서성였다. 그리고 그 때, 또 한 번 질문이 날아왔다.


"시.. 지난번에 모자 놓고 가지 않으셨어요?"

"저요? 저 아닐 텐데..."

"아 그럼 다른 분 꺼였나 봐요. 하핫"


또 다시 찾아온 정적. 그리고 마침내 그는 커피를 내게 건네왔다.


"(종이 홀더를 끼우며) 음료 뜨거우니조심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커피를 받고 한쪽에 자리를 잡아서 앉기까지 기분이 참 묘했다. 앉아서도 괜히 저 짧은 대화를 곱씹어보게 되었다. 의외의 사람으로부터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뭐지?' 싶었다. 사실 그 궁금한 물음표 끝에는, 잠시 아주초큼 두근거렸던 내 마음 같이 붙어있다.


어쩌면 그는 단순히 눈썰미와 기억력이 좋고, 누구에게나 인사성이 밝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 한 마디는 나를 놀라게 하고 잠시나마 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는 나를 눈에 담아 기억하고, 멀리서 지켜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설레고 두근거린 것일테다.


그렇게 뜻밖의 두근거림을 안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했다.(나 완전 집중中!)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한, 별 거 아닌 말 한 마디에 가슴 떨려한 날이었다. 이토록 작은 온기에 휙~ 이끌리는 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새로운 연애와 사랑을 꿈꾸는 '나'이지만, 꼭 연애 그 자체를 하고싶어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닐거라는 것. 어쩌면, 이런 나를 지속적으로 궁금해하고 알아봐 줄 수 있는, 그저 '사소하고도 따뜻한 관심'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그런 사소하고도 따뜻한 관심, 정서적 공감이 사랑을 꿈꾸는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며칠 사이 날씨도 많이 풀리고, 봄이 다가오는 게 마구마구 느껴진다. 


따뜻한 봄날 오는데, 여전히 나는 비타민 L(ove) 결핍상태이다..또르르

작가의 이전글 다시 읽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