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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OM Mar 14. 2016

아이의 세상 《이름》

이상해서 물어보니...

아이의 이름은 Grace.

한글 이름은 D로 시작한다.


유치원에서 이름을 써온 걸보면

G로 시작하긴 하는데

I r D S 이런 스펠링이 섞여있다.


시간 지나면 제대로 쓰겠지 싶어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그림 그리러 가서도 그렇게 쓰길래

물어는 봤다.


이게 무슨 글자냐고.

왜 이렇게 쓰냐고.

"어어 (아이 말할때 꼭 들어가는 추임새)

 이거 다솔이 이름

 그레이쑤~'쥐(G)'

 다음은 아빠 이름 '아이(I)'

 그리고 또 그레이쑤 '알 (r)'

 또또  엄마이름 '케이 (K 오른쪽 아래로 뻗는 다리를 안그려서 r처럼 보인거였다)'"


또박또박 자신 있게도 말한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솔의 D를 쓸 때도 있고

라스트네임인 S를 같이 섞어서 쓸 때도 있었다.

왜 또 이름은 꼭 이렇게 빨간색으로 쓰는지.. 자기는 핑크를 좋아하는데 핑크는 레드랑 화이트랑 만들수 있으니까 레드도 좋댄다. 나름 다 이유가 있다.


대답을 듣고 보니

틀리게만 보였던 아이 이름이

다르게 보였다.


네 살 다솔이에게 이름이란

자기 이름과 아빠 엄마 이름을 합친

그 무엇이었나보다.


네 이름엔 네 이름만 써야한다고

그게 맞는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 아빠 이름 써줘서고맙다며

꼭 안아줬다.



시간이 지났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

한 한달쯤?...


아이는 이제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쓴다.


내 이름을 자기 이름 안에

같이 써주지 않는다.


왠지...

아쉽다. 왠지...

빨간색으로 쓸때가 있듯이 까만색으로 쓸때도 있는 법. 다 때되면 하는 법. 조금만 기다려 주면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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