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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키드 Dec 01. 2022

일 그리고 가정, 두 마리 토끼 다 잡을 수 있을까?

영화 '인턴'

Ep.04_Editor_조은애



"일과 사랑, 사랑과 일. 그게 삶의 전부다."


일하는 부모들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은 늘 고민스러운 주제다. 일에 무게가 실리면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가정에 무게가 실리면 일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영화 <인턴>은 직장에서 은퇴한 70세의 ‘벤’이  30세 CEO ‘줄스’가 운영하는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새로운 고용 형태 혹은 줄스의 리더십, 벤이라는 멋진 어른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다시 본 영화는, 워킹맘인 줄스가 일과 삶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로 다가왔다. 잘 나가는 스타트업 CEO 이면서도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의 역할을 하고 있는 줄스를 통해, 그리고 그런 줄스를 지켜보는 벤의 시선을 통해 이번에는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4인 4색의 시선으로 각자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영화 <인턴> 어떻게 보셨나요?


지혜 : 이전에 영화를 봤을 때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을 때였어요. 그래서 줄스가 엄마로 등장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어요.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엄마의 삶도 그려내는 영화였다는 걸 새삼 알게 되어서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영화를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시니어 인턴으로 등장하는 벤의 모습도 인상 깊었는데, '진짜 어른은 저런 모습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벤이 줄스에게 해줬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어른 다운 엄마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어요.


혜나 : 이전에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가벼운 영화로 봤던 것 같아요. 주인공 줄스가 엄마라는 설정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 부분에 집중해서 보니까 의미 있는 영화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벤을 보면서 감정 이입을 했던 것 같아요. 벤이 인터뷰할 때 ‘나는 매일 나갈 곳이 필요하고,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고, 다시 일터로 복귀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일이 삶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은애 : 이전에는 봤을 때는 일이나 조직 문화 같은 부분에 좀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아요. 이번에 보니까 ‘줄스가 엄마였구나?’를 새삼 깨닫게 됐고,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다른 여러 면들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고운 : 아이가 있고 결혼을 했었던 그 줄스의 모습은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는 벤의 입장을 조금 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문득 벤의 입장에서는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가는 거지만, 엄마라는 역할은 인턴 기간이 없고 그냥 정말 원테이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816003#hom


Q. 가족 구성원의 희생이나 양보를 요구하면서까지, 가족 간 함께하는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은 뭘까요?

(영화에서 줄스는 잘 나가는 스타트업 CEO로, 가족과의 시간보다는 일에 초점을 둔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줄스의 남편인 맷이 기존에 하던 일을 내려놓고 전업 주부 생활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삶을 살아간다.)


