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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geous Jun 06. 2023

엄마가 아프다고 한다.

그럼에도 잃지 않는 어떤 마음 한 조각.

엄마. 엄마라는 단어를 한 모금 머금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현충일인 오늘, 엄마와 아빠는 창릉천에 있다는 유채꽃밭을 보러 외출을 하셨다.

같이 가겠냐고 묻는 엄마의 제안에 잠깐 고민했지만 혼자 있고 싶었다. 혼자 느긋하게 노래를 들으면서 바깥 풍경을 보면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며 거절을 했다.


요즘 나는 가족들의 일로 많이 바쁘다. 육체적으로 바쁘다기보다 정신적으로 바쁘다. 쉴 새 없이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엄마가 아프다. 엄마가 아프면 엄마가 운영하는 학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엄마의 빈자리를 어떻게 나는 채울 수 있을까? 가족들에게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가? 엄마의 병이 완치가 될 수 없다고 하면 나는, 우리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엄마가 그동안 분주하게 사느라 누리지 못했던 삶의 여유들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그녀의 몫이었어야만 하는 여유들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인가?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생각을 하다가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온다. 요즘 내 눈은 퉁퉁 부어 있다. 안 그래도 쌍꺼풀도 없는 민눈인데, 눈두덩이까지 부으니 더 눈이 작아졌다. 거울 속 나를 보면서 참 못생겼네, 참 못났다 싶다가 엄마의 왼쪽 눈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는 생각에 가슴이 사무친다. 못생겨 보이는 게 대수냐. 엄마는 시야의 반쪽을 잃어버렸다. 시야만 문제냐. 엄마의 뇌종양은 치유가 될지도 미지수다. 그게 치유가 되면 엄마의 시력은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물론 나는 엄마의 뇌종양이 완치되기도 바라고, 엄마의 시력도 돌아오길 바란다. 둘 중 하나도 회수되지 못할 최악의 상황은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엄마한테 좋은 것들을 앞으로 영영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봐 두렵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초래한 과거의 무심한 내가 원망스럽다.


건강을 잃을 수 있는 순간이 막상 코앞에 다가오니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돈을 버는 것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도, 그러니까 그동안 내가 그토록 간절히 꿈꾸고 바랐던 그 모든 것들이 다 사라져도, 그리고 영원히 나의 것이 될 수 없다고 해도, 엄마의 건강만 되돌아올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막상 엄마가 건강하다고 여겼을 때는 (물론 그녀는 그때도 사실 아팠던 거였지만. 미안해 엄마.) 전혀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모두 다 그리워지고 간절해진다.


뭐가 행복해?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날 행복하게 만들어?

나는 여전히 회사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하는 프로듀서이고, 내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하고, 나는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났고, 내로라하는 친구들에 비해 나는 여전히 소박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물론 나는 퍽 만족하는 사람이지만), 게다가 우리 엄마랑 여동생까지 아프다. 퇴근하면 엄마의 학원 일을 돕고,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체크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쉬어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황. 내가 사람들과 약속을 갖는 것이 사치는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드는 난감한 상황.


그래도 내가 이렇게 에너지를 회복해 몸과 마음의 체력이 한결 단단해진 상황에서 엄마와 여동생의 아픔을,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감사하다.

행복하다기보다는 감사하다는 마음이라고 표현하게 맞을 테다. 엄마의 불안과 짜증을 받아줄 수 있는 상태의 나여서 감사하다. 그래서 그동안 회복될 시간이 넉넉하게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거죠? 그래서 날 준비시킨 거죠? 신에게 따지듯이 묻고 그렇다는 답을 듣고 싶다. 뭐든 견디고 참아낼 수 있는 인내를 얻고 싶다.


이 글이 실린 챕터의 주요 테마는 ’ 행복‘이겠지만 사실 난 행복하다고는 절대로 말 못 해. 사실 지금 나는 많이 억울하고 슬프고 화가 나니까. 요즘의 나는 많이 우울하니까.


하지만 인간으로서 겪을  있는 인간사의 아픔을 나만은 피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어느 인간인들 누가 자신의 삶이 고통스럽길 바라겠어. 모두들 행복하길 바라잖아. 나도 그래. 다만 나는  시간을 통해 우리 가족이 더욱 단단해질  있다고 생각해. 소망함을 잃지 않을  있어서 감사한 것이야, 나는. 그러니까 나와 같이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불행한 일들은  끊임없이 찾아와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인지  이유를   없어서 좌절스러운 영혼들에게 이렇게 해주고 싶다.


우리 영원흔들리지 않을 행복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요. 우리의 인생은 길잖아요. 다만   인생을 지탱해   있는 소망함이  하나라도 당신에게 있기를 바랄게요. 기도할게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아니다. 마음껏 우세요. 잔뜩  다음  눈물을 휘휘 닦고 주어진 당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얼굴도 모르는 당신, 그렇지만  글이 위로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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