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MOM Feb 29. 2016

우리들 마음 속 '겨울왕국'

[만화를 보다1] 눈오는 날의 'Frozen'

이 글은 제가 뉴저지에 살 때,

어느 눈이 많이 왔던 날,

펑펑펑 흰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집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 뿐이어서,

아이가 보고있던 만화영화를 같이 보면서,

쓰게 됐습니다.


아이가 이 만화영화를 볼 때마다

뭔가 저는 다른 일로 분주했기에

눈여겨 보지 않았었는데

그날은 왠일인지 아이 옆에 앉아

저도 열심히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이건

펑펑 흰눈이 내리거나

아이와 나란히 앉아 TV를 보게되면

그날이 떠오르면서

제 마음도 따뜻해 진답니다.


오늘도 문득

그 따뜻함이 생각나 이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지난주 제가 사는 이곳, 뉴저지에는 흰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새벽부터 오기 시작한 함박눈은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고, 저희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문을 닫았습니다.


아이는 눈오는 창밖을 보며 “엄마, 엘사가 왔나봐”라고 좋아했습니다. 엘사는 만화영화 ‘프로즌(Frozen)’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어로 ‘겨울왕국’으로 번역됐습니다.


우린 오랜만에 프로즌, 겨울왕국을 보기로 했습니다. 창밖에 내리는 눈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그럴듯한 핑계와 함께요. 사실 아이에게 만화를 보여주고 저는 잠시 자유시간을 누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눈 앞에 펼쳐진 ‘겨울왕국’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겨울왕국은 눈과 얼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엘사, 그리고 천진난만한 동생 안나가 펼쳐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렌델이란 나라의 공주인 두 사람은 언니의 능력 덕분에 집 안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도 타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능력이 문제입니다. 언니의 실수로 동생이 다친 뒤 엘사의 능력은 남들에게 알려져서는 안돼는 큰 비밀이 됩니다. 여왕 즉위식이 있던 날 자신의 능력을 들켜버린 언니는 홀로 산으로 도망 칩니다. 자신의 얼음궁전을 만들어 스스로를 그 안에 가둬버립니다.


주인공 엘사는 단순히 만화 주인공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누구나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을테고, 남들이것을 알아차렸을 때 어디론가 도망쳐 자신만의 얼음궁전을 만들어 숨고 싶을테니까요. 이미 마음속에는 아무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없다며 세상을 향해 단단한 얼음벽을 세워놨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들은 엘사를 ‘괴물’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동생 안나는 달랐습니다. “언니는 나를 한번도 다치게 한 적이 없다”는 믿음으로 엘사를 찾아나섰습니다. 눈속을 뚫고 얼음궁전에 도착했지만, 언니 엘사는 안나를 거부했습니다. 또 상처를 입혔습니다. 얼음 괴물을 만들어 쫓아 냈습니다. 그러나 동생 안나는 끝까지 언니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니에게 받은 상처로 심장이 얼어붙어 자신이 점점 죽어갈 때도 마지막까지 언니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여기에 감동받은 언니가 눈물을 흘리자 비로소 꽁꽁 얼어붙은 안나의 몸이 녹아내렸습니다.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이 서로를 살린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죽어가는 안나 공주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진정한 사랑’이 왕자님 키스가 아니고 가족애였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영화 곳곳에 동성애적 요소가 암시돼 있다며 비난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영화에선 충분히 자매 간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 더 나아가 한 인간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그려냈습니다.


특히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언니를 향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언니를 구하기 위해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안나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상을 살며 이런 형제, 친구 한 명 있다면 정말 든든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딸 아이는 엘사를 좋아합니다. 손으로 눈과 얼음을 만들수 있는 놀라운 능력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엄마인 저는 아이가 안나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방안에 숨어 지내는 외로운 언니를 찾아가 ‘눈사람을 만들자’며 먼저 방문을 두드릴 수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 스스로 만든 얼음궁전에 갖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를 찾아가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상처를 받을 때도 있겠지만 크리스토프나 울라프 같은 친구가 곁에 있어 새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 그들의 마음속 겨울왕국에 새 봄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모르는 아버지와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