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굿키드 Jan 28. 2024

더 알고 싶은, 궁금한 사람이었어요

어떻게 친해졌을까를 떠올리며 보내보는 첫 번째 편지

은영님에게.

오늘 아침은 일요일인데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졌어요. 해도 뜨기 전이라 아이들이 아직 꿈나라 여행 중이어서 고요히 편지를 쓸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아요.


지난주 만남 이후에 함께 편지를 써보자고 제안해 줘서 고마워요!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가끔 통화를 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할 말이 많았는데(실제로 많이 하기도 했는데도) 헤어질 때면 늘 아쉬운 마음이었어요. 은영님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게 되고 또 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이렇게 냉큼 편지를 써 보아요.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생각하다 보니 문자나 SNS로 언제든 연결될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미처 떠올리지 못한 것 같아요. ‘친구 수집’과 그 친구에 대해 잘 아는 건 전혀 다른 건데 말이죠. 아… 갑자기 휴대폰 속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함께 편지를 써보자는 통화를 하고 나서 처음에 친해지게 된 날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맨 처음 만남은 새로운 부서에서 우리가 서로 자기소개를 하면서였어요. 그때는 간단히 이름만 주고받았었고,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본 건 거의 1년이 지나서였던 것 같아요. 부서 내에서 제가 진행하던 그룹 인터뷰에 은영님이 참여자로 오셨던 날, 그때 그 시간이 계기였어요. 인터뷰 중간중간에 ‘일상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 (채식, 텀블러 챙기기, 일상에서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것 등) 참 인상적이었어요. 내 행동의 이유와 방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드물지 않나요? ‘이 분 좀 궁금하다.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바로 생각했죠. 그러다 바쁘다는 핑계로 따로 만날 짬을 내지 못했는데 우연히 사무실에서 마주친 은영님이 먼저 반갑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줬어요.


 “저랑 친해지고 싶다 했다면서요?”

제가 어디서 그 얘기를 흘리고 다녔나 봐요. 뭔가 들킨 것 같아 민망하면서도 알아채줘서 반가웠어요. 그 덕분에 이후로는 편하게 종종 커피타임도 가지고 함께 점심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6개월 뒤에 은영님이 퇴사하셔서 아쉬웠지만 사무실이 아니어도 또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인연이 지속될 수 있음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따금씩 함께했던 커피타임이 그립답니다! (*출처: unsplash)

저에게는 사무실에서 때때로 은영님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큰 위안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기도 했어요. 거대한 조직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그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영향 같은 것을 관찰하고 느낄 때마다 (특히 괴로울 때면) ‘나만 이렇게 생각하나?’ 싶었는데요. 그럴 때 은영님과 대화해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어요.

또 은영님이 나눠준 이야기 중에 ‘함께 행동하는 것 까지가 진짜 공감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리를 한 대 콩 맞은 것 같았고요! 아마 한창 MBTI로 사람들이 너는 T다, F다를 말할 때 즈음 나눴던 이야기 같아요. 함께 끄덕이는 것을 공감으로 생각했던 저와 달리 한 발 더 나아간 의미의 공감을 이야기해 줘서 놀랍기도 하고 반성도 할 수 있었답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나를 계속 흘리고 다니다 보면 나와 결이 맞거나 나를 재밌어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은영님은 같은 사무실에 없지만 대신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적극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거대한 조직 안에서는 희한하게 왜 이렇게 사람도 획일화가 되어가는 것만 같은지… 각 개인이 개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섞이는 건 어려운 것일지… 아마 ‘관리’가 힘들어서겠죠? (조직에서 사람은 관리의 대상이니까요.) 이런 얘기는 또 다음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이만 줄일게요. 친해지고 싶었지만 먼저 다가가지 못했고, 편지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도 은영님이 먼저 손 내밀어 줬지만, 첫 번째 편지는 이렇게 제가 먼저 띄워보아요.

편지를 쓰자고 했던 은영님의 마음도 궁금하네요. 꼭 들려주세요!


손으로 써둔 편지는 다음 만남 때 전달할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