혜나 : 영화 속에서 줄스가 가족들의 양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좀 짜증 나서 이런 질문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남편이 전업 주부가 된 경위를 굉장히 짧게 설명해요. ‘잘 나가는 마케터로서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 사업이 잘 되면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 같은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넘어가고, 줄스는 그런 부부의 선택과 남편의 희생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리고 아이가 엄마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잖아요. “꼭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라든가. 아이가 그런 요구를 하는데 그 또한 너무 당연하게 “나는 해줄 수 없어.”라며 아이의 욕구를 너무 쉽게 좌절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 당당함은 어디서 나온 걸까 궁금해졌어요. “당신이 집안일을 하고  내가 일을 하는 게 맞겠어.”라던가 나는 일을 하니 너와 함께해 줄 수 없어.”라고 당당하게 주장하려면 경제력 말고 다른 대단한 명분이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혜 : 저는 가족 구성원의 희생이나 양보를 요구하거나, 가족 간 함께하는 시간을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일에만 비중을 두고 싶지는 않아요. 일상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순간들, 그것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게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는 가족의 행복이나 가족과의 시간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일과 육아 사이의 무게중심’이라는 같은 상황을 놓고 이전에 저희가 함께 봤던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의 주인공 케이트는 가정을 조금 더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고, <인턴>의 주인공 줄스는 일을 조금 더 우선시하는 선택을 하게 되잖아요. 이 두 가지 상황처럼 개인의 가치관 차이인 것 같아요. 가치관에 따라 일과 육아가 서로 다른 레벨로 양립하게 되는 거죠. 조금 기울어져 있더라도 내가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지를 알고  계속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은애 : 가족에게 희생이나 양보를 요구하기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지?’가 1순위에 있으면 그걸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이전에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 보면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요. 근데 또 그때 그 주인공의 상황은 진짜 조금만 더 하면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자기의 욕구가 되게 뚜렷하고 내가 나의 욕구를 쫓는 것을 아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나의 일을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고운 : 내가 어느 정도 선까지 무엇을 견딜 수 있느냐에 차이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욕심을 떠나서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존재할 에너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언제 자기 효능감을 크게 느끼는지도 중요한 이유죠. 저 같은 경우에는 가족과의 시간이 너무 중요하지만,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나의 일이 있어야 된다라는 생각이에요. 일에서 어느 정도 나로서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가 충전이 되면 그때 이제 다시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명분인 것 같아요. 내가 나로서 온전히 서 있기 위한 어떤 수단이자 도구죠. 근데 그게 어떤 분들한테는 직장이나 일이 아니고 가정이나 육아일 수도 있겠죠. 개인에 따라 내가 내 존재감과 효능감을 어디서 더 찾느냐의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내가 어떤 걸 더 견딜 수 있느냐 그 차이인 것 같기도 해요. 나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더 견딜 수 있으면 그게 그분한테는 맞는 거고, 그렇게 있는데도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고 온전히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면 다른 선택을 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해요.



Q. 일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혹은 일을 통해 내가 가장 성취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지혜 : 지금까지는 일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가 돈이었던 것 같아요. 가정을 이루고 싶었고, 가족을 위한 보금자리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그러다  한 스테이지를 끝났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러면서 크게 번아웃이 왔어요. 어떤 가치로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일을 통해 가장 성취하고 싶은 것은 ‘기여’인 것 같아요. 누군가 또는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혜나 : 일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세상에의 소속감’, ‘누군가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 같아요. 요새 제가 둘째 낳기 전에 그 맞닿아 있는 느낌을 잔뜩 저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바쁘다고 불평하면서도 요즘 내가 왜 정신적으로 왜 활력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것으로 누군가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맞닿아 있음’을 충분하게 느끼고 있어서였어요. 일을 통해서 가장 성취하고 싶은 가치는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 아닐까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 정도면 잘 살다 간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 기준은 살면서 해 온 일들일 거라 생각해요.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은 내적인 가치라면 외적인 가치는 ‘연대의 가치’ 아닐까 싶어요. 이 세상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연대하는 일에 나도 참여한다는 그 가치를 가장 성취하고 싶네요.


은애 : 저에게는 가장 큰 가치는 충족감인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고, 어딘가에 쓰였고 그리고 스스로 그렇게 쓰인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그 마음이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이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오고 있어서  성취하고 싶은 가치는 그건 것 같아요. 요즘에 일을 하면서 ‘숫자에 가려진 알맹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되게 고민인데요. 예를 들어서 어떤 기능을 넣는다고 넣을까 말까를 고민할 때 보통은 그 기능을 몇 명이나 원하는지, 물건이 몇 개나 더 팔리는지 이런 기준으로 결정을 하는데요. 그런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이 제품을 어떤 의미에서 만들고 있는지, 우리 회사가 정말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결정을 하는 게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거든요.  근데 아직도 그것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로 판단을 주로 하려고 하니까, 어떻게 하면 저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까가 요즘에 저의 고민이에요. 그렇게 본질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고운 : 이전에는 저에게 일이 곧 나였기 때문에 그냥 일 자체가 좋았고 일하는 내 모습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이런 생각을 좀 하려고 해요.

‘일에서 내가 추구하는 바와 일치가 되고, 충분히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거기에 죄책감을 두지 말자. 직장 내에서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 밖에서 내가 또 다른 가치를 찾거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일을 찾자. 일이 조금 재미없어도 괜찮다.’

