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으며...
도너츠를 샀다
나는 평범한 도너츠를 골랐고
아이는 알록달록 도너츠를 골랐다
안에 딸기잼이 든 것은 남편 걸로 하나 더 샀다
-엄마 이거 내가 들고 가도 돼?
-다시 한번 예쁘게 말해봐.
-내가 들고가도 돼요~
요즘 존댓말 연습 중이다
대답없이 도너츠 봉투를 넘겨 주고는
운전을 하는데
뒷자리에서 깔깔깔깔 쫑알쫑알
신이 났다
-엄마, 엄마. 이것 좀 봐.
-이것 좀 보세요 해야지.
-이것 좀 보세요~
다솔이가 엄마 아빠 사이에 있어.
-있어요.
-응응, 있어요.
아무리 가르쳐도 여전히 제자리다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신이 났다
-아빠는 여기있고 엄마는 여기있고
어? 난 여기있네.
아빠랑 엄마가 다솔이 지켜줘~하나봐.
다솔이 베이비라서 지켜주는 거야?
어? 나 이제 큰 언니 됐는데~
그래도 좋다. 우리 같이 사랑해 하는 거야.
알러뷰~ 안아주는거야.
한참을 혼자 쉬지않고 말하길래
도대체 무슨 말인가하고 뒤돌아보니
도너츠 봉투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 한번 볼래?
차에서 내리던 아이가 도너츠 봉투를 내밀었다
그안에 아까 우리가 골랐던
세개의 도너츠가 나란히 들어있었다
가운데, 아이의 알록달록 도너츠가 있었다
난 도너츠 봉투에서 존댓말 반말만 들었는데
아이는 봉투 안에 들어 있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보았다
그 덕에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아이의 세상이
진심
부러웠다
아이가 나만큼 어른이 되어도
일상의 작은 기쁨들 속에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갈수 있으면 좋겠다
도너츠,
참.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