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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키드 Sep 14. 2021

비공식 구호물품의 도착

자가격리 7일 차.

어느덧 자가격리 일주일째가 되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을 때 꼬박 2주간 외출 한번 못해보고 갇혀있었는데(그 당시 너무 답답해서 외출을 시도했다가 안 된다고 해서 실패했었다...) 그때 이후로 이렇게 오롯이 24시간 내내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아이들이 다행히 아픈 곳 없이 잘 먹고 잘 놀면서 지내주어서 참 다행이지만...

누군가와 계속 붙어있으면 소진되는 사람인 나로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해서 조금 힘에 부치려고 한다.

조금 충전하면 방전하고 또 조금 충전하면 방전되는 고장 난 배터리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까 저녁에는 하도 두 아이들이 엄마, 엄마를 불러대길래 '제발 이제 엄마는 그만!' 하고 외쳤다.

이제 엄마는 조금만 부르고 내일 다시 불러달라고 말을 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말하니까 더 부르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이 시간들을 버티게 해 주고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매일 오는 택배 상자다.

처음 며칠은 보건소에서 오는 공식적인 구호물품, 위생 키트였는데 그 이후로는 예상치 못한 구호물품들이 도착했다.


고강도 풀타임 육아에 단비가 되어준 영어 동화책 두 권

<창고살롱> 살롱지기 혜영님이 책장을 정리하시다가 내 생각이 났다며 두 권의 책을 보내주셨다.

왜 내 생각이 나셨는지는 손편지에도 적어주시긴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장난꾸러기 아이 셋을 돌보다 5분 간 혼자만의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가지는 코끼리 엄마의 이야기와(Five Minutes Peace),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너(YOU)라고 말하는 두 이야기를 읽으며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왔다.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주었다.

나를 챙기고 싶은 마음도 들고 힘들 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소중한 두 아이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을 듬뿍 누리자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달까.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정말...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책을 골라주셨는지 감탄하고 감동했다!


완전 딱 지금의 나를 위한 동화책이었다!


홈메이드 반찬 문 앞 배달

며칠 전 저녁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배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인터폰 화면에 얼굴이 보이고 문을 열어달라길래 1층 출입구를 열어드렸더니 현관문 앞에 무언가를 내려놓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문 앞에 반찬 두고 가니까 챙겨 먹으라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

진짜 너무 놀랐고 감사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 와중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에 울컥했다.

예전에 첫째 낳고 조리원에서 모유수유가 힘들어서 풀 죽어 있을 때도 불쑥 전화하셔서 "잘 지내? 힘들지?"라고 물어봐주셔서 바로 폭풍눈물 쏟았었는데...

이번에도 훅 치고 들어와서 감동 주고 가셨다.

맨날 요리 솜씨 없다고 가족들끼리 먹을 정도로만 할 수 있다고 그러셨는데 이번에 먹어보니 다 거짓말이었다.

멸치볶음 한입 먹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애들이며 남편이며 다들 너무 맛있게 잘 먹는 걸 보고 있자니 그동안 식구들이 밑반찬을 싫어해서 잘 안 먹는 게 아니라 맛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의문의 1패)

아무래도 우리 엄마가 내게 주지 못한 '언니'를 회사에 와서 만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문득 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못하신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다.


내가 주문한 적 없는 의문의 식품 택배 

어느 날은 아침에 택배 문자 알림이 왔다.

식품 택배가 오늘 중으로 도착할 거라고 적혀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시킨 게 없는데 뭐지... 잘못 온건가?'

그러다 오후에 현관문을 열어봤는데 송장에 적힌 상호명을 보고 바로 '헉!' 하고 외쳤다.

창고살롱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두란님이 운영하시는 <고마워서 그래>에서 온 디저트 꾸러미였다.

상자를 열어보고는 너무 놀랐고,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이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건가...

지루한 일상에 환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손 편지도 정말 감동이었다.

안 그래도 온라인 장보기 할 때 간식거리를 깜박해서 본의 아니게 강제로 간식을 못 먹고 있어서 몸이 꼬여가던 참이었는데 어찌 알고 이렇게 보내주신 걸까 너무 감사했다.

박스를 열자마자 온 식구가 모여 들어서 감탄하며 먹었다.(그러고 보니 이미 거의 다 먹었다...ㅎㅎ) 


제가 더 고마운데 어떡해야 하나요...?




이외에도 조카들 생각해서 아이스크림 보내준 친정오빠, 집 콕하는 김에 운동하라고 수강권 잔뜩 주신 <달리운동장> 영차쌤, 울화가 치밀 때 한 캔씩 하라고 논알코올 맥주 쏴주신 창고살롱지기 현진님 그리고 아이 둘과 함께하는 격리 생활을 걱정해주신 많은 주변 분들에게 모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이 격한 감동을 더 상세히 전할 방법을 모르겠어서 참 난감하다.

베란다 밖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때때로 억울하고 답답한 감정이 올라오다가도 내게 일어난 감사한 일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다독여본다.

이렇게 격리 생활의 반이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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