한편으로는 나의 이런 과정이 누군가한테 좀 더 버틸 수 있는 어떤 도전이나 격려나 용기가 된다면 거기서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것 같아요. 출산 후 일을 그만둔 친구들이나 직장 내 여성 후배들을 위해 ‘나라도 버텨야 돼’라는 그런 사명감도 있어요.



Q. 영화 속 주인공 줄스의 모습처럼 아내가 남편보다 잘 나가면 결국 가족 관계가 어려워지는 걸까요? (성공한 여성 그리고 남성성을 잃은 남편)

(주인공 줄스는 어느 날 아이 친구 학부모와 차에서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남편을 목격하게 된다. 이 상황 속에서 줄스는 남편이 집에서 주부 역할을 하다 보니 남성성을 잃었다는 기분이 들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운 : 과거 많은 미디어에서 ‘여자가 잘 나가면 결국 집안이 망가진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받았던 것 같아요. 남편이 더 잘 나가서 여자가 희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래야지. 그거는 남편을 위한 내 조지.’라고 얘기를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케이스에는 ‘남자가 기를 못 펴고 살잖아.’ 이렇게 사회에서 주로 얘기를 하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좀 얘기를 해보고 싶었었어요. 옛날에 흔히 우리가 여성 선배들이랑 리더를 봤었을 때 갖고 있던 고정관념 중에 하나는 어느 정도 자리까지 올라간 여자들은 독하거나 미혼이거나 이혼했거나 아니면 가정을 완전히 포기해서 양육을 내려놓았다던가 그런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결국 어쩔 수 없이 아내가 남편보다 잘 나가면 이럴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면 반대로 누가 결국 잘 나가면 그게 남편이 됐던 아내가 됐던 어느 한 명의 희생이 필요한 것인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혜 : 결혼할 때도 서로 살아온 환경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좋다는 말이 있잖아요. 남녀를 떠나서 한 사람이 지나치게 경제적인 성취가 크거나 성공 욕구가 크다면 가족 관계가 어려워지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부관계에서는 경제력과 커리어가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혜나 : ‘줄스가 남편보다 잘 나가서 남편이 바람이 난 것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없었기 때문 아닐까?’라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저도 제 일을 하면 좋겠지만 상황 상 제가 육아를 하고 남편이 지금은 일을 계속하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합의를 해서 가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분명한 합의. 남편이랑 아내 중에 누가 지금 일을 하는 게 가족을 위해 좋은 선택인가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합의에 따라서 어느 한쪽이 일을 그만두고 가정의 일을 돌보는 선택을 했다면 다른 한쪽은 그 선택에 대해서 충분히 존중해주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한쪽은 깨끗하게 인정하고 불평하지 않고 가정의 일에 충실히 하는 거죠. 상호 간에 성숙한 자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은애 : 영화에서 ‘남성성을 잃었다’는 표현이 나왔잖아요. 남자가 집에 있으면 남성성을 잃었다고 생각해서 약간 심적으로 수그러들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해봐서 놀랐어요. 영화에서 남편이 아이의 같은 반 엄마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남편이 굉장히 전업 주부로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를 꼼꼼하게 잘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역할을 분담하며 살기로 잘 합의가 되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어요. ‘여자는 이래야 돼, 남자는 이래야 돼’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이 박혀 있으면 서로 그 역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니까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하지만 요즘에는 아빠가 전업 주부인 경우도 이제 많이 생겨나고 있고, 부부가 서로 잘 합의가 된 거라면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Q. 60세가 넘으면, 은퇴를 하면 가족에 대한 책임감 대신 정말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고운 : 영화에서 벤을 보면 너무 여유로워 보여요. 경제적인 책임감이라는 걸 덜어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 나이쯤 되면 그렇게 되는 건지 궁금했어요.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양보하는 것 같아요. 반면 은퇴 이후에는 책임감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시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나는 은퇴 이후에는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될까 그런 고민이 들었어요.


지혜 : 저는 아빠를 보면서 은퇴하고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저희 아빠는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자동차 영업 일을 하셨어요. 은퇴 전에는 아빠의 일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정년퇴직을 하신 이후에 너무 행복해 보이셨어요. 은퇴하고 나서 여러 가지 일을 찾아서 하셨는데, 너무 보람 있어하시고 즐거워하시더라고요. 돌아보니 평생을 본인과 맞지 않는 일을 했다고 하시면서 영업이라는 일과 잘 맞지 않았지만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런 걸 보면서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내려놓으면 사람이 자유로워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조기 은퇴에 대해서도 많이들 얘기하잖아요. 경제적인 성취나 사회적인 성취의 기준치를 조금만 낮춘다면 우리도 조금 더 빠른 나이에 하고 싶은 일, 내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혜나 : 60이 넘어서 경제적 책임이 덜어진다면 정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지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을 하고 있어요. 아직은 제가 정말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아이 키우는 거 말고 내가 정말 좋아서 할 수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뭘까라는 질문에 답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60이 넘으면 아이들도 다 커 있어서 시간적 자유도 생길 테고, 경제적인 것을 다 배제하다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60이 넘으면 ‘책임감이 없어졌는데도 원하는 일을 못 할 이유는 뭘까?’라고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은애 :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이 정년이라는 걸 생각할 수 없는 곳이라, 사실 60세에 '은퇴'한다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저는 기력이 있는 한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평생을 쭉 일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당연히 60세 이후에 좋아하는 일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가서 정말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일단 지금부터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출처: https://m.blog.naver.com/yejikim8931/220597052769?view=img_6


Q. 지금까지 내가 해본 경험 중에 '일'과 관련해 내 딸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지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혜 :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아무리 남들이 좋다고 하는 조직에 가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나의 결이 맞지 않거나,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면 결국 일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한 직장에서 13년 이상 근무하면서, 어떤 사람들 옆에 있는지가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래서 일을 할 때 서로 성장시켜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어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살뜰히 챙길 줄 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때로는 단호하게 잘라낼 수도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혜나 : 내가 일에서 배웠던 게 뭘까 생각해 보면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이 일이 너의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저는 입사했을 때 맡은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그게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을 하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조급 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딸이 취업을 하다면 절대 네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두 번째는 좀 넓은 시야에서 보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파트, 팀 이런 거 보다 회사 전체에서 나의 일을 바라보고, 회사 자체가 굴러가기 위해서 여러 부서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이런 것도 살펴보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좁은 시야로 눈앞에 닥친 일만 하지는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은애 :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저는 올해 복직을 하고 부서도 바뀌면서 엄청 끌려다니듯 정신없이 지냈어요.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모르고 휩쓸리듯이 지냈는데 그러다 보니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힘들어지더라고요. 일이 나의 한계를 넘어서 밀려들어올 때는 끊어낼 수도 있어야 되고 넘치기 전에 미리 거절할 수도 있어야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걸 여태까지는 못했었는데 올해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미움받을 용기도 좀 키우게 되었고, 때로는 정말 중요한 걸 지키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지속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네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너를 지키는 거를 더 우선순위에 두라고 말을 해주고 싶어요.


고운 : 인생에 한 번은 일에 몰입해보는 경험을 가져보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여자로서 결혼과 출산을 택할 거라면 그전에 일에 몰입해서 스스로의 한계도 한번 느껴보고, 해볼 수 있는 것도 많이 경험해보고, 자기 일에서 정점을 찍어보라고 해주고 싶어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그런 경험이 한 번은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너 자신이 최우선이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에 있어서 항상 너의 뜻대로 꼭 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어요. 항상 완만하지는 않을 거고 바닥을 치거나 정체되는 시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추거나 포기하지는 말라고 얘기해 줄 것 같아요.




'일이냐 가정이냐' 마치 두 개의 보기 중 하나의 답을 선택해야 하는 질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네 명만 봐도 각기 서로 다른 모양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둘 중 하나를 택하던, 둘 중 하나에 무게를 더 두던 정답은 없다. 우리는 그저 저마다의 삶을 살아나갈 뿐이다. 영화에서 벤은 이렇게 말한다. 

 "Love and work. Work and love. That's all there is." 

일과 사랑 둘 중 하나가 전부라고는 하지 않았다. 사랑하고 일하고, 다시 일하고 사랑하고. 이렇게 반복하는 것이 삶이라는 의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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